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행시- 감나무(가을이 가다) /김대근삼행詩 2007. 11. 6. 15:45
가을이 가다
감나무 가지 끝마다 불 밝힌 15촉 전구
나그네 배낭위에 무겁게 내려앉다
무감無感한
세월 흐름에
부유浮游하는 시절 한 자락
------------------------------------------------------------가을에 가지마다 주렁주렁 매달려 빛갈좋게 익은 감은 마치 크리스마스의
가로수를 덮은 작은 알전구들 같다.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15촉 전구
하얀 백열등도 아닌 그냥 조그만 알 전구가 주는 안심과 따스함의 기억은
내 추억속에서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불을 밝히고 있다.
유년시절
밤에 가야하는 화장실은 너무 멀었고 화장실 옆 돼지 녀석이 꿀꿀거리는
소리에 소름이 돋고는 했다. 그 밤에 바람을 토해내는 탱자나무의 그림자가
화장실 문틈으로 얼른 거리면 한줄기의 진동이 긴 진폭을 만들며 등줄기를
훑어 내리곤 했다.
만약 15촉 조그만 알전구가 그나마 낡은 벽돌담을 기대어 나를 지켜주지
았았더리면 지금보다 열배는 더 쪼그라진 심장을 가졌을지도 모른다.
한해가 가는 몸짓이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가로수 줄 전구의 반짝임이라면
가을이 우리에게 고하는 작별의 인사는 감나무 가지에 매달린 감이 아닐까?
까치밥이라는 이름으로 남겨놓은 두어개의 가지끝 감들은 혹독한 겨울초입
여전히 가을이 우리곁에 머물고 있다고 믿어 그나마 세월이 더디 간다고 위안하기위한 것은 아닐까?
'삼행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행시- 비망록(도금공장 최씨) /김대근 (0) 2007.11.12 삼행시- 감나무(곶감을 말리며) /김대근 (0) 2007.11.07 삼행시- 감나무(감국甘菊) /김대근 (0) 2007.11.05 삼행시- 은행잎(은사시 나무 숲) /김대근 (0) 2007.10.29 삼행시- 수험생(가을 하늘) /김대근 (0) 2007.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