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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사춘기를 품어준 여자들..
    교복시절의 추억 2006. 4. 19. 23:25

    1970년대초...
    까만 교복에 호크를 채우고 미리 전날밤에 챙겨서 머리맡에 두었던 가방을 끼고
    집을 나선다.
    부지런히 빠른 보폭을 놀려서 덕천로타리를 지나쳐 구포역까지 걸어간다.


    당시에는 덕천로타리 가까이가 종점인 버스가 하나 있었고 구포역이 종점인 버스
    그리고 구포다리 너머 김해에서 오는 버스가 있었는데 아주 바쁜때가 아니면
    일부러 한참을 걸어서 구포역지나서 김해..밀양..진해등의 시외버스 정류장이 있던
    구포다리 지나서 사상쪽으로 구포둑 아래까지 걸어가서 김해에서 조방앞까지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것이다.


    친구들은 그랬다. 특히나 한 동네에서 같은 중학교를 다닌 친구는 나의 이 卍行을
    좀 모자란 행동으로 매도하기도 했다.
    그래도 의리라는게 그리 호락히 버릴수 있는 물건이 아니지 않는가 말이다.
    가끔씩은 구포시장통을 지나서 건널목 그리고 구포역을 지나서 구포다리를 지나서
    시외버스 정류장까지 빠른 걸음으로 이어지는 일종의 卍行에 동참하기도 했다.


    구포역이나 사장통끝에 지금의 덕천로타리 공터에서 버스를 타면 종점이다.
    그러니 누구나 희색이 만연한 표정으로 앉아서 느긋하게 서면까지 무협지를 읽느라
    모자란 아침잠을 벌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두군데나 되는 편안함을 버리고 애써 멀리까지 걸어서 콩나물 시루같은
    버스를 타려고 안달을 하니 하루는 친구가 이러는 것이다.
    "니..그 버스에 타는 대동 딸아들중에 좋아하는아 있는거 아이가?"


    대동은 김해가기전 동네 이름으로 일부는 배를 타고 도선을 해 구포까지 와서
    다시 차를 갈아타고 시내로 가기도 했지만 구포다리 건너에 있는 아이들이나
    김해읍내 아이들은 1시간에 한대 있는 버스를 이용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뻐스를 타는 것은 항상 마지막이다.
    제일 늦게 타는 것이다. 아까 말한 친구와 같이 서있는데 버스가 오면 이 친구는
    항상 제일 먼저 버스에 뛰어 오른다.
    나는 최대한 미적거린다. 그러다가 출발직전에 가방의 손잡이 사이로 팔을 넣어서
    최대한 어깨까지 올리고 손잡이을 양손으로 잡고 매달린다.


    오라라라라~~~~~~잇....탕~~~탕~~~탕....


    한손은 손잡이를 잡고 한발의 끝만을 발판에 올린 차장이 남은 한손으로 차체의
    얇은 껍대기를 두드리면 차는 출발을 한다.
    나는 매달리기는 했지만 두손과 발끝만 제외하면 대부분의 몸이 바깥으로 나와서
    새우처럼 구부정한 자세가 되기 마련이다.
    옆눈으로 밑을 보면 지나가는 아스팔트가 아찔해 보인다.
    그야말로 스릴만점이다. 이보다 더 스릴있는것은 없다.


    그러나 내가 이깟 스릴 몇십초을 즐기려고 그렇게 고생한 것은 아니다.


    한손과 한발만 지탱하고 차를 출발시킨 차장 언냐(요즘 젊은 샥시들 일케 부른다.)가
    내가 취한 자세와 똑같이 두팔을 벌려서 으라차~ 하고 밀어넣는다.
    등을 타고 흐르는 따뜻함...몰캉함...무협지에 나오는 미혼향(迷魂香)같은 숨결....
    내가 즐기고자 한 것은 바로 그것이였다.


    내 사춘기에는 그렇게 나를 품어준 여자들이 수도 없이 많다.

     


    **** 2005년 5월 29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있었던 "오! 어머니" 전시회에서...

     

     

     

    ****************************** 블로그앤에 올려진 댓글들 **********************************

     

     방가방가햄토리  2005-05-30 오후 4:56:15  
    덕천동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녔기에 무척이나 반가운 글이네요
    쓰레기 매립장이던 화명동에 신도시가 들어서고
    시외버스들이 줄지어 있던 구포역 근처는 옛모습과 달라졌지만
    그때 그 시절에 향수는 여전히 그립기만 합니다.
    제나이가 그리 많지는 않지만 시외버스를 탈때면 차장언니(?)들을 만날 수 있었지요..
    그때가 그립습니다.. 
     
      pisces  2005-05-30 오후 5:02:50  
    ㅎㅎㅎㅎ
    그런데 저렇게 가다가 사고라도 날 법한데..다치는 사람은 없었나요? 
     
      반디불  2005-05-30 오후 5:03:38  
    방가방가햄토리님....
    제 블로그 메뉴중에 "유년의 기억"에 보시면 대부분 구포..덕천동..
    낙동강의 이야기가 줄줄이 비엔나로 있습니다... 
     
      반디불  2005-05-30 오후 5:05:16  
    피시즈님...
    저렇게 조금 가다가 기사아저씨가 핸들을 확 꺽어버립니다..
    그러면 한족으로 차가 다소 기우뚱해지면서 사람들이 안으로 쟁여지지요.
    그러면 금방 문을 닫을 수 있었답니다..
     
     
      찌고래  2005-05-30 오후 5:59:12    
    새벽에 나가고.. 종점에서 나오니.. 저런 경우는 안당해봤다
    보긴 했어도 ㅎ
    146번.. 명지중에 다녀.. 모른다 할 수는 없지.. 하지만 보긴 했어도 타본적은 없다
    그럼 차장아가씨가 품고 있는게 너가?
    참말로.. 많이도 삭았네 
     
      pisces  2005-05-31 오전 12:55:56  
    ㅇㅎㅎㅎㅎㅎ 기사 아저씨 대단하시다는... 
     
      풍경소리  2005-05-31 오전 9:05:01    
    ㅋㅋㅋ 그옛날에 차 타는것이 좋아서 냉중에 꿈이 차장언니 될거라는
    아이들도 있었다는...ㅋㅋㅋㅋㅋ
    못말리는 반디불님..ㅋㅋㅋㅋㅋㅋ 
     
      로사  2005-05-31 오전 10:21:49  
    옛날 학교다닐때 생각 나네요
    정말 저랬는데..
    하얀 운동화 다 밟히고........... 
     
      조조  2005-05-31 오후 12:43:25  
    버스 통학은 몇 달정도밖에 안해서 저렇게 안겨 본 적이 없다는,,, ㅎㅎㅎ 
     
      한댜  2005-06-02 오후 2:37:21  
    제목을 보고 짝사랑이나 연상을 상상하고 들어왔더니... ㅋㅋ
    저런 버스를 타고다닌 기억은 있지만
    반디불님처럼은 못해봤다는... ㅎㅎ
    하긴 친구중에는 짓꿎게도 반대로(차장과 마주보며) 올라타는 넘이 있긴 했는데... ^^
    등으로 밀어 올리는 척 하면서... ^^ 
     
      바람  2005-06-02 오후 3:25:29    
    음~ 그런얘기 하면 웃으운 기억 더러 있지요
    아직도 입밖에 낼수없는 부끄럽고 소중한 어릴적 수줍은 추억들...
    근데 그게 벌써 그리 됐지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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