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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딸들아~ 정말 미안하다!
    딸들의 비망록 2006. 4. 30. 23:51

    블로그앤 사이트가 없어지면서 옮기는 글


    딸들아~ 정말 미안하다! 
    2003-09-07 오후 1:46:52

     


    오늘은 비오는 일요일이다.
    사실은 어제 자은이 운동회날까지도 내가 당직인지를 몰랐었다.
    메모의 습관이 되어 있지 않은 아빠의 단점이 드러난 것이지...


    마침 오늘은 회사에서도 대부분 쉬고 몇 사람만 나와서 일을 하고 있어서 한산함
    느낌마져 주는 구나.
    그 한산함속에서 창문으로 비 떨어지는 소리에 참 여러 가지 생각이 나는 구나.


    아빠의 어렸던 시절에는 그야말로 똥꼬가 찢어진다는 말이 실감날정도로 가난했었단다.


    할아버지는 밀가루 공장에 다니시면서 열심히 일하셨고 밤에 야근이 있는 날이면
    아침에 퇴근하셔서 한숨주무시고 두세시간 집의 담이자 언덕이던 그곳을 파놓으시면
    아빠는 학교가 파하면 친구들과 노는 사치를 즐길 틈이 없이 집으로 와서 양은 세수대야에
    그 많던 흙을 담아다가 동네 공터에 갇다 버려야 했지.


    왜냐하면 할머니는 농사를 맡아 하셨기에 논에 나가계시거나 밭에 계시거나 또는 30리길을
    걸어서 나무를 하러 가셨기에 그 나머지 일들은 아빠가 할 수밖에 없었단다.


    흙을 버릴때 손으로 대야를 들면 많이 담을수가 없어서 주로 머리에 이고 갇다버렸는데
    동네어귀에서 자주 만나던 같은 반 여자애만 보면 얼굴이 달아 오름의 그 창피함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단다..가난이 죄가 아니고 게으름이 죄라는 생각을 갇게된 지금에도...


    학교에서도 월사금을 면제해 주었는데 남들이 내는 월사금이 그때는 참으로 부러웠단다.
    아빠의 국민학교6학년때와 중학교1~2학년때에는 학교에서 사오라는 참고서가 참 많기도
    했었단다. 뻔히 돈이 없는줄을 아는 내가 할머니한테 말도 못꺼내고 아침이면 흙돌담길
    골목을 걸어나오면서 흘리던 그 눈물의 가슴저림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기에
    너희들에게만은 그런 설움을 안주려고 노력을 하고 있단다.


    오늘 점심때 회사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국가 채무가 지난 5년 동안 외환 위기 등을 거치며
    세 배도 넘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는 뉴스를 듣자 이미 기성세대가 되어버린 아빠가
    미래의 주인인 딸들에게 지금 이 말을 남겨두어야 될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구나.


    뉴스는 이렇게 전하고 있다.
    재정경제부가 7일 한나라당 김동욱 의원에게 제출한 `국가 직접 채무 및 보증 채무 현황`에
    따르면 우리 나라의 채무는 작년 말 현재 236조1천억원으로 지난 97년 말의 73조3천억원에
    비해 무려 3.2배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국가 채무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7년 말의 16.2% 에서 작년 말에는 39.6%로 23.4% 포인트나 뛰었다.
    이 가운데 중앙정부의 채무와 지방정부의 채무 등을 합한 국가 직접 채무는 같은
    기간에 60조3천억원에서 133조6천억원으로 73조3천억원(120%)이 늘었다.


    김 의원은 `여기에 국채 발행으로 해결해야 할 공적 자금 회수 불가분 36조원과 통화안정
    증권 100조원, 국민연금 책임준비금 부족분 200조원 등을 감안하면 우리 나라 재정은
    파탄 상태`라고 지적하고 `재정 안정을 위해 국가 채무 증가 억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로 뉴스는 끝맺음을 하고 있다.


    딸들아..너희들도 알다시피 아빠는 공고를 졸업하고 여태껏 직장생활을 해왔다. 참으로
    열심히 일했단다. 야근도 많이했고 아빠의 젊은 날은 어디에 내어놓아도 떳떳하다 할만큼
    부지런히 일했고 엄마는 알뜰하게 살림을 했다. 그러나 아빠나 엄마는 남들이 다한다는
    재테크(부동산...주식..)는 아예 낱말조차 쳐다보지 않았던 탓에 겨우 집한채와 딸셋밖에
    없지만은..아빠는 지금의 생활에 만족하면서 살고 있다.


    한가지 진정으로 너희들에게 미안한 것은 아빠와 같은 동시대의 사람들..너희들에게는
    기성세대가 되겠지..이들의 잘못으로 저렇게 많은 빚을 지우고 있다는 것이란다.


    작년 뉴스에서 국민1인당 1200만원의 빚이 있다고 하니 우리 식구들은 6000만원의
    빚쟁이가 된셈이다. 독신자면 1200만원인 빚이 식구가 늘어나면 빚도 늘어나는 셈이니
    아기가 새로이 태어나도 더 이상 축하할일이 되지 못하는 나라를 지금 주류인 아빠세대가
    만들었다는 자괴감에서 이글을 쓴다.


    어제밤에 상아가 이야기한 독신으로 살고 싶고..결혼하여도 아이는 갖지 않겠다는..
    그 말이 번뜩~하고 뇌리를 스치는 구나.


    훗날 아빠는 사회에서 은퇴를 하고 너희들이 이사회의 기성세대가 되었을때 그 때에 사회의
    화살이 역사의 화살이 은퇴한 노인들에게 날아 올지 모르는 일이다.


    이 글을 읽고 하나만은 알아주기 바란다. 대다수의 이시대 지금의 기성세대는 아빠처럼 열심히
    일을 했고 어려운 시절도 보냈으며 무언가 해볼려고 노력했었다는 것을...


    세딸에게 몇천만원씩의 사회빚을 안겨주는 아빠가 너희들에게 사과하마..미안하다..


       2003년  9월 7일 비오는 일요일 회사에서 아빠가...


    ************************************ 댓글 **********************************


    악재수집  2003-09-07 오후 2:00:27    
    휴일인데 당직땜에 사무실에 나오셨군요. 반디불님. ^^ 
     
      반디불  2003-09-07 오후 2:02:06    
    예..악재님..휴일은 회사에 콧베게도 안보이는 저인데..오늘은..사실 시골장에 갈려고
     계획세웠는데..그렇게 되었네요.. 
     
      악재수집  2003-09-07 오후 2:03:29    
    당직실에 TV는 잘 나오는지? 아랫목은 따땃한지... 
     
      반디불  2003-09-07 오후 2:05:22    
    그냥 사무실에서...TV는 식당에서...익슬림용 삼각대 마운트를 방법중이라서.. 
     
      pris  2003-09-07 오후 2:29:19    
    반딧불님 따님들은 정말 행복하겠어요...많은 스타일(?)의 아버지들 중에서 반딧불님처럼
    자상하면서도 확고한 모습의 아버지가 단연 으뜸일것입니다.
    좌지우지 하지 않고 늘 한결같은 모습이 바로 반디불님의 최고자산이 아닐까요?
    우리나라 아버지들, 화이팅! 
     
      제다이  2003-09-07 오후 7:46:28    
    1인당 30%를 넘었다고 하네요 ㅠ.ㅠ 
     
      마우스  2003-09-07 오후 10:46:51    
    저두 동감합니다... 
     
      꼬마공주  2003-09-17 오후 8:10:08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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