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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행시- 비망록(망초의 그리움) /김대근
    삼행詩 2007. 11. 15. 09:09

    망초의 그리움

                             김대근


    질에 쓸리어 가을이 떠나간 자리
    초꽃 제 가슴 말라가며 오늘도 그리는
    음綠陰의
    한철 내 속삭이던
    쓰르라미, 그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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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백년도 더 지난 이야기 입니다. 망초꽃 이야기를 하려면 이 세월을 거슬러 올라야
    하거던요. 조선의 쓰러져 가던 국운을 일으켜 보겠다고 대한제국으로 바꾸었지만
    여전히 하루가 다르게 쇠약해져 갔고 외교권마저 일본에 강탈 당하고 말았던 때지요.


    약은 일본인들은 영국이 인도를 집어 삼키는 것을 모방 (일본인들은 모방의 천재죠)한
    동양척식주식회사를 만들어 경제적 수탈을 시도했지요.


    이때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꾀어 이민선을 태웠는데 실상은 노예무역과 같은 것이었고
    아메리카 대륙의 애니깽(용설란) 농장에서 개 돼지 취급을 받으며 설움을 감내했지요


    애니깽은 용설란의 일종으로 속에 있는 섬유실을 이용하여 로프를 만드는 재료로
    마닐라 로프라는 염분에 강한 밧줄을 만드는데 대부분 사용되었지요. 나일론 같은 합성
    재료가 아직 발달하지 않았을 때인지라 산업의 모든 곳에 이 마닐라 로프가 쓰였지요.


    젊은 사람들이 많이 갔던 터라 신부감이 필요했고 사진 한 장 달랑 보고 신랑감을 찾아서
    또 한떼의 여인들이 떠났지요.


    이렇게 아메리카 대륙과 조선을 왔다 갔다 했던 기선을 통해 몰래 스며든 녀석이 바로
    망초라는 꽃입니다. 처음에는 언덕이 무너져 내려 벌건 속살을 드러낸 곳에서 한 두송이
    피었는데 마침 나라가 망하던 시점에 새로 눈에 뜨인 이 꽃에 사람들은 망초(망할 亡
    풀 草)라는 이름을 붙였고 그래도 울분이 가시지 않은 사람들은 더 비하하여 개망초라고
    불렀지요.


    백년이 훨씬 지난 지금은 우리 토질에 완전히 적응하게 된 이 녀석들은 요즈음 들판의

    왕으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어찌나 망초가 많이 피는지 멀리서 보면 메밀밭으로 착각할

    때도 있습니다. 더 대단한 것은 100년 조금 넘은 이 외래종도 우리 한방의 약재로 쓰입니다.


    망초.... 개망초 이야기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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