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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분간의 가을 나들이이런저런 이야기 2006. 4. 21. 21:46
블로그앤 사이트가 없어지면서 백업하는 글..
20분간의 가을 나들이
2003-08-29 오후 2:50:43
어디서 들어 왔는지 사무실의 책꽃이 부근에서 아까부터 귀뚜라미 소리가 귀를
자극한다..
귀뚫어...귀뚫어...10년만 젊었거나 또는 직업이 좀 달랐다면 실행에 옮겼을지도
모르는 유혹이다.
출장을 가지않고 회사에 종일 있는 날은 늘 짭밥이다..스테인레스 식판에 찝통에서
쪄낸 밥과 몇가지의 반찬을 담아서 살기위해서 먹어야하는 점심시간을 보낸다.
화단가에 도열한 벚나무가 떨구어내는 잎들에서 부적 가까이 와버린 가을을 생각한다.
목젖을 타고 흐르는 커피의 온기를 느끼면서 나의 시 사이트인 시인초당에 들러서
몇개 눌러보니 갓40의 고개를 넘던 5년전의 가을이라는 시가 보인다.가을 1998. 9. 24
어제는 문득 가을이 왔다.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자
코끝을 스치는 바람을 타고
그렇게 문득 가을이 왔다.
세월은
참으로 덧없이 빨라
또 하나의
다시 오지 못할 가을 앞에
옷깃을 매만지는 남자가 되었다.
이 가을을 멀리 떠나 보내고 나면
마흔의 기-인 터널을
터벅 터벅 걷고 있는
또 한 남자와 만나고 있겠지.
나는 참으로 빠른 세월을
망연히 보고만 있다.
시계를 보니 점심시간이 끝날려면 아직도 20여분이나 남았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서 가을을 찾아서 아주 잛은 나들이를 떠난다.
우리회사는 나지막한 야산을 끼고 앞으로는 넓은 호수를 대하고 있는데 그 야산에는
밤나무가 지천이다.
아마 이즈음이면 성질이 급하거나 일렁이는 바람에도 제가 먼저 서러워서 떨어지고마는
몇놈이 있으리라 하고 뒷짐지고 어슬렁 어슬렁 밤나무로 간다.
콘크리트의 틈새로 자라난 도토리나무의 잎에 사마귀가 한마리 붙어 있다. 어린 유년때에
우리들의 손과 발에는 혹처럼 자잘한 사마귀가 자주 나곤 했는데 그럴때면 우리는
사마귀를 튼튼한놈으로 잡아다가 물려서 띁게하곤 했는데..
아마도 이름이 같았던 탓도 있으리라...
#### 가는 길에 만난 사마귀놈...째려본다...나는 왠지 쫄린다.###어릴때부터 우리집은 제사음식을 장만할때 다른것은 아무나 손대고 하는데 밤을 치는
(촌에서는 제사에 쓰는 밤을 깍을대는 꼭 친다라고 한다..)것만은 꼭 장손인 내가 해야했다.
지금도 혹여 제사에 내가 늦게 도착하면 마지막까지 밤만 진설하지 않고 두었다가 내가
쳐서 진설을 한다.
요즘은 멀어서 가끔 빠지는 바람에 밑의 동생도 밤을 칠수 있는 경험을 하고 있지만...
원래 제례는 가례에 따르므로 무슨 연유인지는 모르지만 한참을 그렇게 가전되어 내린
탓에 말이다.
#### 회사에 면한 산자락의 밤나무 ####### 그밑에 떨어진 밤송이 ####
먹을것이 귀했던 어린 시절에 밤은 비싸기도 하려니와 사실 벌레가 잘먹어 제철을 지나면
참으로 구하기도 어렵고 먹는것은 더욱 힘든 고급음식이였다.
지금은 아주 큰 밤이지만 그때 산이나 들에는 토종밤이 대부분이였다.
지금의 개량종이나 서양종자의 밤에 비하면 상대가 되지 않을 만큼 작은 밤이 대부분 이였다.
아마 그래서 옛날부터 `이 밤톨만한...`이라는 말이 나왔는지도 모른다.
그런 밤을 나는 어릴때 참으로 많이도 먹었다. 태어나면서부터 몸이 약했던 나는 무던히
병치레를 많이 해서 부모속을 많이 썩였다고 한다. 그래서 하얀눈이 밤새 내려서 장독대의
뚜껑을 소복히 덥던 겨울에는 주로 산에 나무하러 다니던 일이 제일로 큰일이던
동네아저씨들은 합동으로 토끼몰이를 하고 그렇게 잡힌 산토끼중에서 두어마리는 꼭
우리집에 주었다. 내가 몸이 약하니 밤넣고 푹 고아 먹이라고....
온 동네 어른들의 관심을 다받고 자라서 여지껏 보답은 커녕 내 앞가림도 겨우하는 평범한
월급쟁이로 살고 있으니 그 어른들은 실망할터이다..
그때는 장날에 살수있는 밤은 워낙 비싸서 가을이 되면 엄마는 구포에서 물금까지 30리길을
걸어서 주인없는 밤나무들이 많은 야산을 뒤지고 뒤져서 한자루씩 줏어 오셨다.
그걸 잘 갈무리했다가 겨울이 되면 산토끼와 함께 푹 고아서 주시는데 쌉사름한 토끼고기의
고유한 맛과 밤의 달큰한 맛이 어울어져 내혀를 지금도 까다롭게 만드셨다.
이제는 정말 가을인가 보다...
이번 추석에는 힘들게 잡은 산토끼를 굳이 우리집에 같다주시던 동네 아재들의 소식을 꼭
여쭈어 보리라...
#### 수확물을 한 곳에 모아두고...######## 수확한 밤송이를 까고...장마에 벌레가 먹어서 건진건 하나도 없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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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다이 2003-08-29 오후 3:09:35
2일도 아니고 20분의 나들이 너무 잘 보았습니다. 대략 1등?
잠이조아 2003-08-29 오후 3:11:40
똥고님의 시적인 발상들과 낭만.. 존경합니다.. 잠이조아 눈 하트뿅뿅
구름 2003-08-29 오후 3:12:17
울 회사앞에는 콘크리트더비 밖에 없다는 ㅠ,.ㅠ
반디불 2003-08-29 오후 3:15:39
주섬 주섬....잠이조아님의 하트 줏어담는 엄지족 반디불..(키는 작고 배는 볼록..)
잠이조아 2003-08-29 오후 3:17:09
이히히 나도 엄지족인가 크하하
MAKA™ 2003-08-30 오후 12:35:31
어렸을적.. 밤나무는 왜 그리 높았던지... 돌이고.. 몽둥이고 던져서 밤송이 떨굴라치면...
그건 또 왜그리 단단히 붙어있는지.. 옛추억이 아련하네요....
민댕 2003-09-02 오전 11:53:42
아.....가을!
무소유 2003-09-04 오후 7:06:30
오는가을도.......사십대의추억으로 만들어볼까요??'이런저런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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