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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공원 내변산 산행기
    여행기 2006. 5. 23. 01:13

     

    국립공원 내변산 산행기

     

     

     

    요산요수(樂山樂水)라는 말이 있다.
    자연을 즐긴다는 이야기일터인데 현대의 찌든 생활속에 젖어 있는 현대인들에게
    이말만큼 절실한 단어가 또 있을까 싶다.


    나는 그동안 이곳 저곳의 산행단체를 따라서 한달에 한번 내지는 두번정도 산행을
    하는데 산행단체를 따라서 산에 가는 것을 그다지 달가워 하지 않는다.
    산행단체를 따라서 등산을 해보면 산을 즐긴다기 보다 산과의 투쟁에 가까운 바쁨만
    존재할 뿐이고 여유롭게 자연을 관조할 시간이 잘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러 사람이 단체로 가는데다가 시간적 제약이 있으므로 어쩔수 없는 것일터이니
    어떤때는 괜히 따라왔다는 느낌이 들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혼자서 가거나 와이프와 단둘이 등산을 할때는 시간적 자유가 있어서 좋다.
    산길을 걷다가 풀섶에 숨죽이고 숨어 있는 야생화를 찾아서 카메라에 담는 재미도
    그만이고 산경치의 요모조모도 살펴서 눈에 담는것도 운치가 있는 일이다.


    몇주전 출장지에서 와이프의 전화를 받았다. 내변산 산행이 있는데 같이 가자는 것이다.
    내변산이라면 채석강으로 유명한 변산반도에 있는 산이다. 이상하게도 내소사는 자주
    걸음을 했지만 그때마다 내소사를 품고 있는 변산에는 인연이 없었던 생각이 났다.
    특히 외변산은 제껴두고 내변산은 늘 가보고 싶었던 산인데 마침 기회다 싶어서 얼른
    그러마고 해두고 나니 단체산행의 빡빡함이 마음의 압박이 된다.


    일단 약속을 해버린데다가 오랫만에 산행을 하는 터이라 5월 19일 토요일 느지막하게
    출장지 포항에서 출발을 해서 집에 도착한 시간이 밤 11시를 넘긴 시간이다.
    서너시간으로 잠을 설치고 새벽부터 부산을 떨어서 겨우 6시 정각에 버스에 올랐다.


    요즈음은 비쥬얼의 시대란 것을 절감한다. 기호 *번 XX당 누구라는 플랭카드에는 제법
    멀쩡하게 생기게 인쇄된 사람들도 직접 보니 별로다. 그 별로인 사람들이 수없이 굽실
    거리며 표를 구걸하고 갔다.
    우리 아이들의 표현처럼 "졸라 재수없는 X끼~"들이다. 정치인이란...그다지 유쾌하지
    못한 아침의 시작이였다.


    대개의 산행단체들과는 달리 아침으로 김밥 한줄씩 배당이 되었다. 아침에 급한대로
    아침을 굶고 김밥집에서 중식을 준비해왔는데 요긴한 요기가 되었다.
    작지만 세심한 마음씀이 엿보인다.


    내소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여기는 몇년전이나 지금이나 변화가 크게 없는듯 하다.
    다른 관광지들은 조금 사람만 몰리면 금새 주변이 변한다. 일년이 십년같이 변해서
    다시 찾았을때 얼마나 생경한지...그러나 내소사 주차장은 변화가 그다지 없어 좋다.

     

     


    내소사 일주문을 통과했다. 국립공원 직원이 나와서 목에 배낭에 매달린 산악회 엠블렘
    을 보고 손에 든 카운타를 눌러서 셈을 하고 있다.
    단지 숫자의 하나로 매김하는 내변산에서의 첫 출발이다.

     

     


    우리나라에서 몇손가락 안에 꼽히는 전나무 숲길을 따라 한참을 걸었다.
    강원도 월정사의 전나무 숲길과 이곳의 전나무 숲길은 산림욕으로 유명해진 길이다.
    걸으면서 비강의 넓이를 최대로 해서 공기를 빨아들이면 피톤치트의 독특한 향기가
    코를 통해서 가슴속을 상쾌하게 한다.

