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먹는 연밥
코끝이 시리다.
참으로 징하게
살아 온
삶들의 파편들
그 조각들을
멀거니 본다는 것은
첫서리에 경련하는
목덜미 만큼 시렵구나.
스쳐가는 세월
그 흔적들 보인다는 건
태우지
못한 번뇌
아직 흥건함이며
여름 내 따가운 햇살
그 漂白의 단근질에도
빛이 바래지지 않았음이다.
명치 끝 아프다.
갈것들 모두 가는 이
가을에
아직도
가슴에 남은 사랑이 있다는 건
내가 살아
더 많은 흔적 남겨야 하고
좀더 시리고 아파야 한다는
것.
부럽구나.
알맹이 뱉어 버리고
미련없이 썩어
가는
그 용기
다시 보니 부럽기만 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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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말이지요..이런 생각한적 없나요?
우리들을 옥죄고 있는 수많은 속박과 시간적 제약과
정신적..물질적인
어려움들에서 불현듯 벗어나고 싶어 질때...
어떤때는 잊어질까 해서 소줏잔을 기울여 보지만
소줏병이 늘어나는 갯수만큼...아니 어쩌면 그 두배로 더
간절히
생각난다는 거 말입니다.
지는 낙엽이나..물에 잠긴채 썩어 가는 연밥들...
그래도 저들에게는 늘 희망이 있는 법이지요.
내년 봄이면 새싹이 움을 티울것이고 연뿌리도 진흙 아래서
지난한
겨울을 그렇게 날터이지요..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고 또 봄이 오겠지만...
우리의 삶이란 한번 가면 오지 못할 것이니 숨쉬는 순간
순간이
애절하고 간절합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제 가슴속에도 노쇠한 말불알같은 사랑이 숨어
있었습니다.
후후~~ 불을 지펴서 다시금 빨갛게 물들 희망을
본것이지요.
어느날 사라진듯했던 그 사랑의 불씨가 가슴의 한곁에 그렇게
숨어서
있더라는 겁니다...
이제 가을을 보내야 겠지요...
아니 아직은 조금더 붙들고 있을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