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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詩- 팔봉산의 진달래
    작은詩集 2006. 2. 21. 23:40

     

     

    팔봉산의 진달래

     

     

     

    사월은 바람이 부는 달

     

    남쪽바람 불어와
    계절의 등을 떼밀면
    참나무 가지 끝
    겨우살이 서러워 지고
    겨울은 미련만
    나무 등걸에 걸쳤는데
    건들면
    톡~ 터질 산수유
    가슴만 봉긋해 졌다.

     

    일천구백오십몇년도
    남도땅 지리산의 밤과 낮처럼
    밤바람과
    낮바람의 얼굴이 바뀌는
    충청도땅 팔봉산
    여섯번째 봉우리 아래
    수줍은 진달래 한그루는
    그저 부끄럽다.

     

    아하~ 꿈이였으면...

     

    혼자핀 부끄러움이
    이리도 진한 분홍빛이였다면
    차라리 꿈이였으면 좋으리.

     

    사월은 바람 부는 달

     

    내일은
    앞산 너머서 두견새 울겠네.


                     (2004년 4월 3일)



    ***************************************************************

    어제는 비가 오락가락 하는 탓에 모처럼 느지막하게 일어나
    비올때 제격이라는 김치부침개 만들어 아침을 먹었습니다.

     

    그래도 명색히 봄이라는 계절인데 이대로 방에만 있기에는 좀이 쑤셔서
    대충 가방꾸리고 냉동되었던 약밥 한덩이 녹여서 담고 지인이 직접 담아
    입안에 짝짝 붙는 포도주도 담아넣고 길을 나섰더랬지요.

     

    서산가는 32번 국도에는 17살 계집아이 가슴같이 봉긋해진 산수유들이
    부그러움 접어두고 고개를 살풋들고 봄볕바라기를 하고 있습니다.
    목련은 이제 슬슬 꽃 피워낼 준비에 바쁘더만 아직은 며칠 더 오가는 바람이
    단근질을 해주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정작 봄이라 느낄만 한 풍경들은 사람들입니다.

     

    잠깐 들린 휴게소에서의 부케든 아가씨의 상기 된 볼에서...더운지 열어젖힌
    휴게소의 문에서...하품을 찢어지게 하는 국도변 휴게소 진돗개에게서...
    탈탈탈~~ 거리는 경운기의 흙튐에서...양지쪽 언덕에 쑥캐는 여인네의
    뒷모습에서....스무살 아가씨의 무릎에서 족히 두뼘은 올라간 치마에서...

     

    사람사는 곳으로 먼저 온 봄을 피해서 겨울은 모조리 산속으로 숨었습니다.
    마치 오래전 지리산에 숨어든 산사람들 처럼 말입니다..
    따지면 그들도 우리 형제자매가 아니였겠습니까.

     

    계절은 정확하게 봄이니 여름이니 겨울이니 하는 구분이 없지만 오로지 인간만이
    제멋대로 구획을 긋게 마련이지요.
    그것은 사람과의 사이에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냥 선하나을 주~욱 긋고는 같은 생각을 가진 편과 그렇지 않은 편을 구분하지요.

     

    아산에서 32번 국도를 타고 해가 지는 서쪽을 한참을 달려가면 서해바다가
    빤히 내려다 보이는 바닷가에 팔봉산이 나옵니다.
    이곳 팔봉산에는 겨울이 모두들 산으로 숨어 들어 가끔씩 밤에만 민가로
    밥을 빌러..정고픔을 풀러 들린다지요.

     

    3시간을 오르내린 산속에서 유일하게 한그루의 진달래가 꽃을 피워냈더군요.
    삐죽히 나왔다가 보니 온통 진달래 나무가 뒤덮은 골짜기에서 혼자라는게
    너무 부끄러워 화알짝 피지도 못한채로 말입니다...

     

    가만히 보고 있는 나도 갑자기 부끄러워 졌습니다.
    분홍빛은 사랑의 빛깔이니까 말이지요.

     

    아까 마신 포도주의 단내가 가시기 전에 호~~하고 뜨거움 불어주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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