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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형! 껍데기 간수 잘하시길..
    수취인 없는 편지 2006. 3. 1. 23:01

     

     

    人兄!
    참으로 오랫만에 兄생각이 났습니다.
    이상한 일은 이십년동안 생각나지 않았던 兄에 대한 생각이 났던것은
    기차역 플랫폼에 섰을때 였습니다.


    쉐엑~~
    고속철도가 이역의 플랫폼을 지날때에 내는 소리입니다.
    兄과 내가 구포지나서 물금지나서 원동이라는 자그마한 역까지 타고갔던
    덜커덩~ 덜커덩~ 하던 규칙적인 음색은 이제는 옛말이 되어버렸습니다.
    그 자그마한 역에서 내려서 30리길을 걷고 걸어서 배냇골의 어느 물흐르는
    개울가에 앉아서 兄이 나에게 했던 말이 생각나는 군요.


    멈추고 싶다고...


    人兄!
    兄이 늘 나에게 이야기 했지요.
    金兄처럼 바쁘게 사는게 부러워 보일때도 있기는 한데 나무늘보처럼 사는
    나는 좀더 천천히...아니 아예 멈추어 버리고 싶소.


    人兄!
    우리가 그 젊은 날..오후 4시의 태양이 아쉽지 않은 그 젊은 날에 무었을
    찾으려고 그곳에 갔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서로가 무언가를 찾고 있던 날들중의 하나 였던것은 분명한것 같구려.
    兄은 찾고자 하던 그 무엇을 찾았는지 궁금합니다.
    그렇게 바쁘게 살아서 예까지 왔지만 아직 내가 무엇을 찾고 있는지에 대한
    해답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아주 둔재이거나 전생의 업이 많은 탓도 있지 않을런지요.


    人兄!
    아마도 15년전쯤인가 우연히 길을 번화한 길을 걷다가 M으로 부터 兄의
    소식을 잠깐 듣기는 했었지요.
    전라도 어디쯤에 있는 암자로 출가를 했다가 다시 세속으로 돌아왔다는...
    그곳에서도 해답을 찾았는지 모르겠습니다.
    兄은 참용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지금의 삶은 또 어떠한지 궁금하기는 하지만 兄과 나는 서로가 마음의
    중요함을 아는 사람들이라 애써 집착하지 않으렵니다.
    인연을 믿으므로 언젠가는 다시 볼수도 있겠지요.
    아니 이미 같은 時空間에 껍데기를 두고 살고 있으니 따지면 서로 만나고
    있는것이라고 보아야겠지요.
    아마 兄도 이말을 하고 있을 겝니다.


    人兄!
    兄에 비하면 나는 참으로 소심한 사람입니다.
    어쩌면 그 소심함이 평생의 장애가 되어서 삶에 끄달려살지 모르지만
    그래도 그 소심함을 벗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소심함이 멈추고 싶을때도 멈추지 못하는 옹렬함으로 치장하고 있습니다.


    人兄!
    이제 은행나무도 잎을 떨구고 겨울을 준비하고 있는 계절입니다.
    나도 마음의 잔가지를 떨구어내고 마음을 좀 쉬어야 겠습니다.
    늘 그렇듯이
    관념속에서만 다짐하는 것이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너무도 허덕대며 달리기를 좋아했던것 같습니다.


    人兄!
    兄의 생각이 났던것은 철도역 플랫폼에 새겨진 멈춤표식을 보면서였습니다.
    멈추고 싶을때 멈출수 있는것....
    자꾸만 兄의 흐릿해진 모습이 표식판의 빨간동그라미에 가득찹니다.


    人兄!
    가을비가 가을비답지 않게 제법 쏟아집니다.
    미련으로 미쳐 떨어지지 못한 은행닢들이 아마 마지막 단절음을 남기고
    떨어지고 나면 살을 에는 겨울이 오겠지요.
    겨울이야 옷 한겹 이 껍데기를 싸면 그만일 테지요.
    兄도 부질없는 껍데기 간수 잘하시기 바랍니다. ~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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