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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박2일의 그림여행記
    그림그리는 재미 2006. 3. 1. 23:23

     

                                          1박 2일의 그림 여행記

                                                                                                 

     

     


     2005년 4월 15일 새벽공기를 폐부에 가득히 채우며 집을 나서다.
     고속도로는 전장에 다름이 아니다.
     서로 앞만 보고 앞다투어 달리는 치열한 전장…….
     여기 저기 몇 건의 처참한 패잔병도 보인다.
    11 시에 대구-포항고속도로의 영천휴게소에 도착을 한다.
     우선 고픈 배를 달래주고 아직도 약속시간이 남아서 블로깅을 잠깐 하다.
     고속도로를 내려 짧게 국도를 달리며 배꽃 흐드러진 풍경이며
     복사꽃 피어서 흥취가 절로 나는 풍경에 푹 젖다.


     복사꽃은 촘촘히 피어나지 않는다.
     복사꽃은 화려하게 피었다 제풀에 우루루~ 져버리는 벚꽃과 달리
     제 몸들 사이로 하늘도 통과시키고 풀 색깔도 통과 시킬 만큼 여유가 있다.
     복사꽃은 벚꽃처럼 오로지 자기만 보아달라고 보채지 않아서 좋은 꽃이다.

     

     

     

     

     
     회의도 일종의 전투다.
     전술도 있어야 하고 전략도 있어야 하는 게 회의다.
     대체로 회의하는 것이 서로 회사 이익을 위한 다툼의 자리이기 때문이다.
     이런 회의를 2시간만 해도 5시간을 내어 달린 것보다 훨씬 피곤함을 느낀다.
     오늘은 이런 회의를 3건이나 했다.


     겨우 일정에서 풀려난 시간은 오후5시….
     나는 차를 냅다 달려서 경주로 갔다. 경주는 가고 싶은 곳이 너무 많은 게 탈이다.
     지금쯤은 분황사도 좋을 것이고 김유신 장군의 묘로 올라가는 길도 좋을 것이고
     서출지에 몇 그루의 벚나무가 피워내는 꽃이 물에 비치는 모양도 좋을 것이다.
     게다가 안압지의 밤 풍경은 벌써 몇 번의 걸음에도 그때마다 간이 오그라질 정도로
     아름답다.


     그러나 세상에는 有限이라는 단어가 지배하고 있음을 어쩌랴……


     포항에서 경주까지의 30분 동안에 많은 생각을 했지만 결국에는 보문단지로
     목적지를 정했다.
     가을이 좋은 곳은 가을에 가리라…. 어디는 여름이 좋으니 그때에 가리라……
     그래서 차 떼고 포 떼니 남은 곳이 보문단지이다.


     나는 보문단지에서 난데없이 내린 비를 흠뻑 맞고 왔다.
     촘촘하게 머리와 어깨… 그리고 온몸을 두드리며 내리듯 흩날리는 꽃비를……

     

     

     

     

    같은 날…. 밤 7시에 나는 안동에 도착을 했다.
     안동은 산골의 동네에서 호반의 도시가 되었다.
     이런 것을 일러 옛 사람들은 桑田碧海라고 하던가……


     안동에는 月映橋라는 나무다리가 있다.
     무슨 몇백 년쯤의 세월이 지난 그런 다리는 아니지만 이 다리에 얽힌 사랑의
     이야기는 너무나 애절하고 아름다워서 사랑을 앓는 이라면 한 번쯤 들러서
     이 다리를 건너볼 일이다.


     이 부근을 공사할 때에 오래된 무덤 하나를 발굴했는데 미투리 한 켤레와
     “완이아버지에게…”로 시작되는 편지 한 장이 나왔다고 한다.
     그 사연은 이렇다.
     금실이 좋은 부부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남자가 병이 들어서 먼저 이 세상을 떠났다.
     아내의 뱃속에 새롭게 자리를 튼 새 생명을 두고 그렇게 혼자서 먼저 길을 떠났다.
     아내는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남편이 저승으로 신고 갈 미투리를 만들었단다.
     여행기에 소개하겠지만은
     요즈음은 이곳에 커플들이 그리 많이 온단다.
     손잡고 이 다리를 건너면서 맹세를 다지면 평생해로 한다나 어쩐다나....

