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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년 목련 探望記
    꽃과 곤충 이야기 2010. 3. 28. 23:00

    2010년 목련 探望記

     

     


    2010년 3월 23일


    봄의 임계점
    끓어 넘치는 마음 감출길 없어
    삐쭈름이 열어보는 하늘
    첫물은 받는 누구에게나 무겁다
    뱉어내는 한숨 한자락에 섞인
    긴 관 허위대며 오른 땅의 기침소리
    흔들리고 만다


    -------------------------------------------------------------------------------------------------
    아무리 눈이 오고 날씨가 춥다고는 해도 봄은 여전히 전진중이다.  한동안 이땅의 주둔군이었던 冬軍은 생명줄같은 보급품인 북풍의 보급이 줄자 퇴각을 시작해 이제는 음지에 일부만 남아서 파르티잔으로 마지막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인간들이 벌이는 추악한 전쟁과는 달리 이들이 전쟁을 하는 방법은 특이하다. 모래에 물이 스며들듯 슬그머니 선발대가 오는가 싶으면 다른 한 쪽은 별다른 저항도 없이 주춤주춤 뒷걸음을 친다. 아날로그처럼 구분의 눈금을 도저히 가늠할 수 없다.


    내가 봄을 느끼는 척도는 늘 목련이다. 남도의 어느 동네에는 매화가 피었다하고 산수유 개화 소식을 전하기도 하지만 내가 봄의 가늠자로 삼는 건 회사의 뜨락에 서있는 두그루의 목련이다. 내가 입사하던 해에 심어졌으니 따지면 동기인 셈이다. 그래서 일까. 어쩐지 정이 가는 두그루의 목련은 봄이면 꽃을 피우는 과정을 탐망하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겨우내 가지끝에 매달린 꽃 몽오리가 풀을 잘 먹여놓은 붓 같다. 나무 아래를 지날때 슬쩍 올려보면 갖가지 형상의 구름들이 만드는 풍경화들이 목련 꽃 몽오리 붓 끝으로 하늘에 그려지는 것 같다.


    연이은 출장으로 며칠을 비웠다 돌아온 자리에 얼핏 목련의 그림자가 어른 거린다. 잠깐 기지게를 피느라 자리 돌리는데 창문밖으로 며칠전과 사뭇 달라진 목련 꽃 몽오리. 겉껍질이 새끼손가락 끝마디만큼 벌어져 옥색 속살을 내보이고 있다. 지난밤이었을까. 아니면 더 며칠전 이었을까. 아마도 목련도 인간처럼 겉껍질을 벗느라 산고를 치루었을 것이다. 모든 생명이 새롭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때는 나름의 아픔이 있는 법일 것이다. 아픔없이 얻어지는게 없는 것이 세상의 이치가 아니던가. 자연은 스승이다. 다만 채근하지 않을 뿐이다. 배우고 배우지 않고는 스스로가 느껴야 할 일이다.

     

     

     

     

    2010년 3월 27일


    바람이다
    바람은 늘 그렇게 온다
    뜬금없이 와서는 속살을 넘보다가
    더 넓게 품 벌리면
    소스라치게 놀란 뽄새로
    뒷태를 보이는 고라니가 되고 만다
    두견이 우는 소리는 새벽처럼 일러
    매화 꽃 풋내 설핏거리고
    괜스레 벌린 품이 아쉽다


