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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행시-부동산(유채꽃)/김대근
    삼행詩 2012. 5. 4. 13:26

    유채꽃


    부드럽게 대지를 빗질하는 바람에
    동그랗게 궁글렸다 펼치는 노랑빛
    산밑에 쪽밭 그득히 세상이 담기다

     

    부지런한 일벌들 허공에 그리는 궤적
    동동걸음 꽃술을 탐해 보지만
    산너머 노을 물들어 멈추어진 길

     

    부동(浮動)의 일렁임타고 날아온 과객
    동그라미 그리는 하얀 날개짓
    산받이 웅얼거리듯 잠시 소란일다

     

    부단히 흔들리는 하늘의 깊이
    동구밖 실개천에 물감이 풀리다
    산망한 봄 풍경 속에 마음이 흩어지다

     

    *산망: 까불까불하고 좀스러움
    *산받이: 꼭두각시놀음에서, 무대 밖 청중석에서 무대 위의 인형과 대화를 하는 사람, 관객과 무대 간의 심리적 거리를 좁혀주는 역할을 한다. 


    ---------------------- memo ---------------------------

     

     


    봄꽃하면 사람마다 벚꽃을, 매화를,진달래를, 산수유를, 개나리를.... 꼽는다. 이런것을 일러 百人百色이라고 한다. 나는 봄꽃에서 유채꽃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나의 시각연상을 담당하는 뇌의 일부분이 아마도 노랑물이 들어서 일게다.

     

    유채꽃하면 제주도가 유명하지만 꽃철에 맞추어 제주도를 가본일이 없으니 제주도 유채꽃은 나와 인연이 아직 영글지 않은 탓일게다. 비단 제주도는 아니더라도 전국에 유채꽃 없는 곳은 없다. 요즈음 지방정부의 가장 큰일이 세금걷어서 시민들 꽃구경시키는 일에 몰두하는 것이라 어느 지역을 가더라도 벚꽃과 유채꽃은 만발이다. 하기는 옛글에도 목민관은 백성을 사랑해야 한다고 했으니 그 사랑의 방편이라 생각하고 생각없이 즐길 일이다.

     

    수 년 전에 먼 출장길에 졸음을 피해 경주황룡사지 주차장에서 달디단 오수에 빠졌었다. 알람의 재촉에 눈을 뜨니 노란색의 파도속에 누워있는 착각을 했다. 주차장 너머 공터를 가득메운 유채밭이 봄바람에 일렁이는 장관이 뇌리에 깊이 각인되어 좀체 잊을 수 없는 풍경중의 하나가 되었다.

     

    요즈음은 출퇴근길에 지나는 냇가옆에 시청에서 유채밭을 조성해 두어 아침 저녁으로 눈이 호사를 누리고 있다. 오감중에 오직 시각만이 호사를 누리니 다른 감각들이 시샘을 하는지 온몸이 나른하다.

     

    아! 봄이여. 제발 빨리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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