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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끄럽다..
    좋은글,영화,책 2006. 6. 7. 21:19


    부끄럽다..

     

     

     


    나는 죽었다고 생각하자
    죽은 목숨이 어느 동안 그 전에 살던 삶을 이어 산다고

    생각하자
    죽는 일의 절차를 생략하고 몇 사람의 가슴에 조금은

    슬픔이 괴기도 할 그런 송구스런 감정의 수속도 손쉽게

    거쳐 버렸다고 생각하자.
    또한 그 때문에 이런 일이 모두 예사는 아닌 다행이라고

    생각하자.
    그리고 좀 더 살아 볼 일이다.
    우선 오늘 하루 더 살아 볼 일이다.
    아아 몇 시간 동안만 내 마음을 수습한다면 앞으로 참 오래

    살 수도 있을 것 같다.
    누군가 지금 아주 조금만 나를 붙들어 준다면 나는 저 길에

    들지 않고 이 길만 갈 수 있겠는데, 산다는 의미 산다는 전제

    의 이 길, 외가닥의 내 생명을 끝까지 불사뤄 가는 이길을....
                              (金南祚님의 '흐린 글씨의 落書' 중에서)

     


    1978년판 삼중당문고..그대들 눈부신 雪木같이...
    내곁에 두고 손때를 뭍이는 10년 넘은 책들중의 하나다.
    세상이 어려운지 포항에서 영천으로 오는 길가에는 요즘 칼국수집이 많이 생겼다.
    얼마전에 2000원 짜리가 플랭카드를 장식하더니 1500원...이제는 1000원으로
    가격들이 내렸다.
    1000원자리 칼국수라고 결코 들어가야 할것이 안들어 간것은 아니다.
    들어갈거 해봐야 칼국수이니 그게 그거겠지만 1000원 짜리도 제법 맛이 있다.
    4000원 짜리 칼국수나 1000원 짜리 칼국수나 입안으로 넘어가는 촉감은 같다.
    빨리 허기가 지기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제법 외풍이 있는 천막속에서 기다리는데 천막지 쪽으로 마지막 숨을 거두는
    오늘의 태양빛을 조금이라도 받으려는 모기 한마리가 보인다.
    이 모기는 오늘이 마지막인지 아니면 내일이 마지막인지 모른다.
    다만 확실한 것은 우리처럼 햇수로 가늠하지 못한다는 것 뿐이다.
    이 모기 한마리의 삶에서 어쩌면 지금 이 시간이 가장 중요할지도 모른다.
    밤이 이슥해져서 따듯한 체온을 찾아서 헤맬수 있을지 아니면 이 햇볕쪼임을
    마지막으로 죽음의 길을 가야 할지도 모른다.
    참으로 처절하지 않는가 말이다.


    모기가 사는 길이와 우리가 사는 길이는 상대적이지 않지만 결국 따져보면
    一生이라는 점에서 같은 전철을 밟고 있는지 모르겠다.
    결국은 누가 더 오래사느냐가 중요한 것은 아닐터이다.
    부끄럽다.
    나는 참다이 살고 있느냐고 누가 물으면 할말이 없다.
    양심에 하나 끄달리지 않고 참다이 산다고 말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부끄럽다.
    참다이 산다는 것이 무었인지 조차도 나는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자기의 삶에 대한 본능에만 충실한 모기가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모기의 삶과 우리들의 삶의 무게가 4000원 짜리 칼국수와 1000원 짜리 칼국수의
    차이처럼 그냥 무시해도 좋을만한 차이는 아닌지 모르겠다.


    오늘은 숨쉴 수 있어서 행복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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