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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공주의 피서법
2004-07-28 오후 4:22:13
덥다...
참으로 더운 날씨이다.
아파트의 꼭대기층이라는 프레미엄도 5층짜리 저층아파트에 해당되는
용어는 아닌듯 하다.
그래도 없이사는 서민들에게는 겨울보다는 훨씬 좋다.
추위는 아무리 감싸도 작은 불씨라도 있어야만 목숨을 부지할수 있다.
옛날부터 여름은 상놈들이 살기 좋은 계절이라고 했다.
가을에 모두 수탈당할 예정이 되어있다손 치더라도 당장은 곡식이 나날이
자라는 모습에서 여유가 생기기도 하고 5월달에 수확한 보리가 그나마
남아있는터라서 먹거리 사정도 좋아지는 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었보다도 체릴 체면이 없으니 그냥 훌렁 벗고있어도 흉될게 없다.
일을 하다가도 나무그늘에 훌렁벗고 누워있으면 오금이 저릴만큼 시원한
바람이 불어올테고 그래도 더우면 개울에 첨벙 뛰어들면 그만일터이다.
그러나 양반들이야 체려야할 체면도 많고 아무리 염천이라도 길나서면
치렁한 두루마기를 차려입어야 한다.
저녁즈음에 집에 돌아와서 웃통을 훌렁벗고 시원한 우물물로 등목을 하면서
각시의 스킨쉽도 받으니 얼마나 좋은가.
따지면 행복이라는게 사람답게 사는 것인데 양반과 상놈이 생각하는 사람답게
라는 명제의 정의가 다를뿐인데 삶은 천양지차이다.
살맞대고 사는 마무라한테 등목도 한번 못받아보고 인생을 마감한 양반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말이다.
稅布로 뜯기고 軍布로 또 뜯겨나가고 免役布로도 뜯겨나갔으니 천이야말로
제일로 귀한 물건이였을 터이다. 그러니 상놈은 옷 두세벌로 평생을 보내니
속곳..고쟁이..등등의 겹겹옷 이름은 그 인연이 팔천리쯤은 되었을터이니
작아지고 헤어지고 찢어져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조선말에 외국의 파란눈 선교사들이 찍은 사진에 보면 여자들 젓이
옷밖으로 튀어나오고 여기저기 찢어져서 목불인견의 남루함을 보인다.
주변의 모두가 그러니 아예 당연한것이 되었고 그래서 그들은 우리를 무지하다
하였었다.
그것이 지금은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요즈음 감기가 들어서 콜록이는 사람은 두가지 부류다.
하나는 에어콘이 집에 있어서 틀어놓고 자다가 감기가 걸린 사람이고
또 다른 하나는 더위를 피해서 다리밑이나 강변에서 자다가 새벽이슬을
맞고 감기가 든 종류이다.
생각...
이상하게도 인간의 생각은 항상 자승으로 사고가 된다.
덥다라고 생각하면 조금있다가보면 무지하게 덥다로 제곱이 된다.
나는 가능하면 덥다라는 생각을 안할려고 한다.
상놈의 자손답게 그냥 몸으로 때우는게 제일이다.
참다가 안되면 부채로 서너번 부치고 선풍기뒤에다 물수건을 올리고
세숫대야에 발을 담그고 시간이 가기를 기다리는 것...
그래서 시원하다라고 생각하면 조금있으면 이제는 무지시원하다로 역시나
제곱으로 시원함을 느끼게 마련이다.무더운 날 밤
냉장고에 한참 넣어둔 오이를 얇게 썰어서 얼굴에 올리고 가만히 누워있으면
무지하게 시원하다.
시원하게 피부를 자극하는 방법을 터득한 꼬마공주의 피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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