    -------------------------------------------------------------------------------------------------
    오늘은 토요일임에도 산적한 업무들이 출근을 하도록 했다. 바쁘다는 것도 한가하다는 것도 모두 우리들의 분주함과 게으름이 만들어낸 시간의 가시랭이 같은 것이다. 오늘이 바쁘다는 것은 어제가 게을렀거나 내일이 한가해질 것이라는 건 틀림이 없다. 어제는 오늘의 인(因)이었고 오늘은 어제의 과(果)임과 동시에 내일의 인(因)이 되기 때문이다. 산다는 것은 인과의 끝없는 쳇바퀴를 다람쥐처럼 뛰는 것이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해탈을 얻지 못하는 한 기나긴 인과의 직선위 점 하나와 같다. 벗어나려 애쓰는 것 보다는 차라리 인과에 함몰되어 살아가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나흘만에 보는 목련 꽃 몽오리는 애써 감추어 두었던 속살을 겉껍질 바깥으로 내밀어 세상에 발 디딜 준비를 하고 있다. 옥색이 짙었던 속살은 세상으로 나오면서 옥색이 옅어지고 흰색이 점점 강해졌다. 사춘기를 지나 성년에 접어들면서 솜털을 벗고 여인으로 성장을 꾸미는 것처럼 유년의 속살빛을 벗어내고 하얀 귀티를 조금씩 쟁여가는 것이다. 식물일 망정 그들이 주는 가르침이야 말로 세상을 사는 순리와 같은 것이다.

     

     

     

     

    2010년 4월 1일

     

    톡톡톡, 툭툭툭, 후두두둑…
    덧없이 흘러버린 한 철
    잊어버린 봄을 여는 비밀번호
    무었이었을까? 더듬어 훑어도
    여전히 열리지 않는 가슴


    오늘은 종일 비가 내린다
    더러는 그녀의 가슴을 두드리고
    더러는 그녀의 몸살에 남아
    키워가는 진주 몇 알


    북쪽에서 들려오는 아슴한 소식
    속보다 밖이 어두운 며칠
    혼자 셈하다 지치고 마는 삶
    닫기보다 여는 건 봄볕의 함성
    다시금 두들기는 비
    둥둥둥…, 울린다. 오늘…


     
    ------------------------------------------------------------------------------------

    날씨가 오락가락 한다. 남쪽에서는 수박농사를 하는 농부들의 시름이 깊어 진단다. 그 깊은 우물은 물론 날씨가 팠다. 이틀, 사흘 걸러 비가 내린다. 너무 비가 잦으면 안 되는 농사도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수박농사라고 한다.


    사람은 역시 자연 속의 하나의 점에 지나지 않는 탓인지 날씨를 따라 오락가락 하는 사람들이 많다. 서해에서 군함이 침몰한지도 일주일이 되어 간다. 그럼에도 가라앉아 있는 함선 속의 아까운 젊음들을 구해내지 못하고 있다. 이제 이론적인 생존 가능 시간은 이미 마이너스를 달린지 며칠이나 흘렀다. 기적적으로 그들이 생환하기를 바라지 않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점점 그 희망이 꺼져 가는 것도 사실이다. 군 당국과 정부가 보여준 그 동안의 일 처리가 미덥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왕좌왕, 좌불안석, 정신혼미… 등으로 대표될만한 그들의 행태가 발표만 하면 의혹이 따라 붙게 만든다. 의혹 하나를 해명하면 이내 대여섯 개의 새로운 의혹이 생긴다. 국방부는 그야말로 의혹부다. 이제라도 있는 대로 톡 까놓고 같이 머리를 맞대는 게 최선의 길임을 알아야 한다.


    오늘은 아침에 워낙 짙은 안개가 끼어 낮에는 화창한 날씨를 기대했는데 안개를 걷어 버린 것은 햇살이 아니라 제법 굵은 비였다. 투두둑, 투두둑… 비가 창문을 두드리는 바람에 때 아니게 잠깐의 여유를 가지고 커피 한잔의 따스함을 두 손에 모아 쥐고 창 밖의 비 오는 풍경에 취한다. 창문밖에는 항상 눈을 마주치는 목련이 두 그루 있다. 꽃 봉오리는 며칠째 진전이 없다. 겉껍질을 벗고 삐죽하게 속살을 내민 이후 탈피의 기간이 제법 길어 보인다. 저러다가 어느 날 푸드득 새가 날아 오르는 소리를 내며 화들짝 피고 말 것이다. 꽃이 피는 과정은 분명 아날로그일 것이지만 보는 입장에서는 마치 디지털처럼 경계가 분명하다.


