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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시린 성묘길이런저런 이야기 2006. 4. 21. 23:35
블로그앤 사이트가 없어지면서 백업하는 글..
가슴이 시린 성묘길
2003-09-15 오전 12:42:05
설..추석..이런 명절이면 어느 집이나 조상이 묻혀있는 산소를 찾아서 성묘도 하고
절도 하고 합니다. 그렇게해야 어쩐일인지 마음의 한구석이 개운해집니다.
올해 추석에도 동생들과 아버지를 모시고 성묘겸 인사를 드리고 왔습니다.
산소에 갈때마다 여러 묘들중에서 유난히 가슴을 시리게하는 묘중의 하나입니다.
이묘의 주인은 저에게는 삼촌이 되는 분으로 아주 젊은 나이에 공병대 대위로 순직했습니다.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탓으로 유공자는 될수 없었지만 유복자만 달랑 남겨두고 가시는 바람에
또 그 유복자였던 형제는 이민을 떠나버리고 결국은 좀 촌수는 멀지만 우리가 관리해서
모시고 있는 묘입니다.삼촌의 산소에서 산을 두개를 넘어야 할아버지 산소가 나오는데 그 중 하나를 넘어면 나오는
고개인데 바람고개라고 하는 곳입니다.
예전에 아버지가 나무하러 다니실때 바람이 너무 불어서 나뭇짐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는
고개입니다.
지금은 제법 나무가 울창한데 그때는 아예 민둥산이였으니 그 바람의 세기야 대단하였을
테지요. 아무리 나뭇짐을 잘묶어 놓아도 이 고개에서는 여지없이 바람에 나뭇짐이 비끌어
지거나 아예 풀려서 다시 추스려야만 무사히 내려올수 있었다는 곳입니다.
그 고생을 생각하면 좀더 잘해드려야 하는데..그동안 늘 속만 썩혀드리는 것 같아서 가슴이
짜안합니다. 일부러 아버지와 나란히 발맞추려고 천천히 걸음을 걸어도 답답한 아버지의
걸음이 더욱 저를 가슴아프게 하는군요..
우리 할아버지 무덤 조금 옆에 예비군 참호의 모습입니다. 시야에 보이는 구조물들을 약도로
표시해 두었군요...
묘비석도 상석도 없는 우리 할아버지의 무덤입니다. 한많은 인생을 사셨던 그런 분이십니다.
대대로 훈장을 하던 집안에서 셋째아들로 태어나서 큰형은 만주에서 둘째형은 시베리아에서
이분 저희 할아버지는 일본에서 돌아가셨지요..
겨우 자그마한 상자에 담긴 가루로 돌아오셔서 당시 겨우 8살이던 아버지를 맡기로 하였던
큰집의 무관심으로 이렇게 초라한 무덤을 가질수 밖에 없었던 분입니다.
사실 몇번을 어떻게 해보자고 형제간에 의견을 모았어도 어르신들이 무덤은 함부로 손을
대는게 아니라고 만류하시는 터라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야 얼굴도 뵙지못한 할아버지이지만 굴곡많고 한 많았던 우리 근,현대사의 한 단면을
이분을 통해 조명하는것 같아서 이앞에 서면 왠지 울적해집니다.할아버지 산소에서 내려와 차를 타고 30분이상 가야하는 김해에 할머니 산소가 있습니다.
공원묘원에 계시지요..
얼마전에 할매가 만들어준 염주라는 제목의 블로그를 통해 이야기한적이 있는 우리 할매의
산소입니다. 제가 맞손주이기는 하지만 임종을 지켜드리지 못했고 삼촌과 같이 사신터라
즐겁해해드린 기억도 없습니다.
우리 할매도 참 불쌍한 분입니다. 시아버지가 훈장이셨던 탓에 가난한 살림에 고생하다가
할아버지가 그렇게 외지로 다니시다 결국은 일본의 탄광에서 돌아가시고 나서 나온 보상금을
반으로 나누어서 큰집에 아버지를 맡기시고 삼촌만 데리고 재가하셨다가 후일 돌아오셔서
평생 아버지와 따로 사셨지요. 입소문으로 들은 아버지의 고생소식에 가슴에 병이 드신
분입니다..아버지는 아버지대로 가슴에 원망이 쌓여서 평생을 괴로워 하셨고 돌아가시고
나서야 마음을 푸셨지만...
우리 할매의 산소는 제손으로 잡았지요..공원 묘원에 와서 제일 따뜻한 곳으로 잡아드렸습니다.
평생을 춥게 사신 분이니 산소나마 따뜻한 곳으로 해드려얄것 같아서...하하하~~~우리 모두 한참을 웃었습니다.. 우리 할매 산소 바로 아래산소인데 처음에는 산소에
데려온 아이들이 장난을 친줄 알았습니다..
자세히보니 향을 피울데가 마땅치 않아서 빨대를 멋지게 향꽂이로 이용했군요...
머리를 좀 굴린티가 나지요..
올 설에도 또 이자리에 서면 가슴이 짠 해지겠지요..제가 좀 여려서 그런지 위에 세분의 조상님은
늘 저를 짠하게 만드시는 분입니다..'이런저런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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