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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행시- 정거장(비오는 휴게소에서) /김대근삼행詩 2010. 2. 1. 22:45
비오는 휴게소에서
정갈히 가다듬는 하늘의 빗질
거리에 앉았다 사라지는 동그라미
장지문 얇은 너머로 비오는 풍경하나
정해둔 목적지 갈길은 멀고
거칠은 여행길 금같은 시간의 조각
장거리 떠도는 오늘, 마음도 습해져…
정강이 가라앉은 통증이 알람이다
거의 다 헤진 마음은 물 적신 아교풀
장님의 삶이란 것, 그 중심에 다시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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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새벽 5시에 집을 나섰다. 50미터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안개가 짙다. 새벽같이 서둘러 길을 나선 덕분에 아침 미팅에는 여유있게 도착했다. 남녘 바닷가인 이 도시에는 봄의 냄새가 진동한다. 몇 시간 이동하는 동안 겨울과 봄의 공간을 넘나든다.
점심은 지인과 동태찌게를 먹었다. 칼칼함이 후두를 타고 넘으며 온 몸의 진액을 덮혀 놓는다. 역시 겨울에는 동태찌게가 제대로 궁합이 맞는구나 싶다.
비가 내린다. 내리는 비와 함께 이제 다시 먼길을 떠나야 한다. 남녘의 바닷가 도시에서 이번에는 동녘 바닷가 도시로 목적지가 정해졌다.
섬진강 휴게소에 잠깐 들렀다. 커피 생각이 간절했지만 목이 칼칼하다는데 생각이 멎는다. 2,000원짜리 쌍화탕 한잔을 들고 주차장 쪽으로 난 테이블에 앉아 비구경에 마음을 잠시 뺏겨본다. 고인 물 위로 비가 내리며 만드는 동그라미들이 세상의 누구도 그릴수 없는 자연만의 예술을 만들어 낸다. 마음이 습해져서 잠시 우울하다.
우릿했던 정강이의 아픔이 가라앉았다. 이제 다시 길을 떠나야 한다. 우리가 가는 길의 진정한 끝은 어디일까? 가끔 그 종점이라는 것을 생각해 볼때가 있지만 단 한번도 답을 찾아낸 적은 없다. 우리는 장님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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