    오후에는 사무실이 어수선한 분위기에 젖는다. 공단에 불법 소프트웨어 단속반이 떴다는 소문이 돌아 모두들 좌불안석이다. 공단에 있는 업체들은 대부분 캐드 프로그램이 문제일 것인데 이 소프트웨어 단속이 되면 600여 만원의 벌금을 물어야 한단다. 단속은 대개 우리나라 공무원이 검찰과 함께 한다고 한다. 이렇게 모아지는 벌금이 대단할 것인데 그 중의 얼마나 우리 소프트웨어를 진흥시키는데 사용되는지 알 수가 없다. 정부에서 주도하여 좋은 프로그램들을 개발하여 싼 값에 보급한다면 그깟 미국尾局놈 프로그램 쓰라고 해도 안 쓸 텐데 말이다. 대한민국 공무원은 근시가 되어야만 될 수 있는 것 같다.


    비가 줄 창 내리니 공기도 습하고 들려오는 뉴스들도 습하다. 덩달아 마음도 습해졌다. 주변을 둘러보니 모두가 시빗거리다. 퇴근시간에 다되어서야 내일 출장이 있다는데 생각이 미친다. 부랴부랴 회의자료 만들고 챙기느라 오늘은 퇴근도 다른 날 보다 두 시간이 늦었다. 집에 오니 다시 밥상을 차려주는 아내에게도 눈치가 보인다. 이래저래 습하기만 한 하루…

     

     

     

     

    2010년 4월 3일 

     

    나풀대는 봄 볕살, 내려앉아 졸다가
    비끗 날아올라 한 송이 꽃이 된다
    목련은 옷을 벗고 허튼 춤을 추다

    (삼행시 시제: 나비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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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도 블로그에 목련 개화 탐망기探望記를 쓰고 있다. 사무실을 나서면 이미 개화한 개나리도 있도 이제 막 꽃 망울을 성형외과 표준형 유방처럼 봉긋하게 부풀리고 있는 매화도 있는데 늘 목련 개화에 촛점이 맞추어 진다. 사진을 찍어 글에 덧붙인 여느해와는 달리 올해는 얼마전에 장만한 스마트 폰의 그림그리는 프로그램을 이용하기로 했다. 사진과 그림의 차이를 보면 사진은 영 내가 가진 의도대로 찍혀 주지 않는다. 물론 DSLR로 찍어 심도를 조절하면 되지만 그 무거운 카메라를 업무중에 들고 들락거릴 용기가 없다. 자연히 핸드폰 카메라를 자주 이용하는데 필요없는 풍경까지도 싸잡아 뭉퉁거려 놓는 바람에 늘 촛점이 흐려지게 마련이다. 반면 그림은 내가 필요한 것만 그리면 그만이니 얼마나 편리한 도구인가 말이다. 겨우 3.5인치의 쬐만한 화면에 그림을 그리는 일이 수월하지는 않지만 이것도 맛을 들이니 제법 재미가 쏠쏠하다.


    며칠에 한번씩 올리는 목련꽃 탐망기의 네번째 업데이트를 위해 그린 오늘 점심때의 목련꽃 모습이다. 목련 나무 가지 끝에는 이미 완전히 탈피를 하고 꽃잎을 제법 벌린 몽오리도 있는데, 내가 꼬나보는 중은 이 녀석은 좀 굼뜨다. 그래도 남 할 것은 다 하는지 외피의 절반을 떼어 내었다. 외피의 나머지 절반이 달랑거리며 붙어 있다. 며칠 비가 오다가 날이 개인 어제와 오늘, 목련의 속살이 자라기엔 딱 좋은 날이다. 목련의 꽃 몽오리에 귀를 대면 스물스물 속살이 자라는 소리가 들릴 정도다.

    그나마 오늘을 지나 주말을 즐겼더라면 하얀 속살이 입술을 벌린 모습은 보지 못했을 것이다. 일이 바빠 토요일임에도 출근한 덕분이니 바쁨도 때로는 즐길만 하다. 세상은 보기에 따라 느끼기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다.

