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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詩- 세월 먹는 연밥
    작은詩集 2006. 4. 26. 00:04

     

    세월 먹는 연밥
     

    코끝이 시리다.
    참으로 징하게
    살아 온 삶들의 파편들
    그 조각들을
    멀거니 본다는 것은
    첫서리에 경련하는
    목덜미 만큼 시렵구나.

    스쳐가는 세월
    그 흔적들 보인다는 건
    태우지 못한 번뇌
    아직 흥건함이며
    여름 내 따가운 햇살
    그 漂白의 단근질에도
    빛이 바래지지 않았음이다.

    명치 끝 아프다.
    갈것들 모두 가는 이 가을에
    아직도
    가슴에 남은 사랑이 있다는 건
    내가 살아
    더 많은 흔적 남겨야 하고
    좀더 시리고 아파야 한다는 것.

    부럽구나.
    알맹이 뱉어 버리고
    미련없이 썩어 가는
    그 용기
    다시 보니 부럽기만 하구나.

     
    ******************************************************************
     
    가끔씩 말이지요..이런 생각한적 없나요?
    우리들을 옥죄고 있는 수많은 속박과 시간적 제약과 정신적..물질적인
    어려움들에서 불현듯 벗어나고 싶어 질때...
     
    어떤때는 잊어질까 해서 소줏잔을 기울여 보지만
    소줏병이 늘어나는 갯수만큼...아니 어쩌면 그 두배로 더 간절히
    생각난다는 거 말입니다.
     
    지는 낙엽이나..물에 잠긴채 썩어 가는 연밥들...
    그래도 저들에게는 늘 희망이 있는 법이지요.
    내년 봄이면 새싹이 움을 티울것이고 연뿌리도 진흙 아래서 지난한
    겨울을 그렇게 날터이지요..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고 또 봄이 오겠지만...
    우리의 삶이란 한번 가면 오지 못할 것이니 숨쉬는 순간 순간이
    애절하고 간절합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제 가슴속에도 노쇠한 말불알같은 사랑이 숨어 있었습니다.
    후후~~ 불을 지펴서 다시금 빨갛게 물들 희망을 본것이지요.
    어느날 사라진듯했던 그 사랑의 불씨가 가슴의 한곁에 그렇게 숨어서
    있더라는 겁니다...
     
    이제 가을을 보내야 겠지요...
    아니 아직은 조금더 붙들고 있을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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