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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달아공원의 봄여행기 2007. 3. 18. 13:29
통영 달아공원의 봄
나는 통영을 떠 올릴때마다 헷갈리는게 사실이다. '충무'라는 이름이 오랫동안 남아 있어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여튼 충무와 통영은 같은 지명이다. 한때 충무로 불린적도 있었
지만 지금은 통영이다. 통제영-충무-통영으로 이름이 변천된 결과이다.
그래도 여전히 '통영'이라는 이름이 낯선것은 아마도 경상도 발음인 '토영'이 귀에 익어있는
탓인지도 모르겠다.
통영이라는 지명은 수군통제사가 머무는 본영이라는 뜻으로 통제영이라 불린 데서 비롯된다.
임진왜란때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의 수군을 통괄하는 3도 수군통제사의 직제가 새로 만들어
지면서 이순신 장군이 임명되었는데, 이때 적과의 효과적인 접전을 위해 동진하여 여수에 있던
통제영을 통영시 앞 바다에 있는 한산도로 이전했다. 이때부터 이 일대를 통제영으로 불렀다가
후일 줄여서 통영으로 부르게 되었다.
제3 공화국때 번화한 시가지를 충무시라는 이름으로 불렀으나 1995년에 통영군과 충무시가
통합하여 통영시로 확정되었다.
통영여행의 백미는 절경의 해안드라이브를 꼽을 수 있는데 그 중에서도 산양관광일주도로가
있는 미륵도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미륵도는 섬이였으나 통영대교로 육지와 연결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달아공원은 미륵도 최남단 해안가에 자리잡고 있는 풍광이 빼어난 곳이다.
산양관광도로의 중간쯤에 위치하고 있는데다가 이곳에 서면 한산, 욕지, 사량등의 통영시에
소속된 대부분의 섬들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어서 휴식의 최적지이기도 하다.
이곳 달아공원에는 관해정(관해정)이라는 정자가 하나 있는데 1997년에 세워진 이 정자의
주변에는 동백나무가 줄지어 있다. 그러나 관해정보다는 관해정 앞의 등성이 바다를 바라보는
경치가 훨씬 시원하다.한산도, 욕지도, 사량도등이 한눈에 들어 오는 곳이 달아공원이다. 한려수도를 한 눈에
조망 하기에는 여기만한 곳을 찾기 힘들 정도이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한려수도의 조망만 보고 돌아가지만 아이들의 성화에 소나무가
터널을 이룬 길을 따라 해변으로 내려가보면 훨씬 좋은 풍광도 만난다.
얼마전까지 군 작전지역으로 되어 있어서 일반인들의 출입이 불가능 하였으니 지금은
아무런 제약없이 가볼 수 있는 곳이 되었다.
조금 내려가면 넓은 분지가 나오고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참호가 흉물스럽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바다를 훨씬 가까히 볼 수 있다. 마침 해경의 경비정이 순시를 도는 모양이다.
임진왜란때 이순신함대의 판옥선과 거북선도 궤적을 만들며 저렇게 순시를 했을 것이다.
조선왕조실록이나 난중일기를 읽어보면 나라의 모든 전력을 육군에 몰아 수군에 대한
지원이나 대우가 말할 수 없이 빈약했음을 알 수 있다. 해군을 중요시 했던 신라때를
제외하고는 우리 역사에서 해군은 늘 찬밥신세를 면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런 해군이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조선을 구한 영웅이 되었다.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로 둘러쌓인 대륙국가다. 육군도 중요하지만 해군의 보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웃 중국에서는 항공모함도 만든다고 한다. 그 운용의 노하우가 중요한 항공모함은 아직
요원하다고 하겠지만 '독도함'같은 경항모는 필요한 싯점이다.
딱딱한 이야기는 뒤로 미루고 달아공원의 꽃 구경이나 하자.
동백꽃....
달아공원의올해 동백꽃은 깨끗하지 못한데다가 탱글하지 못하고 주름이 많다. 아마도
활짝 피었다가 꽃샘 추위를 만난 탓이리라.
경비원은 동백숲에서 지즐되는 새들이 부쩍 불어난 탓이라고 했다. 하기는 동박새들은
부지런히 꽃잎을 쪼느라 정신이 없는데 가만히 보니 그 숫자도 많은 듯 싶다. 경비원의
푸념이 허무맹랑하지는 않았다.
자연의 홍백전(紅白戰)......
빨간 동백과 하얀 매화가 마치 전선의 피아(彼我)처럼 마주 서있다. 숫자로 치면 매화가
우세하겠지만 동백은 그 질긴 생명력으로 일당백(일당백)이 된다.
동백은 떨어져서도 길게는 열흘쯤 그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그런 동백의 성질을
나는 잘 알기에 동백숲에 가면 매달린 꽃보다 바닥에 떨어진 봉오리에 더 애착이 간다.
매화가 아름답게 피었다. 관해정 앞에 두그루 매화나무에서 피어난 매화~
짧은 시 한수를 건져본다.
달아공원의 매화
남도에는 매화가 피었더라.
봄 바람에 앞 가슴 풀어헤치고
햇살과 교접하는 매화꽃,
열락(悅樂)에 창백해 지고
훔쳐보던 동백꽃
혼자 마음달아 홍염(紅炎)이 되었다.
식물들도 사람처럼 어느정도의 사고를 한다는 것을 불과 얼마전에야 알았다. 식물들도
근친교배를 피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들은 움직일 수 없다. 그래서 그들의 유전정보를
전해줄 매개가 필요해지는 것이다.
그 역활을 하는 것이 꿀벌같은 곤충들이다. 꽃가루에는 동백나무들의 유전자가 실려있다.
꿀벌들은 여기저기 꽃들을 돌아다니면서 서로의 유전정보를 매개해 준다. 그 대가로 꿀벌은
몇 할의 꽃가루와 꿀을 둥지로 가져가 가족을 부양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것도 같은 이치일 것이다. 다만 대가로 받는 것이 꽃가루와 돈으로 달라질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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