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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행시- 원두막(능소화 핀 골목) /김대근
    삼행詩 2010. 8. 6. 22:09

    능소화 핀 골목

     

    원 하나 크게 그려져 달구어진 하오
    두어 뺨 건사한 그늘 속 풍경에
    막 퍼진 파동 하나 잠자리 날개에 내린다

     

    원줄기 담 넘겨 마실 나온 능소화
    두둥실 구름 따라 떠나고픈 마음인데
    막다른 골목 끝으로 새겨지는 일렁임

     

    원류를 찾는가? 저리도 붉어진 낯
    두드리는 햇발에 화들짝 놀라서
    막 떠난 바람 뒷자락 흘겨보는 아쉬움

     

    원액처럼 진한 관능 저리 흘리다가
    두어 줄기 흔들림에 지치고 마는 기다림
    막아선 산 그림자 선홍빛에 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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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능소화가 한창 좋을 때다. 과일도 제철 과일이 좋은 이유는 아마도 가장 에너지가 활발한 시점이기 때문일 것이다. 2~3분만 걸어도 엉덩이가 뜨거워 지는 지금 유난히 능소화 꽃의 색이 짙고 좋다. 능소화는 관능의 꽃이다. 능소화가 핀 곳의 아래에는 능소화가 흘려낸 진액이 늘 흥건하다.

     

    나도 한 때는 저 능소화처럼 붉은 관능을 흘렸던 적도 있었으리라. 그때가 언제였던지 정확한 기억이 없는 것은 산다는 것에 허덕여 왔다는 증거일 것이다.

     

    손을 대면 뜨끈하게 데일것 같은 능소화... 저 뜨거운 관능의 불씨를 지펴보고 싶다. 내 가슴속에 말이다.

     

    <追記>

    주말에 본가에 들렀다. 요즈음 한참 활에 재미를 붙인 터라 주말을 활터에서 보내려 했는데 아내가 저번 조부 기제사에 음식만 해서 보내고 가 뵙지 못했으니 다녀오잔다. 이버지가 입원해 계시는 병원에 들렀다. 아버지는 수액이 빠져가는 열대식물처럼 말라가고 있다. 눈을 맞추어도 좀체 촛점을 맞추지 못하신다. 아버지는 말 수가 적었다. 그 적었던 말 수마저 이제는 아예 놓아 버린듯 하다. 가슴이 찢어졌다. 병원을 나서다 보니 병원 출입구에 큰 능소화 사진이 걸려있다. 아버지는 당신의 기억 속 어디쯤을 가고 계신걸까? 이왕이면 그 기억속의 길에도 능소화가 피었으면 좋겠다. (2010.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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