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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행시- 초파일 (아카시 꽃)/김대근
    삼행詩 2011. 5. 18. 00:42

    초파일(아카시 꽃)

     

    초록빛 피를 불려 살이 찌는 봄 산
    파란 하늘 궁금해 머리 내민 아카시 꽃
    일벌이 탁 트여내는 나른한 냄새 한 사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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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이 다르다. 士別三日 卽更刮目相待 (사별삼일 즉경괄목상대)라고 선비는 헤어진지 3일이면 눈을 비비고 서로 대면해야 한다는 고사가 있다. 우리가 가진 고정관념중의 하나는 산과 같은 자연물은 변화가 없이 고정되어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런 고정물도 자세히 보면 변한다. 이들의 변화를 보려는 마음이 열려있지 않기 때문에 그 변화를 눈치채지 못할 뿐이다.


    산은 매일 매일 살찐다. 며칠사이에 비만처럼 초록의 지방층이 두텁게 둘러졌다. 작은 새들의 지저귐마저도 기름지다. 좁은 산길을 디디고 발돋움하는 철쭉도 꽃잎이 제법 두툼해졌다. 요즈음은 활터로 마실나오는 꿩도 장끼녀석 혼자다. 아마 부근 어디에선가 암꿩들은 알을 품고 있어서 마실할 여유가 없는 탓일 게다. 암꿩 서너마리가 알을 품고 있으니 장끼는 그저 배가 부를 것이다.


    아카시 꽃은 봄의 7부 능선에서 핀다. 역시 봄의 정점에는 찔레꽃이 있다. 진달래나 개나리쯤은 봄의 1부 능선에서 핀다. 이건 뭐 학문적 배경이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나의 주관일 뿐이다. 그러니 시비걸지 마시라. 사람마다 봄을 어떻게 느끼는지 하는 것은 순전히 그사람의 몫이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이틀 정도는 점심시간에 활터로 간다. 12시에서 12시 30분즈음에 만나는 등산객이 있다. 모르는 사이지만 그저 눈짓 인사로 서로 소통한다. 그 시간에 그는 하산하는 길이다. 오늘은 아카시 나무 가지 두어개를 들고 왔다. 산의 아랫쪽에는 아직 필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 아마 산의 중턱에는 피어난 모양이다. 이제 봄도 7부 능선을 넘었으니 여름도 턱앞에 와 있을 것이다.


    모래나 글피쯤, 아마 그때쯤에는 산아래에 위치한 활터부근에도 아카시꽃이 필 것이다. 일벌들은 아카시 꿀을 따러 산중턱을 오르기 위해 붕붕 거리며 날개죽지에 근육을 올리는 중일 것이다. 꺾어온 가지 하나를 얻었다. 꽃잎을 벌린 곳에서 향긋함이 배어나와 코를 간지럽힌다. 며칠만 참으면 이제 온 세상은 아카시의 달콤함으로 덮혀버릴 것이다.

     

     

     


    그때쯤이면 아카시 잎하나 따들고 그럴까? 아닐까? 아카시 잎 점을 치게 될 것이다. 아직 가슴에서 다 지우지 못한 추억을 반추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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