     

     

     

    2010년 4월 6일

     

    바람결따라 치마 펄럭이며
    찾아와 흔들고 마는 묵은 기억
    그 결을 따라서 내딪는 걸음
    길게 당겨 만든 팽팽한 시위
    탁! 하고 튀어올라 앗아 가버린
    아슴한 마음 하나

    -------------------------------------------------------------------------

     

    오랫만에 날씨가 맑다. 바람도 잠잠하다. 이렇게 잔잔하고 맑은 날이니 모두들의 관심이 서해 백령도로 쏠린다. 아까운 젊은이들이다. 누구에게는 생떼같은 자식일 것이고, 또 누구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연인이고 남편이었을 것이다. 또 어떤 이에게는 자상한 어버이였을 것이며 누구에게는 소중한 친구였을 그들~ 이제 살아 돌아오리란 희망은 사라지고 말았지만 주검이나마 고스란히 돌아왔으면 한다.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인 해양국가나 다름없는 나라다. 완전한 농경으로 전환한 고려 중기 이후 조선에 이어지기까지 바다는 우리로 부터 버려졌다. 항해술과 조선의 발전은 지체되거나 퇴보를 거듭했다. 그러나 조선중기 누란의 위기에서 민족의 구세주는 해군이었다. 그 이후에는 다시 바다는 우리의 관심밖으로 몰려나 버렸다. 지금도 우리나라 국방의 무게는 대부분 육군에 치중되어 있다. 전쟁무기의 발달로 원격공격이 가능해진 현대전에서 육군의 역활은 그다지 크지 않다. 추세는 공군과 해군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음에도 우리나라만 유독 육군에 모든 힘이 실려있다. 이번에도 좀더 현대화된 장비가 있었더라면 좀 더 빠른 시간에 많은생명들을 구하지 않았을까에 생각이 실린다. 아직도 바다로 나가지 못하고 강에 머물러 있는 모씨의 진화를 바랄밖에~

     

    써놓고 결국 블로그에 올리는 것은 포항으로 출장와 프린트 대문에 들린 피시방 이다. 오늘도 바쁜 하루를 보내야 한다. 요즈음은 마음의 여유가 없다. 언제나 이 바쁨의 골짜기를 빠져 나오게 될른지~

     

     

     

     

     

    2010년 4월 10일

     

    오늘은 바다가 왔다
    햇살로 채워진 바다는
    온 세상의 공간을 출렁인다
    출렁이는 리듬에 몸을 싣다가
    나는 정신을 놓고만다
    표류해 떠 밀려 가는 정오
    햇살의 출렁임을 뚫고
    연꽃 한 송이 하늘에 닿는다
    땅의 성장은 세포분열로 이루어
    나무가지가 하늘에 뿌리를 박는다
    그 뿌리 끝마다
    하얗게 꽃이 핀다


    ----------------------------------------------------------------------------------


