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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문학 모임 후기 - 무협지 버전(2)사람을 만나다 2007. 11. 26. 16:55
두리암문파(頭理庵門派) 秘級發行記念 門徒모임 ( 2)
끼이익~ 길게 찢어지는 파공성(破空聲)에 번쩍 눈을 떳다. 잠깐 졸았나보다. 울산성의
영역에 들어왔나 싶었는데 "신읍(新邑)"이라는 이름의 팔련흑철차(八連黑鐵車)는 어느듯
울산역참에 그 긴 몸을 멈추느라 바퀴와 철로간의 접촉면적을 넓히고 있었다. 몇 몇 사람이
여장을 꾸렸고 나도 벗어 놓은 무복(武服)을 걸치고 내릴 준비를 했다. 읽던 남한산성비사는
화의파인 최명길과 전쟁파인 김상헌 간의 설전(舌戰)이 극에 달하는 장면에서 모서리를
접었다. 세상의 일들도 이렇게 필요할 때마다 접어 둘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역참(驛站)의 통로를 빠져 나왔다. 역참앞에는 수 많은 사람들이 흑사족택시(黑四足宅市)를
기다리고 있다. 흑사족택시(黑四足宅市)는 검은발이 네개인 수레로 집에서나 저자거리나
가리지 않고 어디서건 부르면 달려오므로 택시(宅市)라는 이름이 붙었다. 명색이 무사라는
신분으로 새치기를 할 수도 없고 보이는 네거리는 제법 거리가 있어 보여 통행이 빈번한
곳까지 신형을 솟구쳐 경신술을 펼쳤다. 번화한 삼거리의 모퉁이에 몸을 내려 일다경(一茶頃)
기다리니 비어있다는 빨간삼각깃발로 공차번(空車番)을 펄럭이며 흑사족택시(黑四足宅市)가
앞에 멈추었다. 도착한 나는 지전으로 값을 치루고 괴춤을 뒤젹여 은자 한냥을 따로 사례하자
수레 주인은 연신 고마움을 표한다.
도착한 울산성 문예관에는 행사준비가 한창이었다. 가장 먼저 반겨준 이는 역시 태상장로였다.
그는 평소 늘 말을 아끼는 과묵한 성격이나 속정이 참 깊은 분이다. 그는 우리 문파의 전임
장문인을 역임하고 지금은 장로로 문파의 대소사를 챙기고 있다. 그는 일백근(一百斤) 무게의
언월도를 독문병기로 사용하는데 해동무림은 물론이고 멀리 중원에 까지 그의 언월도가 내뿜는
도기(刀氣)를 당할 고수가 흔하지 않다.
그 다음은 숙현랑(菽玄朗)이 반갑게 포권으로 맞아 주었다. 그녀는 우리 문파에서 별도로
울산성 문수산 중턱에 운영하는 수련처인 위부마수다굴(圍府磨修多窟)의 책임자다. 문파의
행사가 있을때 마다 사회를 도맡아 하는데 목소리에 내공을 실어 보내는 내가기공(內家氣功)을
익힌 탓이다. 숙현랑(菽玄朗)의 옆에서 다른 일에 열중해 있던 이화사매(李花師妹) 역시 반가운
표정으로 인사를 전해왔다. 이화사매(李花師妹)는 오늘 자신의 첫번째 비급인 "花夢匕術"을
발간하는 터라 그녀의 부군 천면공작과 그의 출신 사문인 화산파의 사형사제들이 모두 와서
축하를 건네고 있었다.
밖에서 궐련초를 피우고 있던 一龍장문인이 다가와 반갑다는 인사를 전했다. 나는 포권으로
장문인에 대한 예를 갖추었고 장문인 또한 목례로 화답을 했다. 一龍장문인은 암매리가(暗賣
利家)와 더불어 금세기 무림천하를 양분하고 있는 유로부(柳路府)가 해동무림에 상단(商團)
을 파견하여 해동무림의 상단과 합작하여 희대의 영약인 공청석유를 만들고 있는 만금장
(萬金藏)의 수석 호위무사로 봉직중이다. 장문인과 작금의 무림 동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도촬신공(盜撮神功)으로 유명한 흑웅거사(黑熊居士)가 반갑다며 다가왔다. 서로는
이미 풍신전음(風信傳音)을 통하여 서로 만나기를 간절히 바랬던 탓에 서로 끌어 안고 반겼다.
흑웅거사(黑熊居士)는 항상 가매라(假魅拏)라는 암기(暗機)를 가지고 다니면서 수시로
도촬신공(盜撮神功)을 날리는 탓에 그가 주변에 있을때는 항상 내단전에 기를 모으고 잔뜩
긴장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는 울산성 현청의 고위관리들과 교유의 폭이 넓어 문파의
행사때는 특히 고관들이 많이 참석을 하곤 하는데 올해도 수어사(首御使)의 부인과 울산성
관찰사(觀察使)가 참석을 했다.
