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행시- 감나무(곶감을 말리며) /김대근삼행詩 2007. 11. 7. 21:20
곶감을 말리며
김대근
감 한 접 사이하고 깎아 널던 가을날
나란히 낡아감에 내외가 마주 보고 웃었다
무심한
세월은 가고
남은 껍데기만 한 무더기-------------------------------------------------------------------
노는 날이 같은 토요일
아내의 채근에 5일장에 따라 나섰다. 5일장이라고는 해도 도시에서 열리는 장판은
노쇠한 말불알 같이 늘어진 노인들 뿐이다.
젊은 사람들은 죄다 대형마트로 몰려 가고 얼굴 여기저기에 저승꽃이 피고 관절의
마디마다 꽃바람이 든 노인들만 모여서 텃밭에서 키운 가지 몇 개, 소채 몇 단, 파
댓 단씩을 놓고 가을볕의 따사로움을 이기지 못한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그나마 젊은 영계같은 내외가 지나자 쪼그라든 손으로 자신의 좌판을 가르킨다.
요즈음 5일장은 왁자함은 사라지고 우울함이 오히려 넘쳐난다.
돌아오는 길에 마지막으로 와이프는 떫은 감을 한접 샀다. 110개를 세어서 넣었다는
한 상자를 사가지고 돌아왔다. 곳감을 만들겠다고 한다.
아파트에서 뭔 곶감이냐고 했더니 그래도 만들고 싶다고 고집이다. 그래서 키 장사에게
커다란 소쿠리도 하나 샀다.
시장 다녀온 두시간 동안 마주 앉아서 감만 깍았다. 와이프가 어릴때 장모님이 감을
깍아 소쿠리에 담아 가을볕에 말려두곤 했단다. 오며 가며 와이프와 처남들이 다 먹고
결국에는 장모님은 하나도 입에 넣어 보지 못했단다. 아마도 그때가 생각이 난듯 하다.
"이번 주말에 다녀 오지..곶감 몇 개 가져다 드리고..."
와이프의 얼굴에 곶감보다 붉은 열꽃이 핀다.'삼행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행시- 비망록(망초의 그리움) /김대근 (0) 2007.11.15 삼행시- 비망록(도금공장 최씨) /김대근 (0) 2007.11.12 삼행시- 감나무(가을이 가다) /김대근 (0) 2007.11.06 삼행시- 감나무(감국甘菊) /김대근 (0) 2007.11.05 삼행시- 은행잎(은사시 나무 숲) /김대근 (0) 2007.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