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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행시- 도연명(자귀꽃) /김대근
    삼행詩 2008. 7. 21. 19:59

    자귀꽃


    도회의 담장, 소음들 참새처럼 졸고
    연거푸 밤새워 피곤한 가로등
    명태덕 늘어진 육신 베란다마다 걸린다


    도무지 벗겨지지 않는 나른한 껍질
    연분홍 잠투정 열린 창을 넘어와
    명도(明度)를 옅게 깔아서 마음을 이끈다


    도홧빛 입술 열어 햇살 탐하는 시간
    연초록 채워가는 가지 끝에 걸린 바람
    명주실 가닥 같아서 미끄러지는 눈빛

     

    **명태덕 [明太덕] [명사] 명태를 말리는 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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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는 비가 오는 가운데 충북 영동과 경북 상주를 경계로 자리잡고 있는 백두대간 백학산을 우중산행하느라 뻐근한 무릎을 억지로 달래 오늘 새벽 다시 포항으로 출장을 왔습니다. 왜 이렇게 사는게 바쁜지 모르겠습니다. 수요일 오전까지는 포항에서 일을 보게 될 것 같습니다. 지금은 여러가지 업무처리를 위해 들린 피시방입니다. 엑셀과 같은 스프레드시트나 한글같은 워드를 할 수 있는 피시방은 찾기 힘들어 몇군데를 전전한 끝에 찾은 곳입니다.


    요즈음 도회에는 자귀꽃이 참 이쁘게 피었습니다. 공작새가 날개를 펼쳤을때처럼 부채꼴의 연분홍으로 피우는 자귀는 저녁이 되면 잎을 도르르 만다고 해서 부부의 금실을 표하는 합환목合歡木 등으로 불리웠습니다. 꽃잎을 따다가 벼개밑에 넣어두면 부부금실이 좋아진다는 속설이 있어서 집의 마당에 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지금도 집안에 많이 심어두는 꽃나무 입니다. 잎은 차로 만들어 먹기도 하고 나무껍질은 약제로 사용합니다. 나무로 밥주걱이나 소죽을 퍼는 바가지로 만들기도 했는데 이는 소가 자귀꽃을 아주 잘먹기 때문인듯 합니다. 약제로 사용하는 자귀나무는 요통, 타박상에 효능을 발휘한다고 합니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 나무에는 이런 전설이 있답니다. 물론 중국의 전설입니다.


    옛날 마을에 황소같이 힘이 센 장고라는 청년이 살고 있었습니다.장고의 집은 가난하였으나 차츰 생활에 여유가 생겨 결혼을 하려 하였으나 마음에 드는 여자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장고는 언덕을 넘다가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한 집을 발견하고 자신도 모르게 그집 뜰안으로 들어서고 말았습니다. 부엌문이 열리고 어여쁜 처녀가 모습을 나타내었습니다. 두 사람은 첫눈에 반했고 장고는 언덕을 넘어 돌아가면서 꽃한송이를 따서 처녀에게 주었고 양가의 허락을 받고 결혼을 했습니다. 프로포즈가 성공을 한것이지요.


    어여쁜 처녀를 아내로 맞아들인 장고는 더욱 열심히 일을 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읍내로 장을 보러갔던 장고는 그만 술집 과부의 유혹에 빠져 며칠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어느 방송인가 사랑과전쟁이라는 프로에도 보면 불륜의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것 처럼 장고도 불륜을 저지르고 만것이지요. 아마도 권태기였나 봅니다. 장고의 아내는 장고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백일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요즈음에는 이런 아내가 없다는것이 우리를 슬프게 하지만 말입니다. 백일째 되던날 산신령이 꿈에 나타나 "언덕 위에 피어있는 꽃을 꺾어다가 방 안에 꽃아 두어라"라고 말을 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장고의 아내는 산신령의 말대로 언덕에 올라가 꽃을 꺾어다 방안에 꽃아 두었습니다. 그날 밤 늦게 돌아온 장고는 그 꽃을 보고 옛 추억이 떠 올랐고 장고는그제서야 아내의 사랑이 얼마나 지극한지 깨달았습니다. 그 꽃은 장고가 자기 아내를 얻기위해 꺾어 바쳤던 꽃이랍니다.


    삼행시제 도연명은 무지하게 빽있는 집안의 외동으로 태어났습니다. 그의 증조부는 대사마 (지금으로 치면 군 사령관)를 지냈지만 그의 아버지때부터 은둔생활이 그의 집안 내력이 된 것 같습니다. 도연명은 주로 군의 참모를 지냈는데 그의 나이 41세에 평택현령으로 발령을 받았는데 심양군 장관의 직속인 독우(督郵:순찰관)가 순찰을 온다고 하여 밑의 관료가 "필히 의관을 정제하고 맞이 하십시오" 하고 진언했더니, 도연명은 "오두미(五斗米:월급) 때문에 허리를 굽혀 향리의 소인을 섬기는 일을 할 수 있을손가"라고 말한 뒤 그날로 사임하고 집에 돌아갔다고 합니다(〈宋書〉 隱逸傳). 현령에 발령받은지 80일 만의 일입니다. 이로부터 그가 죽을 때 까지 20년간 은둔생활에 들어가게 됩니다.


    도연명의 시문으로 현재 남아 있는 것은 4언시(四言詩) 9수, 5언시 115수, 산문 11편이지만 이중 저작연대가 명확한 것이나 대강 알 수 있는 것은 80수뿐이라고 합니다. 그가 후세에 크게 높임을 받은 것은 중국에서는 드문 은일시인이라는데 있습니다. 그의 대표작은 오류선생전, 도화원기, 귀거래사 등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음주이십수 飮酒二十首>를 좋아하는데 그 중의 한 수 입니다.

     

    秋菊有佳色 (추국유가색) 아름다운 가을 국화 꽃

    泣露撤其英  (읍노철기영) 이슬이 내려 앉은 꽃잎 따서

    汎此忘憂物 (범차망우물) 근심 잊으려 술에 띄워서 마시니

    遠我遺世情 (원아유세정) 속세와 멀어진 심정 더욱 간절하다

    一觴雖獨進 (일상수독진) 잔 하나로 혼자 마시다 취하니

    杯盡壺自傾 (배진호자경) 빈 술병과 더불어 쓸어지노라

    日入群動息 (일입군동식) 날 저물어 만물이 쉬는 때

    歸鳥趨林鳴 (귀조추림명) 날던 새도 둥지 찾아 돌아 온다

    嘯傲東軒下 (소오동헌하) 동쪽 창 아래서 휘파람 부니

    聊復得此生 (요부득차생) 이보다 더 즐거운 시간이 어디 있는가 ?


    오늘도 여관방에 캔맥주 하나 사들고 들어가 혼자 마시다 취해 빈 술병과 함께 쓸어질 예정입니다.
    더운 날 보양식 듬뿍 드시고 아무쪼록 건강한 여름 보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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