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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현장소장의 하루작은詩集 2006. 4. 28. 00:12
현장소장의 하루
아침 7시 40분
동쪽으로 막 떠오던 햇발에
반짝이는 먼지들이 하루를 연다.
오전 8시 정각
안전벨트 매!
안전모 안써?
최씨! 박씨! 이쪽으로...
거기..좀 더..오른쪽으로...
씨팔~ 거...좀...똑바로 하쇼..
아침 여덟시 현장
시작은 항상 피멍 든 악다구니다.
정오
회색빛 콘테이너
달구어진 열기는 가마솥이다.
그래도 삼천원짜리 배달 도시락
달디 달다.
새로 돌아온 1시 정각
두사람 어니갔어?
근무시간도 모르나..제길...
노가다도 염치가 있어야지..
잔소리 몇 마디에
십장놈 눈깔에 흰자가 끼인다.
오후 8시 정각
서로의 눈동자에 서린
고달픔이 보이지 않을 어둠이 와서야
마침내 하루가 끝났다.
오늘도 며칠 전 처럼
주루룩 주루룩 비가 내린다.
550ml 맥주 한 캔
오징어 칩 한 봉지
허전한 옆구리에
낡아버린 채권가방처럼 무겁게 끼고
물침대 여관에 들어왔다.
하루의 공해가 농축되어
붉은 코피가 터진다.
오늘은
비가 오는 탓인지 지혈이 늦다.
내일의 치열함이
꿀렁 꿀렁
물침대 위에서 멀미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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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을 줄잡아 서너번 정도는 짧게는 2주에서 길게는 두달 가량 정도씩 공사현장에
소장으로 나가서 근무를 하게 된다.
올해는 그나마 짧게 1주일정도 그런 일이 있었다.
공사현장에 소장으로 나가면 싸워야 할것들이 많다.
첫째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어느 공사이던지 주문하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고 더불어
언제까지 완료하기로 한 약속이 있게 마련이다.
산업현장이라는 것이 재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 주 임무이고 그렇다 보니 시간은 곧
돈이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곳이다.
이 시간과 싸우기 위해서는 마음에 없는 욕도 해야하고 격한 동작도 해야 한다.
두번째로 힘든 싸움이 사람과의 싸움인데 사람마다 특색과 특성이 다르다 보니
어떤대는 근사한 연극배우가 되어야 하기도 하는 것이다.
세번째는 돈과의 싸움이다. 늘 정해진 일정한 금액을 가지고 사람과 재화를 적절히
조화를 부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잘못하면 회사가 손해를 보게 되므로 결국엔
현장소장의 능력을 체크하는 바로미터가 되는 것이다.
제일 괴로운 것이 오후에 비가 오는 일이다.
아예 새벽부터 비가 와버리면 하루 놀리면 될일인데 오전에 멀쩡하던 날씨가
갑자기 오후부터 죽죽~ 내리면 하루품을 주고 놀려야 되기에 큰 낭패가 아닐수 없다.
그러니 하루를 마치고 여관에 들어와 두세번씩 보아야 직성이 풀리는게 뉴스타임의
말미에 해주는 일기예보 인 것이다.
가끔씩 오래된 책을 다시 읽으려고 책장을 파라락~ 거리다가 보면 뜻하지 않게 옛날
넣어둔 쪽지를 발견하거나 낡은 지폐를 발견했을때 그 기분이란 어찌 표현하랴..
나는 메모를 잘 한다.
시상이 생각나거나 특별한 일들은 가능하면 메모를 해두고 있는데 수첩같은데다 하면
이상적인데 그런게 없을때는 아무 종이쪽에다 해서 호주머니의 여기저기 찔러 넣는다.
이것 저것 정리하다가 몇달전에 포항에서 몇주 지냈던 흔적이 나왔다.
읽어 보니 새롭다.
현장소장으로 근무할때는 반디불이 이 모습입니다.
휴대폰으로 셀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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