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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詩- 출장지에서
    작은詩集 2006. 3. 11. 23:28
    출장지에서
     
                    김대근
     
     
    오늘 아침은
    작은 컵 라면 하나를
    편의점 창문 너머로
    불려 먹는다.
     
     
    어깨 움츠리고
    오가는 사람들
    묵묵히 걷는 성자의 행렬처럼
    일렬로 오가는 개미떼 같다.
     
     
    밤이 새도록
    진액을 바닥까지
    있는대로 모두 뽑아버린 골목
    아침은
    지나가는 나그네에게도 사치다.
     
     
    그래도
    이곳에 아침이 왔다는 표식은
    바람에 흩날리는
    오빠 찾는 삐라들
    그들의 정렬되지 못한
    유동(流動)하는 과거들 뿐
     
     
    아침에는 늘
    우리들의 희망도 딱 한컵씩이다.
     
    -----------------------------------------------------------

    출장지에서 잘곳을 찾아 헤매다 보면 대부분의 모텔들이 유흥가와
    가깝게 자리들 하고 있습니다.

    이런곳에서는 거의 새벽 두어시까지 왁자한 소리나 쿵쾅거리는 유흥가
    특유의 소음들이 두겹의 모텔 창문을 통해 전해져 옵니다.
    이골이 났을만도 한데 그래도 역시 이런 소음들에 의해서 잠이 쉬이 들지
    못해서 새벽녘이 되어서야 잠에 빠지곤 합니다.

    아침에는 참 고역입니다.
    잠을 설쳤으니 아침엔 역시나 입안이 깔깔해지기도 하고 속이 쓰리기도
    하는데 시원한 해장국 한그릇이 무척 그리워 집니다.
    그러나 밤에 휘황한 불빛에 감싸인 도시일 수록 아침에는 그야말로
    삭막하기 그지 없습니다.

    겨우 24시간 편의점만 불을 밝힐 뿐이지요. 아침에도 형광등 불빛 아래
    그렇게 컵라면으로 때울때가 많습니다.
    아침에 이런 골목에서 활기를 찾아보기란 바람에 휑하니 굴러다니는
    반라의 여성들 사진과 전화번호가 찍힌 명함들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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