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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피스푼 자작하기
    自作, 우든펜 만들기 2025. 3. 23. 18:57

    2015년이면 지금으로부터 10년이 지난 때인데 그때 충남 보령에 있는 모 화력발전소 공사에 감리로 파견되어 1년 동안 근무했었습니다. 퇴근후 시간의 공백을 잘 때워보려고 통기타 연주와 바리스타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생전 처음으로 하얀 와이셔츠와 검정바지, 끈묶는 검은 구두도 구입해서 두번의 시험끝에 바리스타 자격을 받게되었습니다. 무언가를 하게 되면 몰두하는 성격탓에 자격을 받기는 했지만 장롱자격증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때 배운 커피에 대한 관심이 자연히 기존 취미였던 목공하고 접합이 되어서 간간히 만들게 된것이 커피스푼 입니다.

    어제 주방서랍을 열어보니 만들기만 해둔 커피스푼이 여러개 되는군요. 손꼽아보니 지인들에게 선물로 보낸것이 10여개, 남은 것이 6개이니 그 동안 만든 커피스푼이 16개로군요. 지인들에게 보낸 커피스푼도 핸드폰 사진으로 남겨두었는데 2년전 와이프와 둘이 도쿄 자유여행에서 핸드폰을 분실해 다 날라가고 말았네요. 하나도 똑 같은건 없었는데 말입니다.




    산길을 걷다보면 대숲을 만날때가 있는데, 잘 살펴보면 노출되거나 뽑혀져 버려진 대나무 뿌리들을 만나게 됩니다. 대나무 뿌리 부분은 몸통과는 달리 중공이 적고 조직이 조밀해서 말려도 갈라지거나 하지 않아 공예용으로 적합합니다. 대금이나 피리 같은 것들도 최대한 뿌리에 가까운 쪽을 택하여 만듭니다. 이 스푼의 손잡이도 금산사 뒷산을 등반하다가 오솔길 확장공사로 포크레인에 찍혀 버려진 대나무 뿌리입니다. 스푼(컵)은 순동(구리)입니다.




    이 스푼의 자루는 소태나무를 손으로 깎아 만든 것입니다. 소태나무는 예전에 어머니들이 아이들 젖때어낼때 삶아서 젖꼭지에 발라두면, 엄청난 쓴 맛에 젖을 떼게되는 나무입니다. 나무의 속살은 아주 노란 색입니다. 나무 무늬가 별로 없는 나무라서 심재와 변재의 경계를 이용하면 하얀색과 노란 색이 좋은 조화를 이루는 나무이기도 합니다.

    마감은 옻으로 했습니다. 천연의 옻이 아니라 인조 옻인 카슈를 사용했습니다. 천연옻은 독성이 있는데다 칠하고 건조할때 적절한 습도도 필요하는등 까다로운 황경을 요구하는데 인조옻은 간편한 시공이 장점인 도료입니다.



    이 스푼의 자루는 오죽(烏竹)이라는 검은색 대나무 뿌리로 만든 것입니다. 이 뿌리도 동네 뒷산 산책중에 오솔길 농로를 넓히는 공사중에 포크레인에 뽑혀 버려진 것을 줏어왔습니다. Y자 형태였는데 그중 굵었던 한 부분을 떼어 만들었습니다. 제법 휘어진 상태였지만 그 모양을 살렸습니다. 가는 쪽 중 일부는 딥펜대로 만들었고 남은 일부는 무엇을 만들지 여전히 고민중입니다.

    컵과 자루가 잇닿는 부분에 감긴 줄은 제가 젊은 한때 패러글라이딩에 심취한 적이 있는데 장비들은 전부 처분했지만 보수용 낙하산 줄은 두어묶음 남은게 있어서 감았습니다.



    이 스푼은 컵과 자루 모두를 자작한 것입니다. 컵 부분은 벗나무로 포스너 비트로 콥 내부를 가공하고 깥은 톱으로 형태를 따내고 끌로 다듬는 공정으로 만들었습니다. 자루는 흑단으로 목선반으로 형태가공후 조립부를 톱으로 따내 만들어 서로 목공본드로 접합하여 만든 것입니다. 마감은 컵부분은 식용오일로, 자루는 호두기름으로 하였습니다.



    이 스푼도 컵과 자루 모두 자작한 것으로 위의 것과 같은 공정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다만 자루의 재질이 느티나무인것이 다를 뿐입니다. 느티나무를 대나무 모양으로 목선반으로 가공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스푼은 벚나무를 통으로 끌로만 가공하였습니다. 끌질 자국을 그대로 남겨 자연미를 강조했고 마감은 호두나무 기름으로 하였습니다.



    현재 남아있는 것들입니다. 주방서랍에 와이프가 소중히 보관중이네요. 도마는 몇 달전에 만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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