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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에는
섬진강에는 소리가 있다.
따글 따글~
꿈꾸는 자갈들
몸부림치는 소리가 있다.
섬진강에는 소리가 있다.
따글 따글~
반짝이는 물너울에
온통 심란한 솔방울
설레여 흔들리는 소리가 있다.
섬진강에는 소리가 있다.
따글 따글~
여름 햇살에 절로 여무는 대나무
마디마다 세월 새기는 소리가 있다.
섬진강에는 소리가 있다.
따글 따글~
밤마다 꽃닢 벌린 달맞이꽃
달보고 웃는 소리가 있다.
섬진강에는 소리가 있다.
따글 따글~
밤을 도와 자라 여물고
밤이면 짝을 짓고
밤에만 알을 낳는
재첩들 살아가는 소리가 있다.
섬진강에는 소리가 있다.
따글 따글~
섬진강 사람들
하동 팔십리 구비마다 갈앉은 삶
밤색 고무다라이,
긁어 담아 내는 소리가 있다.
섬진강에는 소리가 있다.
따글 따글~
따글 따글~
삶을 긁어대는 소리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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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담양에서 시작되어 구비 구비 남도사람들의 애닯은 소리를 조금씩 녹이며
때로는 급하게 때로는 유장하게 지리산 물과 몸을 섞기도 하고 구례..곡성의 들물도
품으며 흘러내려서 하동쯤에 이르면 출산예정일을 넘긴 임산부처럼 한껏 배가
불러졌다가 바다를 만나면서 비로소 섬진강은 몸을 풉니다.
내가 태어나자 할머니는 내몸과 같이 나온 탯줄을 삼베로 잘싸고 옹기에 넣어서
낙동강이 바다의 짠물과 만나는 갈대밭에 잘 묻었습니다.
대개 산에다 묻는데 우리 할매는 용왕님의 은덕을 입으라고 갈대밭에 묻었습니다.
그래서 일까요?
나는 늘 바다를 그리워하고 강은 고향과 같습니다.
낙동강은 언제나 아버지 같습니다. 섬진강은 언제나 기대고 싶은 어머니의 품과
같아서 자주 찾게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섬진강의 상류인 곡성이나 구례쯤에서 강변에 물끄러미 앉아 있노라면 따글거리며
조약돌들이 구르는 소리가 납니다.
꿈을 향해 달려가는 우리들처럼 어디론가 물살에 실려가면서도 연신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아이들처럼 느껴질때도 많이 있습니다.
하동 팔십리....
하동사람들은 강바닥을 따글~거리며 긁어야 삶을 살아갑니다.
그렇게 삶을 건져 올려서 큰 놈 결혼시키고 집도 사주고 작은놈 대학보내고 막내앞으로
적금도 들어두는 것입니다.
아~ 또 섬진강이 그리워 지는 군요...'작은詩集'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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