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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곶에서
세상 억지로 잡으려 마라
잡을 수 없는 세상이
가슴 찢어 놓으리라.
그저
잡는 척 그렇게 살아라
손가락 넓게 벌리고
바람이 맘대로 지나게 두어라
손가락 사이
해도 뜨고 달도 뜨게
제법 느슨히 그리 살아라.
잡는다고
잡히는 호락한 세상 아니니
가슴 찢기지 않게
그렇게 느슨히 살려므나.
어제 그리 비오더니
오늘 해가 뜨지 않더냐
제법 느슨히
그렇게 세상 살아도 좋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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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이 붉은 황토흙 마음껏 드러난 조그만 어느 야산의 토굴에 살던 토깽이였는지
내 삶은 늘 부산스러웠습니다.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면서 살아 가야 하는데 가진것 역시나 버리지 못하는 습성이
있는지 늘 창고에 쟁여두고 얼마간 지나서 확인하고 흐뭇해하고 또 다른것을 찾아
길을 나서는 부산한 그런 삶을 살았다고 생각합니다.
느림과 빠름의 호흡조절이 되지 않는 미숙한 단계에 아직 머물러 있음을 최근에야
심히 부끄러워 하는 중입니다.
놀이나...공부나...사람과의 사이나...가끔이긴 하지만 끄적거려 올리는 글이나....
이런 모든 세상일들에서 그 조절이 안된다는 것은 나이에 따져보아 분명히 문제로
인식을 할 만하다는 것입니다.
빙신...얼뜨기...어리버리....느림보....
세상을 느리게 그리고 느슨하게 사는 사람들을 일컫는 사회적인 언어들입니다.
그렇다고 그들의 삶이 불행한 것도 아닌데 왜 이런 말들을 그들에게 붙여야 할까요.
유명한 스님이나 철학자가 느슨하게 사는 것은 배워야 한다고 난리들 이면서....
요즈음은 느슨히 사는 것을 배우려는 중입니다.
니콘 자작바디캡 바늘구멍 사진기
구멍직경: 약 0.3밀리(알미늄 테잎이용)
노출: 위아래 모두 약 2초
날씨:맑음
날짜:2005년 7월 14일 오후 4시경
장소:포항시 구룡포읍 호미곶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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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곶 앞바다에 불쑥 솟아 있는 손입니다.
바다는 항상 여유가 있어서 좋습니다. 사람이 하나의 손만을 저렇게 만들어 놓아도
은근슬쩍 똑같이 생긴 것을 하나 만들어서 보여줍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바다가 유순해져 있을때 이고 바다가 가끔 성을 낼때는
자기가 만든 다른 손을 없애버립니다.
그래도 저렇게 다른 손을 하나 반들어 보여줄때가 더 많아서 바다를 좋아 합니다.
세상의 대부분 조형물들...사람이 만든 조형물들은 대부분 위를 향해 있습니다.
위가 있으면 반드시 아래도 있다는 것을 바다는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니콘 자작바디캡 바늘구멍 사진기
구멍직경: 약 0.3밀리(알미늄 테잎이용)
노출: 약 2초
날씨:맑음
감도: ISO 100
날짜:2005년 7월 14일 오후 4시경
장소:포항시 구룡포읍 호미곶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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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바다만 그런것은 아닙니다.
뭍에 있는 것들도 하늘이 맑은 날에는 그림자 하나를 만들어서 바다와 같이
우리들이 만든 조형물을 복사해 냅니다.
땅에서 태양의 그림자가 만드는 무채색은 어쩌면 세상의 모든것들이 따져보면
평등하다는 가르침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빨갛고 파랗고 금색이고 은색이고 하얗고 까맣고....
이런 일체의 시시비비가 부질없는 것이라는~~'작은詩集'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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