    이틀 동안 출장으로 포항을 다녀왔다. 상의하달식 직장문화가 수평적으로 바뀌면서 계급은 있어되 업무의 구분은 모호해졌다. 계급이 높다고 해도 자신의 일이 고정적으로 있다는 것이다. 아직도 관공서에 가면 상의하달식 문화에 젖어 있음을 볼 수 있다. 민원인의 위치에서 보았을때 가장 가까운 쪽에 있는 하위직은 바빠서 눈코뜰새가 없는데 뒷쪽으로 갈수록 얼굴에 번들거림이 더해지고 급기야 제일 뒤에 있는 자리 주인은 의자에 몸을 파묻고 독서삼매경에 빠져있거나 신문으로 안면을 가리고 있는게 예사다. 그러니 우리 공직사회가 경쟁력이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싶다. 회사도 그런 적이 있었다. 그러나 경쟁에서 이기지 못하면 도태되고 마는 기업의 풍토에서 살아남은 오늘의 조직은 계급은 있지만 일의 경중에 따라 모두들 고유한 업무가 생겼다. 부장쯤 되어도 자기일은 자기가 기안하고 결재받고 추진도 해야 한다. 결재하는 업무까지 셈하면 오히려 조직의 피라미드 상층으로 갈 수록 일이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왜 이 이야기를 푸느냐하면 이틀동안 출장으로 자리를 비웠지만 내가 해야할 일은 고스란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휴일인 토요일에도 출근해 남아있는 일을 소진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도 오늘같은 날은 오히려 출근이 기다려 지기는 했다. 새벽 2시에 겨우 집에 도착해 한 숨 자고 출근을 했지만 목련 개화를 탐망하고 있는 요즈음 혹시 시기를 놓칠까 했던 터라 이틀이나 못본 목련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틀 동안 못본 사이에 목련은 화사하게 눈부시는 하얀 드레스로 성장을 하고 햇살이 만들어낸 바다의 물결을 따라 출렁거린다. 목련의 이름이 나무에서 피는 연꽃이라는 뜻을 마침내 알게 된다. 만개한 꽃 몽오리가 연꽃을 연상시킨다.


    아침 출근길에 스쳐 지나는 연밭이 하나 있다. 인근의 사찰에서 길가의 논을 사들여 연밭으로 가꾸는 곳인데 연잎차, 연씨, 연잎쌈밥 등으로 제법 구색을 갖추어 가고 있는 곳이다. 지금은 새싹이 나지 않은 상태라 연밭은 황량한 겨울 잡초밭 같다. 시들어 버린 연 가지들이 이리저리 꺾이어 수면의 반영과 함께 수많은 종류의 기하학적 도형을 만들고 있다. 연꽃이 활짝 핀 연밭도 좋지만 이렇게 시들어 꺾어진 수많은 가지들이 만드는 기학적 도형을 구경하는 맛도 삼삼하다.

     

    4월은 목련의 달이다. 다른 글에서 언급한 적이 있지만 같은 시기에 피는 목련과 동백을 여인에 비유한 적이 있다. 목련은 오십대 여인이고 동백은 삼십대의 여인이라고 했었다. 여인의 일생중에 30대는 가장 농익은 나이가 아닌가. 어떤 고난과 어려움이 있어도 삼십대에는 흔적이 잘 나지 않는다. 땅에 떨어져서도 몇 주씩 기름기 자르한 농염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동백을 볼때마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반면 50대의 여인은 어떤가. 여인의 나이에서 어머니의 역활만 지나치게 강조받는 나이다. 이즈음이면 인생의 계급도 바꿔달게 된다. 시어머니나 할머니로써 새대의 교체기에 서는 셈이다. 이 나이가 되면 작은 일에도 마음에 큰 상처를 입는다. 하얀 옷과 가장 빈번히 가까워 지는 때도 이 나이다. 딸을 시집보내거나 며느리를 맞거나 주변인들의 배웅을 위해 상복을 입거나 하는 시기다. 목련도 같다. 목련이 만개해 지는 과정에서 모랫바람만 불어도 하얀 꽃잎에 상처가 나고 갈색의 상처를 키우다가 제풀에 어느 바람부는 날 조락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목련이 지는 것을 보는 것은 유쾌하지 않다. 꽃잎이 떨어지는 모습은 사실 추하다. 떨어진 잎도 하루를 넘기기 힘들다. 대부분 갈색으로 변색되었다가 검은색을 띄면서 생을 마감하고 만다. 목련꽃이 진 나무끝에 맺히는 목련 열매는 그야말로 추물에 가깝다고 할 정도로 못 생겼다. 울퉁불퉁하고 뻘간 모양이 혐오감을 자아낼 정도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모든일을 삭히고 삭혀야 하는 우리네 오십대 여인이 가슴속에 간직한 또 다른 욕망의 모습같은 것은 아닐까.

     

    이래저래 이어온 목련 개화 탐망기를 마쳐야 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목련이 져가는 모습은 그냥 뒷 페이지에 감추어 두는게 났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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