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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눈과 핑계거리
    딸들의 비망록 2006. 5. 17. 00:27


    첫눈과 핑계거리 
    2005-12-04 오후 5:42:52


    올해 들어서 눈다운 눈이 내렸습니다.
    첫눈이 이렇게 풍성하게 내려서 기분은 무지하게 좋아지는데
    월요일 아침에 출장길을 떠날 걱정이 조금 되기는 합니다..


    그래도 첫눈이란 늘 사람을 설레이게 하는 법이지요.


    나중에..
    조금 더 나이를 먹었을때 딸들이 시집을 가고 아이를 낳고
    그렇게 세월이 흘렀을때..
    "우리 아버지는 뭐했나 몰라?" 이런 원망을 듣지 않으려고
    자는 아이들 재촉해서 올해 첫눈의 추억을 만들어 주러 나섭니다.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었을때 처음 다가온 풍경입니다.
    어디에서 오는지는 모르겠지만 소담스런 눈들이 전해주는 행복하고
    풍족한 바이러스를 멀리 멀리 전했으면 합니다..

     

     

    늘 맨몸으로 살던 스테인레스 국기봉도 오늘은 그럴듯하게 왕관도 쓰고
    안젤리나 졸리가 맨몸위에 걸치던 하얀 모피같은 외투를 걸쳤습니다.
    조금씩 드러나 보이는 알몸이 제법 섹쉬해 보이는 군요..

     

     

    오랫만에 보는 눈 온 풍경입니다.
    베란다 창문에서 내려다 보면 보이는 풍경들은 다소 삭막하기는 하지만
    멀리 보이는 예배당 뾰죽지붕의 연두색이 오늘은 더욱 돋보이는 군요.


    예배당 앞으로 열차가 지나가면 좀더 다가오는 풍경이 될터인데 오늘은
    아직 시간이 안되었는지 어디선가 울리는 구급차와 견인차의 싸이렌만
    눈 온날의 아침 풍경에서 악센트처럼 자리 합니다.

     

    나중에 이 아이들이 나이를 먹어서 시집을 가고 아이를 낳고 했을 즈음에는
    아마 나도 기력이 쇠진해진 노인이 되어 있을 테지요.


    나중에 이 아이들에게 첫눈 온 날을 그냥 맹숭히 보낸 원망을 듣지 않으려고
    자는 아이들 채근해서 나서는 길입니다.
    세월은 마치 화살촉 날라가듯이 그렇게 빠른 것이어서 큰 딸은 대학교 수시에
    합격을 하고 나더니 요즈음 갈비집에 아르바이트를 나간다고 아침 일찍 나간터라
    작은 애 둘 데리고 나서는 길입니다.

     

     

     


    지붕에 눈을 털어 내려다가 팔이 좀 짧아서 애로 사항이 발생...
    그냥 달리면 되겠지 하고 두었습니다.


    조금있다가 내려온 와이프..


    "이왕 손 버린거 깨끗히 털지...남겨둘건 뭐유~"
    "첫눈이잔아!"
    (그래...팔이 짧아서 남겼다..왜..이말이 목젖을 타고 넘는걸 가까스로...)

     

     


    현충사로 가는 길입니다.
    와이프는 해발 700쯤되는 광덕산으로 산행을 하자고 했지만 나중에 딸들에게
    원망 안들으려면 이족으로 가야한다고 했습니다.


    지금 이길은 우리나라에서 으뜸되는 경치의 드라이브 코스로 알려진 곳입니다.
    보이는 나무들이 은행나무인데 가을에 노랗게 물든 이 길을 달리노라면 마치
    내 자신이 노란색 단무지가 된듯 합니다...

     

     

     


    주차장에서 현충사 입구로 넘어가는 오솔길입니다.
    오랫만에 눈을 보는 아이들은 아주 들떠서 난리도 아닙니다.

     

     

     

     

     

     

     

     

     


    현충사안의 여러 풍경들입니다.
    현충사내는 우리나라에서 정원의 모범이라 할만큼 잘 꾸며진 경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수학여행의 필수 코스가 된적도 있습니다만 세월이 흐르면서 이제는
    조그만 나무들도 고목이 되고 해서 아주 좋은 경치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봄..여름..가을..겨울중에서 가을과 겨울의 경치가 참 좋은 곳입니다.
    특히 눈오면 더 좋은 곳이어서 눈오면 자주 들리는 곳입니다.