분주하게 손님을 맞이 하고 있는 접수대에는 남화부인(南華婦人)이 반가움의 인사를 했다.
남화부인(南華婦人)은 우리 문파의 비급의 정리와 비급발행의 모든 책임을 맡고 있다. 그녀
는 한권의 비급이 나오기까지의 어려움을 아이를 낳는 고통에 비유했다. 나는 물론 남자이니
아이 낳는 고통을 실감하지 못하는 터이나 얼굴이 밝은 것을 보니 아이 낳은 일이 고통만은
아닌가 보다하고 짐작할 따름이다. 고통만 있다면 얼굴이 저리 밝을 수는 없을 것이리라.
받아든 비금을 대충 넘겨보니 외가기공과 내가기공, 검과 도 그리고 창술과 방어의 방법,
그리고 초식(抄式)의 단련에 이르기까지 잘 짜여져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동시에 받아든
이화사매(李花師妹)의 "花夢匕術" 역시 대단한 무서(武書)임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휘안랑사매(輝眼朗師妹)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포권의 예를 취했다. 워낙 명랑하고 쾌할
한데다가 늘 눈이 빛난다고 하여 만검신인(萬劍神人)이 그녀의 당호를 지었다. 둘러보아도
만검신인(萬劍神人)은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아직 당도하지 않은 모양이다.
인천도호부(仁川都護府)에서 하얀 공작을 타고 온 공비부인(空飛婦人)과도 반갑게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공비부인(空飛婦人)은 항상 창공을 나르는 공작을 타고 다니는데
대한항(大韓航)과 아시아나(亞示雅喇)라는 이름을 가진 두마리의 공작을 번갈아 탄다.
그녀의 뒤에 서있던 우리 문파의 四大長老의 한 사람인 청모서생(靑帽書生)과는 눈인사를
나누었다. 청모서생(靑帽書生)은 늘 푸른빛 감도는 모자를 쓰고 학창의를 걸치고 말없이
조용히 자리하고 있는데 그는 이미지에 맞게 한자루 붓에 공력을 불어 넣어 묵기(墨氣)를
발현하여 상대에게 치명상을 입히는 무가(武家)의 출신이다. 무림맹에서 운영하는
무림학숙(武林學塾)에 오랫동안 유학하였는데 곧 황실에서 박사칭호를 내릴 것이라 한다.
"자~ 무림동도 제위들께서는 자리에 정좌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곧 두리암문파(頭理庵
門派) 秘級發行記念 門徒모임이 열리겠습니다. 정좌해 주시기 바랍니다"
일갑자의 내공이 실린 太上장로의 전음이 문화관의 내부를 울렸다. 본좌 역시 빈자리를
찾아서 자리를 잡았다.
< 계속 >---------------------------------------------------------------------
[도움말]두리암문파(頭理庵門派): 두레문학의 음사, 머리로 이치를 깨치는 모임이라는 뜻
형항거사(螢肛居士) : 반디불의 똥꼬의 음사/ 개똥벌레형螢, 똥구멍항肛
引他來土(인타래토:인터넷의 음사..사람들이 저절로 끌려와 산다는 뜻)
서울(署亐): 관공서가 모여있는 울타리라는 뜻
팔련흑철차(八連黑鐵車): 기차를 말하는 것으로 "신읍(新邑)"은 새마을을 말함
一龍장문인: 이용일 회장
太上장로: 이상태 전임 회장
李花師妹: 이민화 시인
柳路府(유로부)= 유럽
暗賣利家(암매리가...아메리카를 음사하면서 뜻을 상당히 고민하였습니다.)
숙현랑(菽玄朗): 성자현 시인, 들리는 소문에는 검은콩을 상식한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위부마수다(圍府磨修多): 성자현 시인이 맡고 있는 웹마스타의 음사, 많은 것을 갈고
닦는 울타리라는 뜻이다.
도촬신공(盜撮神功): 이것은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듯~~
흑웅거사(黑熊居士): 이성웅 시인
풍신전음(風信傳音): 바람에 목소리를 실어서 전하는 즉 휴대전화를 말함
가매라(假魅拏): 카메라의 음사, 도깨비같이 순간에 움켜잡지만 허상뿐이라는 뜻
남화부인(南華婦人): 김정숙 시인, 남쪽에서 화려하게 빛난다는 뜻을 담고 있음
휘안랑사매(輝眼朗師妹) : 황말남 시인
만검신인(萬劍神人): 추창호 시인
공비부인(空飛婦人): 김금희 수필가, 그녀의 말이다. "저는 비행기만 타고 다녀요"
청모서생(靑帽書生):임정택 시인'사람을 만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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