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자작]'죽어 천년, 살아 천년' 주목朱木으로 만든 딥펜대
    自作, 우든펜 만들기 2025. 4. 27. 10:52


    프로 목수든, 아마추어 목수든 나무를 만지는 이에게 있어 최고의 나무는 무엇일까?. 당연히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나무에 한정을 한다면 대부분 주목朱木을 손꼽을 것이다. 15년차 아마추어 목공인인 나에게 최고의 나무는 동서양을 따져서도 주목이다. 순전히 개인적인 취향이다.


    아쉽게도 주목이 흔하게 구해쓸수 있는 나무가 아니다.  가구 정도를 만들려면 어느정도 크기가 되어야 하는데 이 주목이 높은 고산지대에서 자라야 몸집이 크다. 요즈음은 정원수로도 많이 심기는 하지만 크게 자라서 목재로서의 가치를 지닐만큼 굵게 자라지 못한다. 굵고 큰 나무들은 태백산이나 백두산의 높은 곳에서 자란다.  주목은 더디자라는 나무중 하나다. 몇 백년 묵어도 소나무 몇 십년의 나무와 덩치가 비슷하다. 또 주목은 장수하는 수종이다. 그래서 나온 말이 '살아 천년'이다.  또 목재로 가공되어 만들어진 가구 같은 기물들도 오랫동안 고유의 형질을 잘 간직한다. 그래서 '죽어 천년'이라는 말이 생겼다.


    지금은 태백산의 주목군락지는 천연기념물로 보존되어 관리되지만 1960년대 어름에는 관리가 잘 안되어 많은 주목들이 벌채되어 고급 목재로 많이 이용되었다. 지금은 목재로서의 주목 구하기는 굉장히 어렵다. 주목중에서도 백두산 주목이 가장 알아준다.



    십년 전 쯤에  A4용지 길이방형으로 절반쯤 되는 얇은 백두산 주목하나를 구했다. 이런 저런 궁리끝에 나무 필통 하나를 만들었는데 겨우 뚜껑 하나 만드는데 만족해야 했다.  그 이후에도 목재관련 벼룩시장도 정기적으로 서치하지만 아직은 인연이 닿지 않는다.




    아파트 출입구 바로 앞에 주목 한 그루가 심어져 있는데 제일 아래쪽 가지가 올해 새 잎이 나지 않는것으로 보아 죽은 가지가 되었다. 봄이니 관리사무소에서 전지라도 하지 않나 하던중 다른 동 어린이 놀이터 옆 주목의 아래쪽 가지 하나가 장난꾸러기들의 장난으로 부러져 있는것을 산책하다가 발견했다. 그야말로 "유레카~~"


    냉금 줏어와서 서재 책상 한 곁에 툭 던져놓은지 두달이 흘러 새 생명을 불어 넣어줄 때이다.




    톱으로 잔가지들 쳐내고 나무깎는 칼로 껍질을 벗겨내면 주목의 속살이 드러난다. 몸체를 가공하면 은은한 붉은 색이 나는데 가지에다 고산이 아닌 아파트 화단에서 자란 탓인지 색이 옅다. 창백하다. 도시의 속살이다.



    칼로 다듬고 중심 잡아서 구멍뚫고 (생각보다 단단한 나무의 질이라 가는 드릴부터 조금씩 굻은 드릴까지 3번 나누어 뚫는다), 80번 사포와 220번 사포로 마무리한다.




    나무로 만든 것들은 세월이 가면서 여러가지 요인으로 갈라지거나 비틀어지거나 일정 부분 변형이 생기게 된다. 대부분 끝부분부터 변형이 시작되기 때문에 우리나라 전통악기인 피리,단소.대금만들때 사용하는 기법으로 낚시줄로 끝을 감아준다.



    마지막 공정은 가장 중요한 목재 마감처리이다. 마감은 오일, 도장, 코팅, 옻칠등이 있는데 오일 처리를 하기로 했다. 손에 자주 접하는 기물의 표면처리는 호두기름을 선호하는 편이다. 이것은 만드는 사람의 취향이 확연히 갈리는 지점이다. 집에 호두가 없다는 것이 생각나서 편의점에 들러 견과류 섞어 놓은 것 한 통을 샀다. 아내가 한마디 한다. "그렇게 먹으라 먹으라 할때는 쳐다보지도 않더니..."


    호두기름을 도포한 후에는 열처리를 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도포한 오일이 고착되면서 광택도 난다. 열처리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다른 나무로 오일 도포한 부분을 힘껏 문지르면 마찰열이 생겨서 열처리 된다. 마침 칼의 자루가 면이나 곡면이 어느 정도 있어서 안성맞춤이다.



    딥펜대를 만드는 것은 끝났다. 펜촉 인서트는 골드색이 잘 어울릴것 같았지만 가지고 있는게 모두 실버색 밖에 없어 실버색으로 꽂았다. 딥펜대를 이리저리 움직여 보면서 펜촉의 방향과 잘 맞는지 체크해야 한다. 펜촉은 50여년전 니코 제품 100개들이 한통, 60여년전 타치가와 제품 100개들이 한통을 가지고 있는데 이번에는 니코 제품을 사용했다.


    시필까지 끝냈다. 무언가를 만드는 시간은 잡념도 없고  시간가는 줄도 모른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체험하는 시간~~ 이제는 기다린다. 필사의 시간을...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