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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앤 사이트가 없어지면서 옮기는 글
내이름 석자..
2003-12-07 오후 11:15:04동네 목욕탕에 갔더랬습니다.
제법 큰 시설들에만 다니다가 이사한 집이 바로 앞에 목욕탕이 있어서
오랜만에 가족들이 모두 그곳으로 갔습니다.
뜨거운 탕에 들어앉아서 시원함을 느끼는 것..이로써 저도 이나라에서
쫓겨나야 마땅한 기성세대에 편입이 되어 버린 느낌입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온 듯한데 아들래미한테 성까지 포함한 이름석자를
또렸하게 부르는 소리가 들려서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잠깐동안 단상에
빠져서 헤매다 왔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이름 석자..김...대...근...
큰대자에 뿌리근자..아마도 장남이다 보니 그렇게 지어주셨나 봅니다.
과연 이름대로 되었는지 또 될 수는 있을런지 가늠치도 못하면서 세상을
살고 있지만 말입니다.
그 이름 석자가 온전하게 불리웠던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어릴 때는 아버지는 그냥 `근아~`라고만 불럿습니다. 어머니를 부를때도
이렇게 부르셨는데 동생들은 `성근아~`또는 `영근~`이라고 부르셔서
`근아~` 이렇게 부르시면 5남매중에서 저를 부르는 줄 알았습니다.
학교에서 출석을 부를 때에는 3자를 모두 불리웠군요.
그러나 친구들은 이름보다는 별명으로 많이 불렀지요.
`빼빼~~`,`깜상~~`이 국민학교 다닐 때 주로 불린 별명이였습니다.
동네 아줌마들은 `탱자나무 큰아들~`로 자주 불렀습니다.
고등학교때는 `제도~`로 불리웠지요.
공고를 다녔는데 기계제도를 유난히 잘해서 기능올림픽 지역예선까지
학교대표로 나가다보니 그렇게 불렀습니다.
회사를 다닐 때도 쫄따구때는 제이름 석자를 온전하게 불리웠습니다.
뒤에 직급이란걸 달게되면서 또 이름은 잊혀져 갔습니다.
`김계장~`부터 김대리..김과장..김차장..이렇게 말이지요.
또 앞으로 김부장..김이사..이렇게 변화가 되어 가겠지요.
요즈음은 특히나 더 합니다.
제 하루를 보면 얼마나 제이름이 잊혀져 있는지 알겁니다.
아침에 알람이 웁니다. 이리저리 뒤척이며 자리보전을 하고 있으면 와이프가
`상아아빠~~` 또는 `여보~` 하고 깨웁니다.
아이들도 일어나서 준비를 하면서 단지 `아빠~`라고만 부르지요.
문을 나서서 계단을 내려오다가 만나는 동네아줌마는 `502호 아저씨`로 부릅니다.
마치 죄수번호 같군요...502호 아저씨~~~
회사를 가기 위해 시동을 켜고 무전기의 주파수를 콜주파수에다 놓습니다.
출발을 해서 회사가는 30여분동안 재수가 좋은 날은 한 두사람과 교신을
나누게됩니다.
여기서는 그냥 DS5TUJ/3로만 통합니다.
이 세계의 사람들은 아산에만 통틀어 200여명과 알고 있는데 그분들의 대부분이
제 본명은 콜북이라는 회원명부를 보아야만 알테이고 그냥 DS5TUJ/3로만 알지요.
DS5TUJ/3 XYL(와이프를 이름)...DS5TUJ/3 딸래미...DS5TUJ/3 차는 카니발이지?..
DS5TUJ/3 동네까지 모든 것들이 DS5TUJ/3..이 기호로 통합니다.
회사에 출근하면 상사나 아랫사람이나 모두 김차장이 제 이름인줄 알지요..
거래처에서 전화가 와도 김차장을 찾습니다..제가 전화를 할 때도 있지요.
`안녕하십니까? 김대근입니다!`
`아~~ 김차장님...` 이렇게 나옵니다.
회의다 뭐다해서 바쁜 1시간여를 지내놓고 나면 조금 짬이 생깁니다.
그러면 블로그를 들어가지요..
여기서는 반디불이 제 이름입니다. 제대로 된 반딧불을 누가 쓰고있어서
정해진 반디불..여기서는 제 이름이 반디불로 둔갑이 되었습니다.
세이클럽도..야후에도..엠에스엔에도 모두 반디불로 통합니다.
가끔 개인업무로 시내를 나오기도 하는데 없는 주차장에 틈을 보아서 주차를
해두고 일보다보면 받는 전화에서는 또 이렇게 불리기도 하는 군요.
`저~~ 8270 차주님 되시지요..`
퇴근을 합니다. 오늘은 약속이 있군요.
연말이 다가오니 나가는 단체에서 결산준비 때문에 여러사람을 만나야 합니다.
이어지는 뒤풀이자리에서 쐬주잔을 기울이면서도 부르는 이름이 따로입니다.
`DS3CGH 오엠! 한잔받아요!``DS5TUJ도 먹어요..나만 주지말고...`
매사 이런식입니다.
집에 돌아와서 접속한 블로그에도 산사랑..제다이..별이..로린..악재수집..등등
모두가 부르는 이름이 따로이 있습니다.
최근에 잊어 버리고 사는 제 이름석자...생각해보니 오늘도 단 한번도 불리웠던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실없이 가끔 와이프를 부를 때 `이경미~~`하고 불러줄 때가 있습니다.
이런 내생각을 알리없는 우리 와이프는 그냥 이럽니다. `에구~~ 언제 철들어..`'이런저런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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