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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막골의 나비들...이런저런 이야기 2006. 6. 11. 14:17
블로그앤 사이트가 없어지면서 옮기는 글
동막골의 나비들...
2005-09-05 오후 7:02:52나비...
우리 민족에게 나비란 늘 다른 세계와의 매개였을 것이다.
전설의 고향에도 수 없이 나오는 모티브들....
힘없고 연약한 여인네가 완력으로 욕을 보게 되어 항거하다 억울한
죽음을 하게되고 사또의 꿈에 나타나서 부탁을 하고 다음날 나비가
범인의 머리위에 앉게 되어 원한을 푸는....
그래서 나비는 다른세계와의 매개이며 힘이 없는 영혼들의 대변자다.
최소한 우리나라에서는 말이다....
아니다...아메리카 인디언들도 나비를 날려보내면 다른 영혼들이 사는
세계에 메시지를 전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 그들과 우리는
어차피 유전적으로 과거를 공유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그러니 쪽 찢어진 눈을 가지고 있고 얼굴빛이 황색인 우리들에게 나비는
그다지 낯설지 않은 무었인 것이다.
그런 나비에 관한 이미지는 오랫동안 흘러온 유전형질 같은 것이다.
나비....
영화 "웰컴투 동막골"은 나비의 영화다.
나비는 전혀 불가능해 보이는 세계와 세계를 연결해 준다.
빨갱이와 괴뢰군...
남쪽에서는 그들을 빨갱이라 부르고 북쪽에서는 미제괴뢰라 서로를 부른다.
이들 사이에서는 용서나..웃음이나..관용이란 용납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얼음장보다 차가운 그들 사이를 나비가 연결시켜 준다.
물론 나비는 중간 중간에 삽입된 이미지에 불과하다.
미친년으로 통하는 강혜정의 연기를 통해서 서로의 마음에 얼음장이 녹지만
실상 우리 민족인 이상..우리들이라는 수식어를 공유하는 이상 나비가
그 마음속에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였다.
미친년은 나비가 가지지 못한 언어를 표현하기 위한 악세사리 였는지 모른다.
나비는 중간계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에서 사용되는 "~ 자들하고 친구나?"라는 강원도 사투리도
중간계 언어일 것이다.
남북이 공유할 수 있는 언어...
지금은 확연히 갈라져 버린 언어에서 남도 북도 주목하지 않는 언어가 감독에게
절실하게 필요 했을 것이고 그래서 강원도 언어가 택해졌을 것이다.
나비는 신에게..또는 알지 못하는 세계로 보내는 우리의 소망의 메신저이다.
연합군에 아군과 적군이 하나가 되어 싸우는데도 역시나 나비가 날아다닌다.
아마도 감독은 외세를 배격하고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해야 한다는 뜻일게다.
유난히 이 영화에 나비가 많이 등장하는 이유는 결국 우리들의 가슴속에 내재된
한이다.
우리의 한을 나비가 어디론가 전달해서 해피엔딩을 갈구하는 메세지다.
강대국의 꼭두각시인것은 남한만이 아니라 북한도 마찬가지 일것이다.
그러니 얼마나 슬픈 일인가 말이다...마치 힘없이 연약한 처녀가 머슴놈에게
몸을 버리고 죽임을 억울하게 당하는....
그래서 누구에겐가 그 범인을 알려서 복수를 했으면 하는.....
감독은 너무 많은것을 관객에게 요구하는 욕심쟁이다.
그는 미군의 앞잡이를 설정하여 동막골 사람들에게 핍박을 가한다.
마침내 참다 못한 남의 군인과 북의 군인이 힘을 합해 그들을 물리친다.
묘하게도 그 중간계로써 미군 공군조종사를 배치했다. 미군 조종사가 동막골의
편에 섬으로써 연합국의 행위를 부정적으로 만드는 묘한 장치를 만든다.
나비는 항거의 표시가 아니라 순종의 표상이다.
그냥 그저 나를 죽인 범인이 누구인지 암시하고 그 사람을 징치함으로써 개인적
원한에 종지부를 찍는 것이다.
영화의 종반부에 스미스를 구하기 위해 투입된 특공대의 흉폭한 행동은 마치
지나간 시절 광주의 5월을 연상할 수 도 있을듯 하다.
참다 못한 저항은 나비를 죽인다.
강혜정이 소란의 와중에 총을 맞고 죽게 되는 것인데 나는 이 장면에서 나비의
죽음을 이야기 한것으로 보고 싶다.
미친년...사람의 언어나 사고보다는 또 다른 정신세계를 가진 그 녀만이 무당처럼
나비와 교감이 되는 것이다.
결국 나비가 죽음으로서 더 이상 우리에게 다른 세계로의 교감통로가 없어졌다.
그러므로 결국은 모두 죽을 수 밖에 없다...행복하게 죽지 못할 것이라는 절박함...
그래서 스스로 싸우기에 나선 것이다.
동막골을 지키기 위해서.....
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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