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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다구일습(茶具一襲)自作, 우든펜 만들기 2010. 4. 21. 21:58
실패한 다구일습(茶具一襲)
도자기 수업 세번째 작품
도자기 수업 세 번째 작품이 초벌구이와 재벌구이의 지난하고 뜨거운 여로를 걸어서 돌아왔다. 이번에는 다구(茶具) 세트를 만들었다.
차를 우려 마시는데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다관(茶罐)에는 개구리 한 마리도 붙여 놓았다. 찻잔에 물을 따를 때 또르륵 또르륵 흘러내리는 물소리에 맑음을 주기 위해서 이다. 다관은 잎 차를 넣고 더운 물을 넣어 적당하게 우려서 찻잔이나 그릇에 따르기 위한 주전자 모양의 그릇을 말한다. 다관은 손잡이의 모양에 따라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는데, 이번에 만든 것처럼 손잡이가 옆에 있는 것을 다병(茶甁)이라 하고, 뒤에 있는 것을 다호(茶壺), 위에 있으면 다관(茶罐)으로 분류되지만 요즈음은 구분 없이 다관으로 통일해 사용되고 있다.
그 다음이 차를 직접 마시는 찻잔(茶盞)이다. 사실 찻잔은 차의 따스함이 미지근하게 손에 전달되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하려면 찻잔이 적당한 두께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그런 적당한 두께와 좋은 빛깔, 적당한 양을 갖춘 찻잔을 찾기란 쉽지 않다. 찻잔은 5개를 한 세트로 만들었다. 나는 짝수보다는 항상 홀수를 좋아한다. 나누어 똑 떨어지는 짝수보다는 다소 미지근하기도 하고 적당한 긴장을 주는 홀수가 좋다.
그 다음은 물 식힘 그릇이다. 다관에 한 번 넣을 만큼의 뜨거운 찻물을 너무 뜨겁지 않도록 식히는 그릇이다.
다관과 찻잔, 물 식힘 그릇이면 가장 기본적인 세트가 되는 셈이다. 가지고 있는 다구(茶具)만 해도 이미 몇 세트가 되는데도 내가 직접 만든 것으로 가지고 있으면 하는 욕심으로 만들었지만 사실 이번 작품은 실패작이다.
다관(茶罐)은 쌓아 올린 흙을 제대로 다듬지 못해 연결부가 굽는 과정에서 금이 갔다. 물을 부어보니 줄줄 샌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다육이나 심을 수 밖에 없는 일이다. 찻잔은 구워지며 수축되는 도자기 고유의 특성을 잘 이해하지 못한 탓에 너무 작아졌다. 깊이도 너무 얕다. 이번 세 번째 작품은 실패이지만 이 실패의 원인을 바탕으로 다시 만들면 잘 될 것이다.
그래도 물 식힘 그릇은 크기도 모양도 적당하게 잘 구워졌다. 그나마 큰 위안이다. 다시 전의를 불태운다. 긴 세월 나와 같이 걸어갈 다구(茶具) 일습을 내 손으로 완성하고 싶다. 내년 이때쯤이면 잘 덖은 작설을 우려내리라.
끽다거(喫茶去)!
불가의 선방에서는 제법 유명한 화두다. 중국 스님들의 일화다. 어느 스님은 누가 와서 법(法: 불가의 법이란 개념은 진리를 말한다.)이나 수행의 방법을 질문하면 끽다거(喫茶去)!, 즉 “차나 한잔 하고 가시게!”라는 말만 했다. 대답이 궁하면 써먹을만한 말이다. 그러나 함부로 남발하지 마시라. 또라이라고 욕먹기 딱이다.
그래도 차를 나눔은 서로에게 기쁨이다. 주는 사람은 주어서 풍요하고 받는 사람은 받아서 기름지다. 새로 만들 다구가 완성되는 날 차 한잔 나눌 사람은 미리 예약할 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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