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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카수필- 올해는 아무도... /김대근
    디카隨筆 2007. 11. 18. 21:10

     

    올해는 아무도....

                               김대근

     

     

    어제 저녁 지역문화유산해설사 현장 실습을 다녀오며 마트에 들렀다.

    늘 하던 습관대로 이곳 저곳의 진열대를 기웃거리다가 제법 크게 새로 자리를 잡은

    코너가 있어 앞에 섰다. 다이어리 코너다.

     

    2008년 다이어리들이 모두 자신을 선택하라며 광채를 내고 있다.

     

    한개를 집어 들었다. 직장인의 본능이 우선 첫 페이지의 달력부터 보게한다.

    불과 한달 반 가량 남겨놓은 2007년의 저너머 2008년에는 평일에 공휴일이

    몇개나 있는지 구정은 일요일과 겹치지 않았는지... 그런 것부터 확인을 했다.

    실상은 주간/일간/월간/ 계획을 얼마나 세심하게 수립하고 실천할 수 있게끔

    짜여졌는지가 관심사이어야 하는데 30년을 직장인으로 살아 온 단세포적 본능의

    탓이거니 한다.

     

    사실 해마다 회사에서 업무수첩이 나오지만 개인적 용도의 수첩을 사게 된다.

    아마 올해가 거의 지날 무렵에 해마다 하듯 저 많은 다이어리들 중에서 하나를

    고르게 될 것 이다.

     

    그리고는 올 한해를 지켜온 전화번호부에서 옮겨 적어야 할 사람과 그냥 두어서

    서랍속 곰팡내를 맡아야 할 사람을 구분하게 될 것이다.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순전히 내 의지와 판단에 의하여 한해를 더 빛속을 유영하게 되거나 암흑속에 분리될

    사람으로 나뉘게 되는 것이다.

     

    조선시대 팔삭동이로 태어나 일세를 풍미한 한명회가 만들었다는 살생부殺生簿를

    실상 나는 해마다 거듭하고 있는 셈인 것이다.

     

    지나간 수첩을 버리지는 않는다. 그냥 책상 서랍에 잘 보관해 둔다.

    언뜻 몇 년 전에 내가 어둠속에 밀어 넣었던 사람에 대한 생각이 날때가 있는데

    그럴때 몇 권의 수첩을 뒤적여 찾아내기도 하는 것이다.

     

    몇 년 전이다. 포항에 사는 지인으로 부터 연락이 왔다. 급히 연락을 할 것이 있는데

    몇 년전에 같이 알던 아무개의 연락처를 물어 온 것이다. 정리된 수첩을 태워 버린

    탓에 도저히 알 수가 없어 나에게 연락을 했단다. 알아보마하고 전화를 끊었다.

     

    4~5년전의 수첩을 뒤지니 그는 세권의 수첩에 살아 있었다. 족히 3년은 제법 왕성한

    교류를 했다는 뜻일 게다. 그러나 지인에게 알려주기 전에 본인에게 먼저 전화를

    넣었다. 알려줄 소식이라는 것이 좋은 소식일 수도 있는 반면에 나쁜 소식일 경우도

    제법 많은 법이고 소식이 끊긴지 몇 년 만에 연락할 일이란 나쁜 소식의 경우가 많다.

    그래서 누가 연락처를 가르쳐 달라고 하드라고 넌즈시 알려 놓을 생각이었다.

     

    핸드폰은 이미 다른 사람이 사용하고 있었다. 그래서 망설임 끝에 집으로 전화를 했다.

    그의 딸이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잠시뒤 멍한채로 수화기를 놓았다.

    "아빤...작년에 돌아 가셨어요"

    "..... 어쩌다가...."

    "간암으로 두해 고생하시다가.... "

     

    올해는 지금 사용하는 수첩에 적힌 이들의 연락처를 빠짐없이 옮겨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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