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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을 마시다..
70년대 후반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공돌이로 첫발을 디딘 사회는
육신은 매일같이 이어지는 잔업과 철야로 피곤에 쩔어서 파김치가
되어갔지만 해마다 갱신해가는 수출고의 기사에 고무되어 어쩌면
마음만은 희망과 뿌듯함으로 웃음이 떠날날이 없었지요.
80년대초...
딸라 벌여 들였다고 다독여 주던 세상 사람들이 기술자들을 버리던 때
였지요. 모두들 출세의 밑거름은 오로지 일류대학이고 사법고시..
의사..오로지 이런 사람들만 사람으로 취급 받던 시절에 최루탄 냄새를
맡으며 콜록이는 기침소리가 출근길의 친구였던 시절도 그때 였지요.
회사에서도 이제는 청작업복의 블루칼라들은 넥타이맨 화이트칼라에
쫓겨서 눈치밥을 먹어야 하던 때도 역시나 80년대 였습니다.
대학생이 데모하면 민주화고 기름쟁이들 데모하면 공돌이들 분수 따지던
그때의 설움은 대폿집의 소주 한잔으로 풀었던 생각이 아슴합니다.
갈곳이 없었고 어느쪽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던 기술자 생활이 어느듯
27년이 되어버렸는데 지금은 기술을 이을 뒷세대가 없다는 것이 아쉽습니다.
플랜트 철구조물 기술자 3세대가 되었지만 4세대가 없다는 겁니다.
젊은 사람이 오히려 구하기 어려운 산업구조가 되어버렸으니 결국은
너도 나도 중국으로 갈 수 밖에 없지요.
오십에 가까운 동기들이 아직도 현역으로 돋보기끼고 설계도면을 그리고
현장을 지휘하고 있으니 그나마 직업으로서의 수명은 길다고 하겠지요.
그 어려운 시절 잘가던 그 술집....
그 분위기의 술집을 발견하게 되어 갑자기 옛 생각이 나더군요.그때의 분위기와 너무 닮은 술집이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길래 와이프와
둘이서 오랫만에 추억을 한잔 마시러 갔습니다.
그 시절에 유명했던 테레비...
아버지가 명절날 외가에 갈때 꼭 들고 가시던 법주....역시나 고모부가
우리집에 오실때도 들고 오셨던 백화수복...
책가방...중학교 때는 무협지로 고등학교 때는 누런종이에 등사로 인쇄되었던
한국판 포르노 소설 빨간책으로 그득했던 추억의 가방..
그리고 벽을 장식한 무슨무슨 일보 몇일자...신문들...
밤이 깊으면 제일 걱정되는 것이 화장실을 가야 한다는 것이였다.
비라도 부슬부슬 내리면 처마끝에서 떨어지는 낙숫물소리에도 간이 쫄아들던
그 시절에 정말 고마웠던 물건...요강도 보인다.그때와 달라진것이 있다면 소주의 상표정도다.
또 그때에 비해서 먹거리들이 기름지고 윤기가 생겼다는 것일 것이다.마침 디카를 안가지고 간 터라 핸드폰으로만 찍었다.
역시나 200만화소라고는 해도 핸드폰의 폰카는 나름대로의 한계가 분명하게
있는 느낌이다.
와이프의 모습...역시나 반디불이도 한컷....
찍사는 와이프~~
아슴한 추억의 분위기에서 마시는 소주한잔의 맛은 달았다.
그 시절은 분명히 쓰디쓴 맛이였는데 내가 나이를 먹은 것일까..
아니면 세상의 맛이 변해버린 것일까...'이런저런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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