     

    전나무 숲을 지나자 내소사 앞 석교가 나오고 단풍나무가 파랗게 초록의 파장을 뿜는
    길과 개울을 따라서 내소사 옆을 돌아가는 등산로가 보인다.
    한동안 갈등이 생겼다. 일단은 사람들의 뒤를 따라서 내소사 옆길로 접어 들었다가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서 내소사로 들어갔다.

     

     


    내소사는 참 경치가 아름다운 절이다. 게다가 역사가 깊은 고찰이다.
    보물급 문화재도 제법 많이 보유하고 있는 이 부근 최고의 사찰인데 시간에 쫓긴다고
    그냥 지나쳤다가는 후회가 될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거의 20여분 정도 소요가 되었는가 보다. 다시 산행길로 나오니 일행들의 모습은 이미
    산속으로 사라져 버리고 어젯밤에 온 비로 질척한 흙길에 흔적만 남겨 놓았다.

     

     

     


    다시 마음이 급해졌다. 여러사람들이 둘때문에 시간낭비가 되면 그도 미안한 일이다.
    와이프와 둘이서 산악마라톤 하듯이 뛰었다. 그렇게 산 모롱이를 돌자 이쪽을 걱정스레
    바로보고 있는 분이 있다. 깨락지님이다. 배낭에 노란 깃발을 보니 아마 후미를 맡은
    운영진인 모양이다 싶다.


    갑자기 일행의 꼬리를 보니 숨이 막힌다. 다리도 뻐근해진다.
    그래도 이제는 일행과 같이 갈수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푸근해 진다.

     

     


    변화없는 오르막길을 숨가쁘게 오르다 보니 어느듯 청련암이다.
    누군가가 빙 돌아올라야 하는 길을 대나무 숲으로 질러 오르라고 한다. 냉큼 대밭에
    뛰어들어 대나무를 번갈아 잡으며 올라서 5분정도의 시간을 벌었다.


    여태까지의 콘크리트 오르막과는 다른 흙길 오르막을 오르는데 3분이 쉬고 계신다.
    깨락지님께서 같이 쉬어 가기를 권한다. 참외 하나를 얻어서 깍아 먹으니 세상에서
    그보다 더 단맛이 있을까 싶다.
    고도계를 보니 해발 300미터쯤 된다. 역시 바닷가 산의 특성이 그대로 들어난다.


    다시 출발했다.
    "어따~ 욕보요...어서 왔소잉?" 삼거리에서 만난 이 지역 산꾼들의 걸쭉한 사투리가
    무척이나 정겹게 들린다.
    세봉으로 착각한곳...조그만 산등에 쉬던 일행이 뒤에 온 일행을 위해 방을 뺀다.

     

     

     


    그렇게 도착한 진짜배기 세봉...해발 410미터...
    주변의 경관이 제법 시원하다. 곰소나루가 아스라히 보인다. 북쪽으로는 천흘산이
    날렵하게 보인다. 오늘은 날씨가 좋은 탓인지 산정에서 조망하는 경치가 좋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그냥 지나쳐 갔을지 모르는 세봉의 VIEW POINT...

    한마디로 경치좋고 사진 잘나오는 곳이라는 이야기다. 위의 무소유 사진은 남쪽으로

    내소사 쪽이고 밑의 사진은 북서쪽 이다.

     

    멀리 쌍선봉과 선인봉 등이 한눈에 들어 온다.

     

     

    부끄러운듯 숨어서 피고 있는 싸리꽃..

    산행중에 이렇게 만나는 야생화들의 아름다움에 바쁜 마음도 잠시 쉬어본다.

     

     

     

    관음봉을 가기전에 만난 또 다른 VIEW POINT....

     

     

     

    관음봉을 향해서 오르는 바윗길에서 만난 사공(蛇公)...

    권태로운 봄을 보냈는가 보다. 지나가는 등산객을 멀거니 보고 있다.

     

    뒤따라 오던 아테나님은 뱀과 여자는 서로 안 친하다고 하셨다.

    그러나 어쩌랴..태초의 이브와 뱀은 무척 친했다는 건 어쩔수 없지 않는가 말이다.

