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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행시- 은행잎(은사시 나무 숲) /김대근
    삼행詩 2007. 10. 29. 11:27

    은사시 나무 숲 /김대근


    은사시 나뭇가지에 꽃매미 몰려들어
    행복한 마지막 한숨을 남겨 놓습니다
    잎새에
    새겨진 여름, 그 흔적 지우려 바람이 붑니다


    은물결을 쏟아내는 호숫가 풀벌레 소리
    행여나 옛소식인가 예민해진 귓불
    잎마다
    그려진 얼굴, 호수에 띄우는 은사시나무 숲


    ------------------------------------------------------------------


    '사시나무 떨듯하다'라는 속담의 주인공인 사시나무와 미국에서 수만리를
    건너와 이 땅에 뿌리를 내린 은백양 나무의 사이에서 자연스런 천연잡종이
    생겨났습니다.


    그 나무가 버드나뭇과의 낙엽 교목으로 분류되는 은사시 나무입니다.
    그 은사시 나무숲은 작은 낚시터를 끼고 있는 야산으로 회사 옆으로 작은
    숲길을 따라 걷다보면 만나는 곳입니다.


    여름내 울어대며 주변의 공기를 식혀주던 꽃매미들이 유난히 이 은사시 나무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일반 매미는 사무실 옆 벚나무를 유난히 좋아하는데
    꽃매미라고 불리는 아름다운 매미는 은사시 나무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삶이란 누구에게나 유한한 법이지요. 다만 그 길이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요.
    아프리카의 바오밥 나무는 오천년을 산다고 하고 하루살이는 단 하루를 산다고
    하지요. 긴 삶이라고 해서 삶이 귀하지 않다거나 짧다고 해서 천금같지는 않지요.
    그냥 자신에게 알맞은 삶의 길이를 충실히 재어 가고 있을뿐~


    매미들도 여름의 느즈막 가을의 초입이 되면 하나 둘 한철을 입어 왔던 자신의
    껍데기를 남겨놓고 생을 마감하게 되지요.
    찬바람이 서리를 예감하게 하는 이즈음에 벚나무 아래는 참매미의 주검들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자신이 수액을 먹으며 보낸 벚나무 아래에서 자신의
    생명을 마감한다는 것은 어찌보면 참 행복한 일이지요.


    꽃매미는 은사시 나무에서 생명을 거둡니다. 그 이유를 아직 학계에서 밝힌 것은
    아니지만 유난히 은사시 나무를 좋아하는 탓이겠지요.


    가을이 자신의 밑천을 하나 둘 드러내는 이즈음입니다.
    이 아름다운 가을에 생각 두레박에 그득하게 사유들을 건져 올리시기 바랍니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 은사시 나무에 붙어있는 꽃매미들입니다. 제가 찍어둔 사진이 없어서

            다른 분의 사진을 차용해왔습니다. (김대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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