     

     

     

     

     따지고 보면 너무 짧고 허무한 것이 인생이다.
     시간이라는 것이 조금만 눈을 감아도 십리나 달아나 버린다.
     안동에서 잘까 어쩔까 망설이다가 아직은 8시쯤이니 초저녁인 터이니
     조금이라도 더 가는 것이 다음날 일정에 도움이 되겠다 싶다.


     그래서 다시금 길을 잡아서 도착한 곳이 예천이다.
     이미 시계는 10시를 넘고 있었다.
    5 킬로미터 정도만 더 가면 예천군 내에 도착을 하는데 국도변에 여관의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시내는 늘 번잡스럽다. 지금 이 시간쯤이면 그 정도는 덜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술집들은 지금부터가 시끄러워질 시간이니 조용하기는 변두리의
     모텔도 좋을듯하여 간판을 따라 길을 잡고 보니 비포장으로 울퉁불퉁한 길을
     한참 들어가서야 2층짜리 모텔이 보인다.


     간판이 "e-편한모텔"이라 내심 기대를 하면서 인터넷 여부를 물었다.
     반사된 주인의 말은 "이곳은 시골이라~~"이였다.


     자기가 편한 대로 채널을 선택해서 볼 수 있는 도심의 여관들과는 달리
     여기는 정규방송만 나온다고 한다.
     그래도 맥주는 있다고 해서 맥주 2병과 땅콩을 주문했더니 배달왔다가
     가시면서 던지는 말…. "손님~ 비디오 틀어 드릴까예?"
     혼자서 쓸쓸히 여관에 들어와 혼자서 맥주나 홀짝거리는 나그네가 보기에도
     애처로워 보였던 모양이다.

     

     

     


    2005 년 4월 16일, 토요일이다.
     오늘은 길을 서둘러야 할 판이다.
     으레 토요일은 길이 막힐 것이고 그러면 그만큼 길에서 실없이 시간을 보내야 한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예천온천에 들렀다.
     지하 800미터까지 파 내려가 개발을 했다는 예천온천은 그런대로 물이 좋았다.
     그리고 순두부로 아침을 해결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시대 것으로 하나 밖에 없다는 윤장대라는 보물을 간직한
     용문사에 들렀다.


     다시금 길을 문경으로 잡고 가는데 왕복 2차선의 좁은 길옆에는 소나무들 사이로
     피어있는 진달래빛깔이 매우 좋아서 한 곁에 차를 세우고 한참을 본다.


     무심하다……
     길손이 보내는 애절한 눈빛에는 아랑곳이 없이 햇살 받기에만 여념이 없다.

     

     

     

     문경땅,
     사불산 대승사에 들렀다.


     대승사는 사불산의 중턱에 있다.
     사불산의 정상에는 대승사를 있게 한 바위가 있다고 한다.
     윤필암이라는 암자에는 사불전이 있는데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적멸보궁처럼
     유리를 터서 불상을 모시지 않았다.


     법당에 들어가서 머리를 조아리니 사불산 정상에 오똑 솟은 바위가 하나 보인다.
     마치 불상 같은 모습이다.
     그렇구나…. 따로 불상을 모시지 않는 이유를 알 만하다.


     예천온천에서 2,000원이나 주고 닦은 구두가 반질거리며 만류의 표정이지만
    1 시간을 넘게 허덕이며 산을 올랐다.
     그냥 지나쳐 버렸다가는 나중에 큰 후회가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사불산 정상에는 진달래도 더디 피는 모양이다.
     봄 소식은 아마도 산밑 마을에서부터 시작되는 모양이다.


     

     

     


     벌써 2년도 너머 흘렀다.
     월악산의 미륵이 뵙고 싶었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 꼭 들러보리라 했다. 그래서 길도 예천을 거쳐서
     문경으로 해서 월악으로 잡기는 했는데 사불산에서 제법 지체가 되었다.


     봄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속에서 웃으시는 월악 미륵님을 뵙는 것은
     천상 다음 숙제로 남겨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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