    이브와 뱀이 아담에게 선악과를 먹이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이 세상에는 벌거벗은 아담과 이브..그리고 뱀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권태로움도 같이 있었을테지...

     

    역시나 세상이 재미있는 것은 적당한 선과 역시 그만큼의 악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마침내 관음봉이다. 해발 433미터의 내변산의 주봉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산이 많은 나라에서 해발 433미터의 산이 그다지 주목을 받을건
    없지만 내변산은 참 아기자기한 산이다.
    여기서는 다시 재백이 고개를 목표로 출발을 했다. 계속 내리막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다음목표가 직소폭포이다 보니 산골에서 불어오는 바람소리가 마치 물흐르는 소리같다.

     

     

     


    직소폭포로 가는길에 헬기장이 있는데 이 헬기장을 지나면 왼쪽으로 130도 정도로
    꺽어져야 하는데 갈림길전에 탁트인 경치가 나왔다.
    이렇게 경치 좋은 곳을 차지하고 있는 산소가 하나 나왔다. 따지면 자연과 어울리지 않는
    까스라기 같은 풍경이다.
    사람들은 흙으로 돌아가는 순간에도 자연을 그대로 두지 못하는 모양이다.
    하루빨리 우리나라에 화장풍습이 일반화 되어서 우리 후손들을 즐겁게 해주었으면....

     

     

     

     

    내변산은 바위산이다.

    중간 중간에 만나는 이런 바위 절벽의 아름다움에 잠시 잠시 취하기도 한다.

     

     

    자연을 즐기는 방법이 왜곡된 사람들은 가끔씩 나무에 이렇게 오랫동안 깊은 흔적을 남긴다.

     

     

     

    일부 업자들이 정원수로 사용할 요량으로 인위적인 가지치기등으로 모양을 만든다고 한다.

    자연상태에서 모양을 만든 다음 어느 시기가 되면 채취를 해서 비싼값에 판다고 한다.

    국립공원이 이곳 내변산에도 역시 이런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다.

     

     

    현호색이다.

    이른 봄에 일찍 꽃을 피우고 져버려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꽃인데 늦은 봄인데도

    이곳에는 제법 눈에 뜨였다.

     

    연한 보라빛의 이 꽃은 무릎을 꿇고 가까히 보아야 제 모양이 보인다.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이란 이렇게 자신을 최대한 낮추고 보아야 오롯히 보이는 것이다.

     

    산행중에 잠깐의 이런 여유야 말로 산을 즐기는 자세일 것이다.

     

     


    마침내 만난 직소폭포의 비경이다.
    모두들 폭포를 보고 급히 내려간 동안 위에서 찍어보는 직소폭포의 모습도 멋지다.

     

     

    직소폭포는 내변산의 명소중의 명소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직소폭포만을 보러 오기도
    하는데 그만큼 사람들의 발걸음이 잦은데도 불구하고 주변 환경은 관리가 잘되어 있다.

     

    단순히 산악회를 따라 간다는 마음으로 나섰는데 창립산행이란다.

    마운틴산악회...

    무궁한 발전을 빈다.

     

     

     

    변산지역 4대 사찰중의 하나였지만 난리통에 없어진 실상사..지금은 다시 그 자리에

    법당하나만 단아히 서있다.

    미륵전이다. 부도도 남아 있다고 안내판에 적혀 있기는 했지만 일부러 찾아보지는 못했다.

    계속 구경하느라 사진찍느라 여유를 부린탓에 늘 늦어서 미안하던 탓이였다.

     

    다음엔 혼자서 차분한 시간에 역사탐방의 길로 다시 찾아야 될듯....

     

     

     

    실상사 앞 보리밭에서...

     

     

     

    내변산 매표소 주차장의 산행지도 안내판...

    우리가 스쳐지나온 산행길이 보인다.

     

    요즈음 말도 탈도 많았던 새만금에 잠깐 들렀다가 덕산읍내의 또순이식당(?)인가에서

    밴뎅이 찌개로 저녁을 먹는 일로 내변산 산행의 일정은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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