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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미디어 시부문 신인상 당선작
    작은詩集 2007. 4. 27. 11:06

     

     

     

     

     

    <문학미디어 신인상 당선작>

     

    조롱박 꽃

                     김대근


    세월 흘러

    귀밑머리 색 바래고

    세월은 눈매마저 깎아

    궁글어졌지만 육신은

    고기 몇 근 남기고 있는데

    낡은 양봉원 간판

    길게 그림자로 눕던 곳

    15 층 아파트가 들어섰다.



    깊게 팬 흉터도

    세월은 갈아낸다지만

    여전히

    아프게 남은 상처 하나.



    담 넘어 조롱박 꽃

    그녀처럼 웃는다.

    매미 우는 사이로

    그녀의 웃음이 그렇게 샌다.




    보리밥 한 광주리

                          김대근


    학교 파하고

    속 쓰린 배로 집에 오면

    어제처럼 오늘도

    먹을 게없다.


    그래도 다행인 거는

    옆집 마당 우물이 찬물 샘이라

    반쯤 금이 간 하얀 사발에

    쌀밥 대신에

    빨간 기름 동동 뜨는 고깃국 대신에

    파란 하늘이나 띄워서

    단숨에 들이킨다.


    동그란 철사의 포집망에

    부지런히 거미줄을 엮으며

    빠알간 고추잠자리,

    안 먹어도 배부른

    고추잠자리를 잡다가

    속이 또 쓰라려 오면

    설익은 땡감에 손이 간다.


    대팻밥 같은

    땡감 속살의 떫은맛이

    목구멍을 가득 채우고서야

    갑자기 실에 묶인 잠자리가 불쌍하다.


    등에다 입김을 호호 불어

    석양에 물든 빨간 하늘로 보내고

    짠한 슬픔 안고 집으로 오면

    서까래에 걸린 대나무 소쿠리,

    그곳으로 눈이 제일 먼저 간다.


    소쿠리에 김이 무럭무럭 나는 날

    없어도 하냥 좋았던 그날,


    보리밥 한 광주리의 그 행복이

    귀밑머리 하얘진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


    참으로 행복했던 그날이······.





    가을볕, 된장단지

                               김대근


    가을은 한숨을 쉰다.



    스쳐가는 바람이

    똑... 똑... 똑...

    단풍소식을 전해도

    떠나버리면

    가을햇살이 찾아왔다가

    힘없이 돌아갈까 봐

    제자리를 지키는

    단지 속 가을이 한숨을 쉰다.



    찬서리 맞아야

    사과도 맛이 들듯

    가을볕 아래 된장단지는

    구절초 향내로 익어간다.



    가을은

    스스로 익어가며 한숨을 쉰다.



    九節草

                       김대근


    마치 사람들처럼

    사랑하는 사람끼리

    눈빛으로 말 하듯

    꽃들

    들에 피는 꽃들도

    가을에는

    타박 타박 걷는 나그네에게

    또르르 말을 건다.



    코스모스는

    살랑거리는 바람 일으켜

    후욱~ 가슴 때리고

    골에, 들에 九節草는

    香氣로 말을 건다.



    구절초는 꽃이 아니다.

    눈뜨고 보는 그런 꽃이 아니다.



    눈감고

    온 몸 비우고서야 비로소

    뼈마디에 오롯이 담겨지는 꽃이다.



    하늘과 눈

              ( 무장기포지에서...)

                            김대근


    그래서는 안되는 것이지

    이럴수는 없는 것이지.

    백년도 더 지난 그때도

    이곳에 뿌려진 그들의 피

    서러움이 쟁여져

    검푸르던 그들의 핏자죽도

    지금처럼 하늘은

    눈으로 덮어 버렸을까?



    하늘은 늘 그들의 편이지

    가진자에게 더 주고

    착취자의 입술에 피를 발라주지.

    하늘은 늘 비단같은 부드러움,

    금붙이같은 빛남을 밝히지.



    하늘은 단 한번도

    그들의 편이 된적은 없었지.

    그들이 가진 것

    배고픈 서러움밖에 없었지.



    녹두장군 첫 발 디딘 자죽

    고창군 무장면 이라는 곳

    하늘은 그저 눈으로 덮으면

    그것으로 끝인줄 아는가 보다.



    하늘은 그때나 지금이나

    그들의 편이지 이들의 편은 아니지.




    <심사평>

      김대근님의 복고풍의 토속적 이미지를 높이 산다. 자칫하면 세월 너머로 숨어버릴 귀한 기억들이 숨을 쉰다. 그것이 꼭 ‘하늘과 눈’에서처럼 민중의 한이 아니어도 좋다. 너와 나의 어제의 그 풋풋함과 아늑함으로 충분히 미학적이다. <가을볕, 된장 단지>의 ‘익어가며 한숨을 쉬는’ 모습은 우리네 어머니의 고운 한숨을 닮았다. 된장 단지의 묵은 된장맛 또한 그렇지. <조롱박 꽃>도 정답다. ‘담 넘어 조랑박 꽃.../매미 우는 사이로/그녀의 웃음이 그렇게 샌다.’

      <구절초>의 ‘온 몸 비우고서야/뼈마디에 오롯이 담겨지는 꽃’도 좋다. 그리고 <보리밥 한 광주리>의 소박한 묘사,예를 들면 ‘파란 하늘이나 띄어서/단숨에 들이킨다’라든지, ‘없어도 하냥 좋았던 그날,/보리밥 한 광주리의 그 행복’이 정답다. 그리고 안이하게 ‘참으로 행복했던 그날이’라고 끝내는 것보다, ‘보리밥 한 광주리, 한 광주리 행복이/지금도 속눈섭에 매달린다.’든지,이미지 처리에 욕심을 더 내면 어떨까?

      어떻든 많이 써본 솜씨여서 수준급이다. 앞으로 좋은 시가 기대된다.

                                                         민용태(  고대교수  )



    <당선소감>


    나는 늘 꿈을 꾸었습니다.

    만년필 한 자루로 전지전능을 이루는 세상을

    생각 해 보면 참말로 택도 없는 그런 꿈을

    늘 꾸어 왔습니다.



    만년필 한 자루가 강물에 물감을 풀기도 하고

    금빛 잉어도 몇마리 숨쉬게 만들 수 있는 세상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을 바꾸어서 하얀 하늘과

    파란 구름을 마음대로 꾸릴 수 있는 그런 세상을

    늘 꿈꾸어 왔습니다.



    무협지의 주인공이 늘 기연을 만나듯

    이끌어 주신분들 만나서

    그 꿈의 공간,  詩人界에 주민등록을 하게 됩니다.



    늘 아름다운 꿈을 꾸는

    때로는 개꿈도 꾸고, 아픈꿈도 꾸는

    그래서 후일 꿈마저도 탈색된 맑음으로 남겠습니다.



    새로운 그 꿈을 위해 첫발을 디딥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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