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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 하회마을은 쉬는 중 /김대근
    작은詩集 2007. 10. 23. 08:52

     

     

    하회마을은 쉬는 중 /김대근


    한바탕 소나기 훑고 간 하회마을이
    기분 늘어진 오수에 빠졌다
    기념품 매점의 각시탈 웃음도 우습지 않고
    할미탈도 주름을 걷고 쉬는 중이다
    매미도 조심히 우는 삼신당 소원쪽지들도
    잠시 세월의 허기를 메꾸는 중이고
    나룻배도 강이 제 물빛을 찾기까지는
    드러누워 쪽잠을 자는 중이다
    기와담을 넘던 능소화도 잠시 허리를 꺽는 오후
    초가지붕에 돋은 버섯들이 키를 키우고
    도회소식을 잔뜩 지고 온 나그네들만
    노곤한 걸음을 사박사박 걷고 있었다

     

    +++++++++++++++++++++++여행메모(2007.8.8)++++++++++++++++++++++++++++


    이번 여행의 마지막 행선지다. 하회마을을 끝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하회마을은 몇년 전에 왔을 때 보다 더 세속적으로 변해버려서 기념품 매점에 걸린
    각시탈의 미소조차 도시적으로 보인다.


    예전보다 공개하지 않는 주택이 늘었고 그런 집들은 궁금증이 더해가서 대문의
    작은 틈으로 들여다 보게 만들었다.


    하회마을에서 노인정으로 사용되는 건물은 원래 마을 사람들이 버스를 타는 곳이다.
    지금은 거의 사용될 일이 없는 빨간 우체통이 매달려 있는 처마 밑에는 아이들 몇이
    빌를 피하고 있다. 비는 여전히 오락 가락 한다.


    비가 잠깐 멈출 때 마다 초가로 이은 담위에 조그만 버섯들이 때를 놓칠세라 키를
    키우고 빗방울들이 볏짚의 끝마다 매달려 구슬을 만들고 있다.


    비가 많이 내린 탓에 나룻배도 물가의 기둥에 몸이 묶인 하회마을~
    이곳도 이제는 달려가는 중이다. 세상으로 말이다. 그것이 싫은 옛스러운 것들만
    잠시 쉬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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