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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섬진강
    삼행詩 2010. 2. 19. 09:55

    섬진강


    봄물에 씻기는 산의 묵은 때
    나돌던 바람 휘저어 보지만
    물 갈래
    화계장터 앞
    버텨보는 한철


    봄빛은 강을 타고 거슬러 올라
    나긋한 몸짓으로 교태 부리다
    물속의
    허연 산 모습
    화들짝 놀라고 만다


    봄볕에 타닥타닥 몸 태운 매화 가지
    나볏이 맞이하는 새로 돋는 한철
    물거울
    바라보다가
    제법 수줍은 홍매화

     

    *나볏이: 나볏하다. 몸가짐이나 행동이 반듯하고 의젓하다. [큰말]너볏하다.


    ----------------------------------------------------------------


    나는 전생이 섬진강 바위틈 가재였을까? 낙동강 변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섬진강은
    항상 그리움의 대상이다. 낙동강은 웅혼함으로 아버지와 같은 느낌을 주는 곳이다.
    내속에 잠재해 있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아버지의 강보다는 어머니의 모태와
    같은 편안한 섬진강을 그리워하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한다. 안락한 의자에 누워 최면술사의 유도로 알지못할 전생과
    그 전생의 또 다른 전생…, 그런것들을 온전히 알아야 오늘 이시간, 지금-이순간의
    나를 알수 있지 않을까?


    내가 유독 섬진강을 좋아하는 그 연원에는 무었이 있는지 나도 모른다. 다만 언제나
    섬진강을 그리워 할 뿐이다.


    100Mbps의 속도로 남도의 봄 소식이 전해져 왔다. 그 소식에 벌써 몸이 단다.
    섬진강이 내 몸속의 세포들을 활성화 시키고 있다. 아마 오늘쯤의 섬진강에는
    매화꽃들이 몽우리를 한껏 팽창시키며 봄볕에 속을 익혀가고 있으리라.
    오늘 새벽에도 몇 무리의 섬진강 사람들이 섬진강의 자궁을 딱딱 긁어 밤새 잉태한
    제첩을 캤으리라.
    지리산의 하얀 산봉우리가 통째로 강에 빠져 마지막 남은 겨울의 흔적을 씻고 있을
    것이다. 그 차가워진 물로 껍질 속을 살찌운 참게는 함박꽃이 일품인 그 식당의
    단지속에서 새로 태어남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갑자기 뼈마디가 쑤시고 생각은 아득해 진다. 아무래도 조만간 섬진강으로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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