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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 엄마는 작두꿈을 꾸지 /김대근디카詩 2008. 8. 20. 11:43
엄마는 작두꿈을 꾸지
만주 벌판 시린 바람이 부는 날
마적의 죽창에 잿간의 재들이 휘날릴 때
맏딸과 사위 잿간에 묻고
두 아들 오뉴월 논두렁에 호미 두짝 남기고
징병차에 실려 신작로 끝으로 가고
그 길로 체부 가방에 종이 한 장으로 실려 돌아와
씨강냉이 같은 외삼촌은 작두를 들었다
"오빠야! 머하노"
"보지말거래이. 눈감아라. 눈감아라"
엄마는 칠순넘은 지금도 작두꿈을 꾼단다
외삼촌 검지끝에 화르륵 불꽃처럼 피어나
갈라진 작두받침 나이테 사이로 숨어 버리던
피붙이의 살붙이
그런 꿈을 꾼 날은 시퍼렇게 살아있는 어둠에 대고
침 세번 뱉어 내고는 말의 부적을 붙이곤 하는 것이다
"아이고 숭해라~ 아이고 숭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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