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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행시- 비망록(도금공장 최씨) /김대근
    삼행詩 2007. 11. 12. 11:39

    도금공장 최씨

                        김대근

     

    강鼻腔에 구멍뚫린 도금공장 최씨
    해버린 공장에 시름도 깊어가더니
    슬은
    쇳조각 모아
    하루를 잇는다 한다

     

    강鼻腔에 동전만한 구멍 생기는 이유는
    간 ·니켈 녹으며 피워내는 증기탓이나
    림당綠林黨
    진배없는
    모리배 공무원 보신保身 탓이 더 크다

     

    ** 비강(鼻腔): 콧 구멍속에 있는 공간
    ** 망간과 니켈: 중금속으로 금속을 도금하는데 쓰임
    ** 록림당(綠林黨): 예전에 산속에 은거하며 민가나 행인의
                                 주머니를 털던 화적떼


    --------------------------------------------------------------


    하는 일이 어쨋거나 쇠붙이와 아주 큰 연관이 있고보니 자연히 관련분야의
    다양한 사람들과 알고 지내게 된다.
    도금은 쇠붙이의 겉면에 니켈, 망간, 구리, 금, 은등을 입히는 공업적 기술의
    한 분야이다. 그 중에서도 니켈도금은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하다. 아파트 철문의
    반짝거리는 것도 자동차 문을 여닫는 손잡이의 반짝임도 모두 니켈도금이다.


    니켈이 녹으며 내어놓은 증기는 콧속의 비강에 구멍을 낸다.
    그냥 잠깐 맡아서 구멍이 나는 것이 아니라 몇 십 년 같은 일을 반복해서 할 때
    나타나는 직업병이다.


    우리 나라의 이 도금공장들은 모두가 하나같이 자본도 규모도 열악하다.
    내가 아는 최씨 역시 작은 도금공장을 전전하며 그 밥을 먹은지 30년이 훨씬
    넘은 50대 중반의 사내다. 학교도 다니지 못해 겨우 국문을 깨쳤다는 그는
    이태전에 비강에 구멍이 생겼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 뿐만이 아니라 그 공장의 서너명이 그런 진단을 받자 사업주는 회사를 정리해
    야반도주를 하고 말았다. 치료비야 어찌 해보겠지만 보상금을 어찌 해 볼 도리가
    없는 영세사업자였던 탓이다.


    아직도 그런 업체들이 수없이 많지만 공무원들은 손을 놓고 있다.
    신문에 오르 내려야 비로소 행동에 옮기는 철밥통 공무원들 탓에 오늘도 어디선가
    최씨처럼 콧속에 구멍이 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을 것이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점점 사회의 이슈가 되고 최씨같이 못배우고 가난한 사람이
    귀해져 사람구하기가 힘들어지자 네팔, 베트남 같은 나라의 사람들을 대신해
    고용하고 있다. 이들은 더 심각하다.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것도 그렇지만
    대부분 불법취업중인 이들은 진단도 치료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얼마전에 만났더니 그는 새로운 일자리를 찾지 못했고 회사는 망해버렸고
    도망 간 사장은 찾을 길 없고 해서 지금은 고철을 모아 연명한다고 한다.
    각종 고철을 운반하기 좋은 사이즈로 자르고 이물질을 떼어 내는 일을 하면서
    산소 절단기를 사용한다고 하는데 그 역시 표면에 도금된 니켈이나 망간, 아연등이
    내뿜는 몹쓸 연기를 쐬고 있는 셈이니 그의 콧구멍속 구멍은 자끄 커지는 셈이다.


    사람 산다는 게 너무 힘들다 하면서도 하루하루 살아가는 그를 볼때 가슴이 찢어

    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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