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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녀들을 만나다..
    여행기 2006. 6. 16. 16:22

    블로그앤 사이트가 없어지면서 옮기는 글


    그녀들을 만나다.. 
    2005-03-31 오후 12:03:30

     


    2005년 3월 29일..
    괴나리 봇짐을 꾸리다.
    괴나리 봇짐은 어줍잖은 영어로 풀면
    a backpack to carry one’s things while on the road가 될라나...


    봄은 어디로 오는 걸까..
    누구는 다도해 은빛 파도를 타고 온다기도 하고
    어떤이는 돋아나는 쑥 내음에 묻어 온다기도 하는데
    아침 먹으러 들린 대전-진주간 고속도로 금산휴게소에서 보니
    논을 갈고 못자리를 준비하는 탈탈탈~~ 경운기 소음에
    아주 쬐끔 묻혀서 오드만...


    전쟁에도 선발대가 있고 본진이 있듯이
    육십령 고개를 넘기 전에는 그냥 여기 저기 참새똥마냥 지깔려진
    감질나는 봄만 있드만....


    뚜~~~~
    묵념의 싸이렌은 항상 10시에 울렸지.
    그러면 우리는 지나간 세월에 대해서 묵념을 하지.
    그 10시에 나는 육십령을 넘었지.
    육십령은 슬픈 곳이지.


    논개...
    젊어서 그는 이 고개를 넘었지.
    첩실의 설움이 가슴가득히 한이 되기는 했지만
    남편이 하늘인줄 알아야 하는 婦德을 따라서
    꽃다운 나이에 이 고개를 넘어 진주성으로 갔다네.
    그리고
    그녀는 남강의 꽃이 되었네.
    강낭콩보다 더 붉은 그런 꽃이 되었지.
    그리고는 낙동강 흐르는 길을 따라서 흘러갔다네.


    하얗게 탈색되어 버린 두사람의 영혼은
    백성들이 건졌다네.
    성품이 곧았던 최경희 장군과 갓스물의 두사람은 북망산가는
    상여에 누워 가을하늘 바라기 하며 다시 이 고개를 넘으려 했지.


    그때는 아직 왜놈들이 이땅을 짖밟고 있던때라
    최씨가문에서 못받겠다 했지.
    왜놈들의 시퍼럼 칼날이 무서웠을테니 그들을 어찌 욕하랴..
    지켜주지 못한 나랏님이나 간신수염 늘어뜨린 양반님네들이나
    나무라야지.


    그래서 그 둘은 육십령 아래 경상도 땅에 묻혔다네.


    지금도 진달래가 경상도쪽에서 먼저 피어 육십령을 넘을때
    두사람은 고향소식을 알려달라고 연통들 넣고는 하지.
    그러면 쑥꾹새 한마리가 장수고을 소식을 쑤욱꾹~ 쑤욱꾹~ 전해준다지.


    지금은 육십령을 애써 넘지는 않지.
    세상이 편해지니 나 자신도 나태해 진것인지 아니면 바쁘다는 것도
    이런때엔 핑계거리가 되는 것이어서 육십령을 터널을 통했다네.
    그래도 10시엔 지나간 세월속의 그 여인에게 慟念을 보냈네.


    그렇더군..
    육십령을 넘어니 그곳부터는 이제 봄이더만.
    산의 색깔도 다르고 경호강의 물빛도 달라졌더만.
    봄은 지금 육십령 아래 최경회 장군과 논개의 슬프고 아린 이야기를
    줏어서 자루에 담느라 조금 지체하는 것일게야.

     

     


    정오...그리고 마흔...
    정오에 나는 통영을 지나서 거제대교 앞에 섰네.
    통영부터는 동백이 지천이더만.
    사실 말해서 동백은 농익은 40대의 여인일게야.
    이 세상 마지막인듯 화알짝 피었다가 제풀에 시들해져서
    온몸을 던져버리는...
    땅에 떨어져서도 여전히 아름답다고 우기는....
    그래도 동백은 짜르르~ 흐르는 윤기가 보아 줄만하지.
    정작 40대 여인이 아름답다는 것은 무지근 함일 것이야.
    매서운 겨울바람을 맞으면서도 꽃을 피워내는 느긋함..
    바로 그런게 동백의 아름다움이지.


