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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둑눈
    이런저런 이야기 2010. 1. 13. 09:31

    노둑눈

     

     

     

    요즈음은 아침에 일어나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창문을 열고 유리에 서린 성에를 걷고 밖을 내다 보는 일이다. 거의 매일 밤 내리는 눈은 아침 출근길을 더디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같은 거리를 운전하다고 해도 몇 배의 힘이 소모된다. 그러니 눈에 대한 낭만적인 생각보다는 고생스러울 출근길을 더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오늘 아침에도 유리창 너머의 세상에는 도둑눈이 함빡 내렸다. 국어사전에 올라있는 "도둑눈"은 이미 없어진 말인지도 모르겠다. 도둑눈이란 말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자고 나보니 새하얗게 내린 눈을 말한다. 도둑의 가장 큰 특징은 '모르게', '남몰래' 이다. 남 모르게 나타나지 않으면 도욱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도둑의 필수불가결 조건으로 '모르게'인데 요즈음은 일기예보가 미리 알려준다. 그러니 자연히 도둑눈은 없어진 셈이다. 눈이나 비가 온다고 예보가 되면 얼추 맞기는 하지만 늘 문제가 되는 것은 양이다. 그러니 기상청에서 앞으로 예보를 할때는 양에 대한 정보를 빼겠다고 한다. 인간이 자연의 징조만 파악하는 것으로 만족하면 될터인데 그 질적인 면까지 파악하려고 하니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것이다. 우리네 심성의 다혈질성이 그런 요구를 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눈이 온다, 비가 온다 하면 그러려니 하면 될 일도 굳이 얼나마 오는지 알아야 직성이 풀리는 것이다. 여유가 부족한 심성들을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할까? 우리의 변화무상은 자연의 모습에 우리의 성정도 맞추어진 탓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집을 나서 100미터도 가기전에 길이 막혔다. 신호가 진행신호인데도 전진이 더디다. 아니나 다를까 길가에 가로수를 들이받는 승용차가 차선 하나를 차지했다. 30분의 출근시간 동안 서너번 이런 풍경을 보게된다. 이런 눈길에서는 안전거리를 많이 둘수록 유리하다. 그러나 내 뒷꽁무니를 따라오는 차는 빵빵거리고 전조등을 켰다 껐다를 반복한다. 길어깨 쪽으로 살짝 비켜준다. 거센 눈바람을 일으키며 내 옆을 스쳐간다. 다시 앞차의 바퀴자국을 찾아 든다. 다시 10여분의 지루한 주행…

     

    이제 마지막 고비다. 긴 언덕을 올라야 한다. 단순한 언덕이 아니라 거의 90도로 굽어지며 오르는 언덕이다. 이곳은 눈오는 날에 사고가 유난히 많은 지점이다. 특히 내려오는 차들이 잘 미끌어 지는 곳이다. 그러니 자연 오르는 것보다 내려오는 차에 신경이 빠짝 쓰인다. 언덕길은 누군가가 모래를 뿌린 수고를 해둔 탓에 쉽게 올랐다. 언덕을 넘어서면 내리막이 이어진다. 10여분전에 스쳐갔던 봉고차량이 배수구에 바퀴 하나를 쳐박고 꽁무니를 번쩍들고 있다.

     

    피식~ 웃음이 났다. 남의 불행에 웃음이 나는 이유는 내 혈관을 타고도는 심술의 도수가 남보다 높은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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