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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詩- 비오는 고래불 해수욕장 /김대근
    작은詩集 2007. 10. 21. 09:56

     

     

    비오는 고래불 해수욕장 /김대근


    오늘은 무욕無慾한 날이다
    농도 짙던 욕망이
    담채색 빗물에 씻겨
    모래땅에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무욕無慾한 날은 무료하기도 해서
    텐트를 두드리는 빗방울의
    박자를 셈하다 쪽잠이 들었다가
    알록달록하게 치장한 비늘을
    온몸에 치렁치렁 두르고
    여름이
    비를 타고 승천하는 꿈을 꾸었다
    언뜻 깨어나 로또를 살까 하다가
    오늘이 무욕無慾한 날임을 깨닫고
    개꿈을 꾼 셈 쳤다

     

    +++++++++++++++++++++++여행메모(2007.8.6~8)++++++++++++++++++++++++++++


    여름 휴가의 백미는 역시 해수욕장의 백사장에 머무는 햇살을 엉덩이로 깔아 뭉개는
    쾌감에 있다. 고래불 해수욕장에서 이틀밤을 텐트를 치고 잤지만 해수욕을 즐긴건
    몇 시간 되지 않는다. 늘 비가 오락 가락 한 탓이다.


    첫날 도착해서는 텐트치고 저녁 해결하니 이미 밤이었고 그저 방차제를 거니는 것으로
    보내고 다음날 아침부터 해수욕을 하다가 비가 오면 다시 텐트로 피하고 그러다가
    갑자기 두어시간 따가울 정도로 햇살이 비치곤 했다.


    값이 2배나 되는 해안가의 슈퍼나 횟집의 가격표에 질려 영해읍에 나와 오징어 회와
    통닭을 틔겨왔는데 양이 많아서 고래불 해수욕장의 터줏대감인 사주보는 이웃텐트에
    나누어 주기까지 했다.


    8일 새벽부터 비가 내렸다. 혹시나 했는데 제법 거세게 내렸다. 이미 젖어 버린 텐트를
    비가 멈추고 햇살이 1시간만 쪼여주면 말릴 수 있겠다 싶어 버텨 보기로 했다.
    주섬주섬 짐을 챙겨 떠난 사람도 제법 있고 우산을 쓰고 바닷가를 거니는 사람도 있다.


    참 무료했다. 잠깐 쪽잠이 들었다가 더 거세진 빗소리에 잠을 깨었다.
    결단을 내려야 했다. 억수같은 비를 맞으며 텐트를 걷었다. 화장실 세면대에서 대충
    세수를 하고 고래불 해수욕장을 떠났다. 짐칸에 실린 텐트가 물을 잔뜩 먹어 차가
    힘겨워 한다.


    어디로 가야 하나?
    와이프 얼굴을 넘겨보며 채근하자 와이프는 뒷자리의 큰 아이에게 바톤을 넘기도 만다.
    "하회마을 보고 싶어"
    일단 목표는 생긴 셈이다. 그래 그럼 영양군을 거쳐서 안동호반의 월영교를 구경하고
    그 다음을 하회마을로 길을 잡으마 했다.


    영양군을 지나다가 국도변에 있는 고추홍보관에 들렀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매운고추의
    대명사인 청양고추는 청송과 영양에서 재배되던 고추의 품종인데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충청도 청양이 원산으로 알고 있다. 굳이 거부할 필요가 없는 청양군은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지금은 고추농사를 많이 짓는다고 한다.


    안동호반의 월영교에 도착을 했다. 이곳에서 발굴된 400여년전 묘소에서 편지 한장이
    발견되었는데 일찍 죽어 버린 지아비에게 보내는 애닮픈 편지로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는데 안동시에 안동호반을 건너는 나무다리를 놓고 월영교라는 멋스런 이름을
    붙였는데 나무가 세월을 견디는데 한계가 있음인지 지금은 안전진단으로 건너지 못하게
    막아 두었다.
    연인이 이 다리를 건너면서 사랑을 맹세하면 오랫동안 그 맹세를 지킬 수 있다고 한때
    소문이 나기도 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하회마을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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