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나
한잔....
2004-12-16 오후 5:18:29
우리집에서 아주 내밀한 곳입니다.
아날로그의 대명사인 진공관 앰프와 LP 플레이어 밑에는 요런 공간도 있지요.
자주 집을
비우는 데다가 짝꿍인 무소유가 커피를 좋아하는 탓으로 아주 가끔씩
茶를 즐깁니다.
차를 마시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편안한 마음입니다.
그릇이야 뭐 그닥 중요하지 않습니다.
제가 아끼는 이 차도구는
아마 큰 딸래미와 나이가 같을 겁니다.
이십년 가까이 호흡과 손때를 묻혀온 녀석입니다.
오래하다보니 지금은 안쪽은 찻물이 스며들어서 노르스럼 해졌고
안과 밖의 색상이 변했습니다.
지금 보니 오히려 훨씬
좋아보입니다.
다관도 데우고 찾잔도 씻어낼 요량으로 물그릇에 뜨거운 물을 붓고
잠깐 식혔다가 다관에 붓습니다.
그 다음에 찻잔에 물을
부은 다음 버리면 다관과 찻잔이 모두 따뜻한
온기를 간직하고 있지요.
그 다음에는 찻통에서 적당량의 차를 다관에 넣고 물을 붓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차는 중작(中雀)인데 지리산
야생차입니다.
지인이 선물로 준것인데 자주 즐기지 못해서인지 아직도 상당량이 남아 있습니다.
얼마전에 우리나라 차의 시배지인 하동의 쌍계사 부근을 지나다가 한통 사려고
했는데 아직 햇차도 다 소화를 시키지 못하고
남겨놓은 터라 그냥 왔지요.
사실 茶라는게 법도가 있습니다.
일본처럼 너무 격식에 얽매이게 되면 茶생활에서 남는 것은 형식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너무 격식이 없다면 그냥 맹물마시는 것처럼 마음에 남는게 없습니다.
그래도 자주 가르쳐서인 꼬마공주는 제법 격식에
맞추어 잘합니다.
아까 사진보다 찻잔이 하나가 더 놓인 이유는 큰딸이 합류를 했기 때문이지요.
차를 따룰때도 그냥 한잔에 좍~따라버리는게 아니라
조금씩 돌아가면서
잔에 따라서 모든 잔의 양이 일정하게 조정을 합니다.
옛날 중국의 유명한 고승이 계셨더랬지요.
어느날 멀리서 수도하던 젊은 스님이 들렀다가 스님에게 묻지요.
"스님! 道란 무었이며 어디에 있으며 어떻게 구할수 있는지요?"
"喫茶去!"
차나 한잔 마시고 가게! 이런 뜻입니다.
무슨 차한잔에 그렇게 거창하게 의미를 부여할건 뭐있나 하겠지만
의미없이 마시는
것보다는 훨씬 났겠지요.
평상심....
아마 그 고승이 가르쳐주고 싶은 것은 편안한 마음으로 공부하라는
그런 뜻이였겠지요.
찻잔에 차가 따루어지면 두손으로 찻잔을 들어서 배꼽쯤에 두고 색깔을
나름대로 음미합니다.
그 다음에는 죽~ 위로 당겨서
향기를 느낍니다.
그 다음에 꼬마공주의 자세대로 마시면 됩니다.
그래도 꼬마공주는 가르쳐준대로 익숙하게 아주 잘합니다.
큰 딸은 이런 격식을 무지 싫어해서 그냥 홀짝 마셔버리고 맙니다.
그래도 어느정도의 격식을 고집하는 이유를 나중에 이 아이들이 자라서
세상사는 心眼이 좀 열리면 이해 해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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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KA™ 2004-12-16 오후
6:27:40
저두 한잔 주세욤... ^^; 아 녹차향 좋~~~다~~~~~ ^^
눈물방울 2004-12-16 오후 6:57:58
다도는
정석으로 하려면 어려울거라 생각했는데...
역시 제대로 해야 깊은 맛이 더해 질것 같네여.
머그잔에 티백 넣어 마시는 차와는 비교가
안되겠죠? ....
목캔디 2004-12-16 오후
8:50:56
저두요.. 한잔 주셔요.^^
목이 아파 요즘은 유자차나 녹차 밖에 안
마시는데..
몸이 힘드니 바로 몸살이 오네요.
한빛장 2004-12-16
오후 9:43:29
세월의 앙금이 묻은 찻잔...
넘 좋아보이네요...
차를 마신다는 것이
쉽지가 않네요.
마음의 여유가 없으면 차란 어렵지요. 커피와는 접근이 다르다는 ...
한빛장은 커피는 속이 안 받아주고,
차는
마음이 안 받아주고...
건강하십시요 형님....
포항 오시면 한번 연락주시지 그리 어려우신지....
풀각시 2005-01-28 오전 9:53:43
차심박힌
찻잔이 보기 좋습니다. 격식에 얽매이면 형식만 남게 되고
너무 격식이 없다면 마음에 남는게 없다는 말 깊이 공감합니다.
pisces 2005-01-28 오전 10:05:06
저
차주전자 어디서 많이 보던거다 싶더니 사무실에 있는거네요.
전 예전에 녹차 즐기는 편이었는데 요즘은 화장실 자주 가기 싫어서
그냥
뜨거운 물 마셔요..ㅡ.ㅡ
영두리 2005-01-28 오전
10:08:41
반디불님의 차 이야기를 보고 나니 녹차가 끌리네요.
아쉬운대로 티백 녹차로라도
시작해야겠네요.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