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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행시- 간이역(겨울비) /김대근삼행詩 2007. 12. 2. 14:41
겨울비
김대근
간간이 눈을 섞어 길섶을 질척이다
이내 ˇ 쯤 하늘 열어 노을빛 토해냈다
역광(逆光)을
무릅쓰고
잡아 보지만 3메가로 남은 하루註) 이내 : 해질 무렵에 멀리 보이는 푸르스름하고 흐릿한 기운. 남기(嵐氣)
-----------------------------------------------------------------------오랫만에 한가한 주말입니다. 어제는 고장난 스냅용 디지탈 카메라 수리를 맡기고
돌아오다가 자동 세차기에 차를 맡겨 세차를 좀 했습니다.
"머피의 법칙"을 아시나요?
제가 세차를 하면 꼭 비가 오거던요. 이것이 저에게 일어나는 "머피의 법칙"인데
가만히 따져보면 100% 그런 것은 아니지만 70% 정도는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아내에게는 100%인듯 "어머! 왠일로 세차를 하셨데요! 비 오겠네" 하며
물이 덜빠진 도토리 묵맛같은 말을 던집니다.
아니나 다를까 금방 진눈깨비가 내리는 군요. 아침에는 멀쩡하더니 하필이면 세차한지
두어시간만에 비가 내리는 지 모르겠습니다. 왜 "머피의 법칙"이라는 못된 녀석은 제 곁을
떠나지 않는 것일까요? 그것을 알면서도 가끔씩 세차 안 한다고 타박하는 아내는 또
어떤 심리 상태인지 공부한 교육심리학의 지식을 동원해 보아도 도저히 알 수가 없네요.
저녁 무렵에 날씨가 거짓말처럼 개이면서 한겹 구름을 커텐 삼아 숨어 있던 말간 하늘이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덩달아 막 서산으로 넘어가던 석양이 수줍은 미소를 보입니다.
최근에 바꾼 핸드폰으로 찍었다가 저녁에 컴퓨터로 옮겼는데 요즈음은 왜 이다지도
하루가 덧 없이 가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컴퓨터의 하드디스크가 겨우 3메가바이트의 하늘을 집어 삼켰습니다.'삼행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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