     

     


    눈길을 걷고 있는 식구들..
    보살피고 보살핌을 받는 가족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지요.


    오늘의 이 작은 일상들이
    저 아이들의 추억창고에 아름답고 오롯하게 쌓혀가기를 바래봅니다.

     

     

    바람이 불었습니다.
    나무 가지에 쌓여있던 눈들이 푸르르~ 떨어져 눈보라를 만듭니다.

     

     


    우연히 펼쳐진 일기장에 막내가 이런 글을 적어 두었더군요..
    어제 눈이 펄~펄~ 내리는 밤에 말입니다.


    나는 눈이 오면 하고 싶은게 몇개 있다.
    1)...
    2)...
    3)....
    4)크리스마스 트리 만들어 보기..
    5)트리앞에서 가족들과 캐롤송 부르기..
    6)하얀 눈밭에서 눈 천사 되어보기..


    이중에서 네번째는 불교가 종교인 집안 분위기라 한번도 해보지 못한 것인데
    역시 아이들은 그런게 아닌가 봅니다.
    마침 치킨을 시키면 1,000원만 부담을 하면 사은품으로 트리를 준다고 해서
    시켜주었더니 아이들 어제 만들고 불도 밝히고 종도 달고 별도 달았습니다.


    조금만 신경을 쓰면 이렇게 아이들이 좋아하는 군요..


    조만간에 다가올 크리스마스에는 좀 연습을 해서 캐롤송도 한번 불러야 할듯
    합니다.
    크리스마스엔 캐롤송이 부처님오신날엔 연등이..늘 그렇게 평등함이 있는
    가정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6번째 하고 싶던 일...하얀 눈밭의 천사가 되어 보는 것입니다.
    눈밭에 누워서 날개를 퍼덕이며 나는 천사...
    기도해봅니다.
    늘 이 막내의 마음속에는 남을 먼저 생각하는 아름다운 천사의 마음이
    보석처럼 박혀서 영원히 빛나기를 말입니다.

     

     


    이놈이 중학생이 될때는 반디불이도 아마 50이라는 나이가 될겁니다.
    그때쯤에는 이렇게라도 응석을 부려줄지 모릅니다.
    세상의 일들에 찌들리고 힘들어져서 알알히 추억을 쟁여주지 못할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그러니 가능한 미루지말고 해줄려고 합니다.
    나중에..
    아주 나중에 이 한장의 사진을 보며 까르르~ 웃음 지을 수 있도록..

     

     

    ****************************** 댓글 *******************************

     

     한댜  2005-12-04 오후 9:35:26   
    첫눈의 추억만들기 성공하셨네요. ^^
    폭설이라는데 출장은 잘 다녀오셨는지...
    은행나무 길을 달리면 단무지 된다는 표현에 파안대소하고 갑니다. ^&^ 
     
      pisces  2005-12-04 오후 10:08:08   
    안젤리나 졸리의 모피외투라 함은, 툼레이더에서 입었던 그 하얀 모피 코트
    말씀하시는거죠?
    안테나 눈 쌓인것 보니 작년 겨울 부산의 폭설이 생각나는군요.
    집 안테나에 눈이 저만큼 쌓였죠. 신기하더라는..
    올 겨울에는 부산에서는 눈 구경 못하나보네요. 
     
      조조  2005-12-05 오전 7:44:21   
    오랜만에 포스트 구경합니다. 잘 지내시죠?
    좋은 추억거리 만드셨습니다.
    전 차 밀리는 게 질색이라 차 복잡다, 눈 많이 왔다 이러면
    그냥 집에서,, ㅎㅎㅎ 
     
      까뜩  2005-12-05 오전 9:21:11   
    왠지 오랜만에 보는 반디불님 블로그인듯...^^ 잘 지내시죠? ^^ 
     
      五江山 !  2005-12-05 오후 3:00:00   
    반디불님 오랫만이죠.눈구경 잘 했습니다.
    그런데 꼬마공주님 인상이재미있군요.하하하하~즐건 하루 되세요......^^ 
     
      다운이  2005-12-05 오후 3:26:32   
    마지막 사진 원츄.
    ㅎㅎㅎ
    눈에 젖은 부녀의 모습
    아이는 뭐에 삐친 모습일지 궁금합니다. 
     
      색종이  2005-12-06 오후 4:30:25   
    정말 마지막 사진은 영원히 추억이 될 사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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