    방년 18세...
    한여름날 번쩍하고 마는 번개같은 열여덟의 소녀같은
    벚꽃은 이제 몽우리를 맺고 있더만.
    생각해보면 가장 짧았던 이 시절이 평생을 살아가면서
    가장 많이 메모리를 차지 하고 있지.
    누구에게나 이 시기는 짧지만 화려해서 오랫동안 기억을 하고
    Delete Key를 누르기를 주저하지.
    아직은 때가 이름인가..벚꽃은 이제 몽우릴 맺고 있더만.


    스물아홉...
    아마 복사꽃은 이런 나이일게야.
    복사꽃이 화해 지는 건 풍성한 수확을 의미하는 것이지.
    복사꽃이 피어야 비로소 봉숭아 열매처럼 토실한 엉덩이를 가진
    아기를 볼수 있거던.
    거제도에는 이제 복사꽃이 활짝 피었더만.
    스물아홉살때 우리와이프 젓무덤이 봉숭아처럼 토실했거던.
    그러니 복사꽃은 스물아홉인게야.

     

     

    육십...
    이건 매화야.
    매화는 겨울이 맵고 추워야 아름다운 꽃을 피워낸다고 하지.
    사람도 마찬가지 일게야.
    어렵고 힘든 삶속에서 꿋꿋하게 살아온 사람은 주름살도 아름다운
    법이지.
    곰삭은 인생이 발효를 거듭한 끝에 마지막으로 곱게 피워내는
    그런 꽃이 매화꽃이야.
    그러니 매화꽃이 필때는 관광버스가 길에 넘치고
    버스마다 출렁 출렁 흔들리며 가지.
    매화가 꽃을 피우면 매실이 열리지.
    그 매실은 쪼글진 우리 할매 젓꼭지랑 다를 바 없지.
    거제도..그리고 마산을 거쳐 부산까지는 매화가 제법 꽃을 피웠더만.


    오십...
    그래..이건 영락없는 오십의 여자일게야.
    하얀 드레스를 입은... 아니면 하얀 한복이라고 해도 되겠지..
    목련 말이야.
    목련은 붓이 꼿꼿하게 머리를 쳐들고 있는것처럼 있다가
    화악~ 벌리지.
    꽃도 크기도 해서 화단에서 군계일학이 되고는 하지.


    여자나이 오십은 비로소 어른이 되는 나이야.
    모든 여자들이 이 나이가 되면 시어머니가 되기도 하고
    장모님이 되기도 하고 할머니가 되기도 하지.
    인생에서 딱 한번의 업그레이드...그게 바로 이 꽃이야..목련 말이야..


    목련이 화알짝 피어있는 나무 아래서 젊은 시절의 연애편지를 다시
    꺼내서 읽어보는 것도 꽤나 재미있을 것이야.
    남녘에는 목련이 제법 피고 있더만...

     

     

    유년....
    누구에게나 있기는 하지만 추억의 색깔은 다른 유일한 시기지.
    누구에는 자랑스럽기도 하고 누구에게는 창피함만 가득일때도 있는
    그런 시절이 유년기이지.


    나의 유년기는 늘쌍 노란색이였지.
    그래서 노란 개나리는 유년기의 소녀가 늘 생각나고는 하지.


    노란색 목티가 어울리는 소녀가 있었지..국민학교 5학년때 쯤에...
    책상 하나를 일년동안 그녀와 같이 사용했지.
    연필깍는 칼로 가운데를 그어두고 몽당연필에 침을 발라서 이렇게 썻지.
    38선...


    그리고는 침범하는 상대의 물건에는 여지없이 벌칙을 가했지.
    지우개 였던가..한번은 지우개가 선을 넘을락 말락 아슬히 있었는데
    그녀는 창문밖 관사의 대나무가 흔들리는 것에 빠져 있었지.
    그래서 슬쩍 절반쯤 내쪽으로 월담을 시켜놓고 좀 있다가 이랬지.


    "어~~ 이거 삼팔선 넘었데이..안자 이거는 내끼다.."


    한참 어이없어 하드만 그냥 책상에 엎드려 펑~펑..울더만.
    선생님한테 하늘이 노래지도록 맞았지.
    그리고는 복도에서 또 하늘이 노래질만큼 손을 들고 꿇어 있었지.
    사실 나는 지우개가 없었거던...


