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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빚잔치 하는 중...딸들의 비망록 2006. 5. 12. 11:50
사랑의 빚잔치 하는 중...
2004-12-11 오전 10:53:46
누구의 동화였던가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완두콩을 심었는데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완두콩이 자라서 구름을 뚫고 하늘로
올라갔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가끔씩 오래된 앨범을 정리하다가 또는 초등학교 앨범을 우연히 보거나
오래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뒤적이다가 삐져나온 오래전 사진들에서
완두콩의 동화를 생각할 때가 있다.
그것이 세월의 힘이리라...
분명히 갈길이고 누구나 가는 길이며 현재도 가고 있는 세월속에서
지나간 추억을 반추케하는 한장의 사진에서 "아하~벌써 이렇게..."라고
느끼게 될 때가 많다는 것은 어느듯 중년이 되었다는 이야기의 반증이다.아마도 이 사진을 찍었던 때가 큰 딸 상아 (블로그엔에서는 아상이다)가
세살쯤이 아니였나 싶다.
그때나 지금이나 경주의 불국사 앞에는 벚꽃이 참 보기 좋았다.
차도 없던 시절에 포항에서 버스를 타고 경주에서 다시 버스로 갈아타고
나들이 간 불국사앞이다.
참으로 험난했던 결혼을 전후한 1년...결혼전 1년과 결혼후 1년은 와이프가
마음고생을 참 많이 했다.
거의 만삭에 이른 몸으로 결혼을 했으니 그 동안의 마음고생이야 어찌
필설로 표현하랴 싶다.
결혼 1달만에 출산을 한 놈이 저 녀석이다.
와이프의 마음고생탓으로 편안한 태교를 이루지 못했던 탓인지 다른 아이들
보다 적은 몸무게로 세상에 나온 녀석인데 오히려 지금은 또래들에 비해
훨씬 커져 버렸다.
성격이 나를 닮아서 인지 편안한 태교가 부족했던 탓인지 산모의 마음고생
탓인지 조금 모나고 고집불통인 성격이 단점이지만 별탈없이 큰 병치레없이
자라주어서 고맙기만 하다.
결혼 전과 후의 1년..거의 2년동안은 우리부부에게는 참 시련이 많았다.
남들처럼 알콩 달콩한 신혼도 보내지 못했다.
어쩌면 신혼은 없었다고 표현하는게 더 어울릴지 모르겠다.
그 어려움의 버팀목이 되어준것이 있다면 아마도 큰 딸일 것이다.
나를 믿고 그 인고의 세월을 버텨준 와이프에게 나는 많은 빚을 지고 있다.
살아가면서 조금씩 갚아가는 중인데 사랑의 빚은 이자가 너무 쎄서
그동안 많이 갚은것 같은데도 아직 원금이 많이 남아있다.동화속의 완두콩처럼 처음 태어나 조그마하고 까만 몸을 보여준지가
마치 엊거제같은데 벌써 훌쩍 자라버렸다.
이 녀석 밑으로도 새로운 부록이 두꾸러미나 생겼다.
그 동안 와이프도 나이를 먹었고 나도 나이를 먹었고 옛추억만 차곡히 남았다.
세월은
늘 우리를 앞으로 끌고 가고 있고
늘 우리는 추억의 그 늪을 그리워하며
목이 긴 사슴처럼 눈물이 그렁한 눈으로 뒤돌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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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2004-12-11 오전 11:50:05
글이 참으로 맛있(?)네요.. 사랑의 빚은 이자가 너무쎄다....등등..
너무나 감동적이에요..^^
목캔디 2004-12-11 오후 2:09:23
아무리 봐도 반디불님네 주무대가 경주쪽이네요.^^
아직 시간이 많이 있으니 천천히 무소유님께 갚으세요.
좋겠다. 무소유님 빚받을 것도 있고..ㅋㅋㅋ
kate 2004-12-11 오후 6:34:08
반디불님의 가족의 대한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글이네요.^^
저도 감동먹었습니다.ㅎㅎ
가족들과 함께 앞으로도 좋은추억 많이 많이 만드시며 행복하시길...
즐거운 크리스마보내시구요.^^
pisces 2004-12-11 오후 10:47:11
무소유님, 이런건 이자 세게 쳐도 된다는....
이런걸 악덕사채업자라고는 할수 없을테고 뭐라고 해야할까요..
pris 2005-04-14 오전 10:54:06
오늘은 맘먹고 앉아 반딧불님 댁 모든 포스트를 하나씩 다 섭렵하고 있어요.
...'주옥같은 글'이 따로 있는것이 아닙니다.
^^;; 아침부터 삭막했던 제 마음이 스르르 녹습니다.
반디불님은 존경하지 않을수가 없습니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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