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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자기 공부 2번째 작품
    自作, 우든펜 만들기 2010. 3. 1. 23:13

    도자기 공부를 시작하면서 꼭 만들어 보고 싶은게 있었다. 그건 개구리 인형이다. 그동안 모아온 개구리 인형이 300개에 가깝다. 우리 집에 처음 방문한 사람들이 가장 놀라는 것이 개구리 인형들이 모여있는 장식장이다. 한결 같이 묻는다. 왜 하필이면 개구리 인형을 모으는 것인지에 대해 모두들 궁금해 한다.

     

     

    내 블로그의 유년기를 읽어보면 알일이지만 개구리는 유난히 내 어린 시절에 많이 등장했다. 여름을 넘어서 가을로 가는 초입에는 개구리들도 살이 오른다. 학교를 파하고 오면 가방을 내팽개치고 대나무에 못을 박아 만는 창을 들고 들로 나가 개구리를 잡아 구워먹는건 아주 중요한 놀이며 생존이기도 했다.

     

    5학년때에 나는 비로소 개구리의 고마움을 뼈저리게 느꼈었다. 7식구가 네마지기의 논에 의지해 살아가고 있던 때였는데 아버지는 밀가루 공장에 노무자로 일하셨고 일주일에 한번씩 주야간을 교대로 하셨다. 엄마는 거의 매일 멀리 김해 들판까지 걸어가서 감자 이삭을 줏거나 삼십리 산길을 걸어 땔감을 날라왔다. 그러다 보니 논농사에 물이 가장 중요한 시절인 여름의 초입에 물꼬를 지키는 일은 장남인 내가 맡아야 했다.

     

    요즈음 농사를 짓거나 농사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왜 물꼬를 지켜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당시 대부분 천수답인 논 농사는 상류에서 내려오는 물을 자신의 논으로 끌여 들여야 했는데, 한정이 있는 자원인 농업용수는 논마다 차례를 정해서 그 정해진 차례대로 물을 대어야 했다. 물은 곧 생존과 직결되어 있어서 당시 물꼬 싸움으로 이웃간에 다툼이 잦았고 때로는 살인까지 불러오기까지 했다. 논 주인이 자신의 논에 물을 대야하는 동안 지키고 있지 않으면 슬그머니 자신의 논으로 물을 훔쳐대는 일이 자주 있었고 이를 막기 위해서는 자신의 논에 물을 대는 동안에는 누군가가 지켜야만 했다. 그 차례가 밤에 돌아 오는때도 있는데 아버지는 야근을 가시고 엄마는 아직 어린 동생들을 보살펴야 하므로 물꼬 파수꾼을 자청할 수 밖에 없었다.

     

    들판에는 논들을 가로지르는 둑이 있었고 그 둑위에 모기장을 나무에 걸고 들어 앉아 있어야 한다. 달빛도 자취를 감추어버린 그믐밤이면 "개골개골~" 울어대는 개구리 소리만 잠들동안 등을 토닥이던 할머니의 손길 같았다. 그러다가 어느순간 대나무가 툭하고 부러지듯 순간의 정적이 찾아오면 그냥 등줄기에서 오싹한 기운이 돋아나며 목덜미를 지나 정수리까지 모든 털을 곤두세우고 마는 것이다. 그러면 얼른 일어나 모기장에다 얼굴을 대고 눈에 힘을 주어 어둠너머 물꼬쪽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렇게 한참을 있어야만 어둠에 찬찬히 적응된 망막으로 보일듯 말듯하게 어릿해진다. 목에 힘을 주고 "어험 어험~" 해본다. 손에 쥔 삽을 힘껏 쥐어 보지만 어린 손에 쥐기엔 자루가 너무 굵다.

     

    다시 개구리가 "개골개골~" 울어대면 마침내 온 몸에서 긴장이 풀려 나간다. 아마 뱀이나 들 고양이들이 잠깐 먹이 사냥을 나왔다가 간 것일 것이다. 다행히 사람은 아닌 모양이다. 외로운 곳에서 가장 겁나는 것이 바로 사람이다. 개구리 소리들이 갑자기 멈추면 사람이건 동물이건 무언가가 이 어둠속의 평화를 깨트렸다는 것이다. 다시 우는 개구리들의 울음소리는 이 어둠속에 평화가 찾아 왔다는 것이고 나에게도 두려운 무었인가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런 것들이 자라면서 내 잠재의식속에 개구리를 안식과 평화의 대상으로 자리잡은 모양이다. 하나둘 모으다 보니 300마리나 되었다. 자연 도자기 공부를 하다보니 내 손으로 개구리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향 피우기를 좋아하는데 가지고 있는 향꽂이가 작아서 향의 타고 남은 재가 바닥에 떨어지곤 했다. 넓은 바닥을 가진 향꽂이를 하나 구하려고 했지만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개구리 식구도 늘리고 가지고 있던 향꽂이도 소용을 하게 하도록 향꽃이 받침을 만들려고 했다. 전체 모양은 재떨이를 기본으로 개구리 한 마리가 연꽃잎을 앞에 두고 앉아 있는 모양이다. 유약을 칠하고 바닥에는 유리질 유약을 발라 마무리 했더니 물 속에 개구리가 많아 있는 모양이 되었다.

     

     

    마침내 향을 피웠다. 은은한 향이 퍼지면서 온 방의 공기에 향내음을 풀어 놓는다. 조용히 눈을 감고 향을 흡입하자 몸속의 탁한 기운들이 밀려 나가는 것을 느낀다. 손가락 한 마디만큼 타 들어간 재가 힘없이 툭 떨어진다. 다행이 향받침 안에 온전히 떨어진다. 크기도 모양도 만족하게 만들어 졌다.

     

    장식장 속의 개구리들이 모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새로 들어온 이 신입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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