    나중에 화해의 뜻으로 그녀가 잘라준 반쪽의 지우개가 아직 지우지 못한
    그녀의 기억을 조용히 덮고 있어.
    다음날 나도 그녀에게 줄 화해의 선물을 가져 갔지.
    노란 탱자 한알...


    결국 그녀에게 주지 못했지.
    내 노랑빛 가난을 펼쳐보이기 싫었던 게야.


    그래서 포항에서 본 노란 개나리는 유년의 소녀가 생각나는 거야.

     

     


    서른....
    서른살의 여인은 민들레야.
    남편에 치이고 아이들에 치이고 어른들에 치어도 꿋꿋하지.
    게다가 젊은 날..소녀쩍 가졌던 환상도 민들레 홀씨처럼 후~ 불어서
    날려보내는 그런 나이인게야.
    그래도 늘 새로운 꿈을 꾸지..
    민들레 밭에도 그래..어제 불어 날린 홀씨옆에 또 다른 민들레가 아침이면
    여지없이 새로운 꽃을 피워내고 있거던..


    이번 남녘여행은 그녀들을 많이 만났어.
    사는게 뭐 있나..이렇게 어디서나 만날수 있는 여인들이 많은데...
    아! 봄은 즐거운 계절인게야....


    2005년 3월 31일..괴나리봇짐을 풀다.

     

     


    ------------------------------- 댓글 -----------------------------

     

    조조  2005-03-31 오후 12:07:37    
    동네 사람 드~~~을
    반디불님이 사고 치려 하고 있어요~~~~
    999포스트래요~~
    다음 시집에 올라갈 글 같은데요. 즐거운 하루 되십시요 
     
      한댜  2005-03-31 오후 12:13:19    
    1000 포스트 벌써 기대만방입니다요~~~ 
     
      바다로  2005-03-31 오후 12:19:24    
    봄은
    반디불님의 포스트-그녀들을 만나다.. 에서 오드만 ^ ^
     
     
      영두리  2005-03-31 오후 4:56:27   
    역시 반디불님다운 글이시라는...
    근데 칠십이 넘으면 이제 성별을 불문하게 되나 보죠?
    (설마, 할미꽃... ^^) 
     
      내공포기한용갈  2005-03-31 오후 6:47:34   
    헛... 이제 1000포스트 돌파가 바로 앞인가요?
    미리 감축드립니다. ^^ 
     
      조조  2005-03-31 오후 7:28:42   
    1000포스트를 의미있게 하실려고 자료 고르시는 중?
    반디불님 자료는 무궁 무진,,,,
    기다려집니다. 
     
      반디불  2005-03-31 오후 8:56:00    
    조조님의 1000포스트 압박이 대단하네요...~헐..고민입니다..
    당분간 멈추어 있어야 겠다는...ㅎㅎㅎ 
     
      반디불  2005-03-31 오후 8:56:37    
    한댜님..감사합니다..심한 압박을 느낍니다..
     
     
      반디불  2005-03-31 오후 8:57:07    
    바다로님...이번 여행은 정말 봄을 흠뻑 느끼고 왔습니다..
     
     
      반디불  2005-03-31 오후 8:59:16    
    영두리님...
    칠십정도되면 남성과 여성..이런거에서는 초월이 될듯~~
    어쩌면 할미꽃을 이미지때문에 좀 왜곡되었지요...
    언제 할미꽃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올릴겁니다...
    언젠가는 모르겠지만.... 
     
      반디불  2005-03-31 오후 9:00:41    
    용갈님....
    감사합니다...
     
     
      반디불  2005-03-31 오후 9:01:24    
    조조님...아직 올릴건 많은데 1000포스트의 압박에 망설이는 중입니다..
    ㅠㅠ.... 
     
      잠이조아  2005-04-01 오전 9:52:35   
    역시.. 시집은 아무나 내는게 아니라는~~ 하하
    반디불님 그녀들 잘만나고 갑니다~~ ^^ 
     
      들꽃향기  2005-04-01 오전 9:55:35   
    역쉬~!! 반디불님 이시라는...^^ 
     
      바람  2005-04-01 오후 12:04:10   
    훌륭하신 재능 부럽습니다 !!
    역시 글이란 이런거지요
    " 문학이란 목매달아 죽고싶을 만치 예쁜나무" 라고 표현했다는
    박범신씨의 얘기가 생각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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