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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빨래를 밟으며 /김대근작은詩集 2010. 2. 18. 13:59
빨래를 밟으며
김 대 근
지난밤 생사대전生死對戰에서
통렬히 패배한 벌로
빨래를 밟으라고 한다
처음에는 어물쩍 웃음으로 거부하다가
방패를 내세워 막아보다가
시간의 목을 함께 조인 공범이라는 말에
우윳빛 살결 마블 욕조를
마구 힘주어 밟아댄다
밟혀도 달 겨 붙는 것들
그런 것들도 삶의 재미라며
애써 자위해본다
목욕탕 문을 벌컥 열고
엄마가 이상하게 주름도 없이 나타나
봉지 하이타이를 두어 숟갈 풀어야 한다며
주뼛거리다가
아내가 콸콸 쏟아 붓는 액젖 같은 세제에 놀라
무지갯빛 비눗방울로 사라져 갔다
나는
아! 우리 김氏 집안에서
이家성의 아내가 최고 고수구나 생각하며
여즉 밟았던 빨래를
불끈불끈 다시 밟았다
<문학미디어작가회 2009작품집 "눈부신 바다"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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