洋蜂業者
떠나고
하룻밤이야.
그렇게 되기에는
하룻밤이면 되는 거 였어
一夢
어쩌면 우리네 人生이란 것
별것 아닌 그것도
봄밤에 꾸는 하나 꿈인지도 몰라.
그냥
하룻밤
꿈이면 족한 그런 것.
땡땡땡...땡땡땡...
빨간불 켜진 건널목
가로 막히고 세로 뚫린
건널목 너머 아카시아 숲.
밤새 양봉업자
떠나고
그렇게 남은 자리
꺽어진 풀들 제대로 서는 건
또 다른 하룻밤이면 충분할게야.
올해도
여름 새로 온게지.
하룻밤 사이에 우리 몰래
밤꿈밟고 세월이 간게지.
세월 가고 오는 건
늘 하룻밤이면 되는 거였어.
(2005.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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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전쯤에 늘 다니던 출근길 야산에 몇십그루의 적지않은 숫자의 아카시아들이
소복히 모여 있는 곳에 양봉업자가 천막을
쳤다.
하얀색의 츄리닝 차림의 그 양봉업자는 내가 그곳을 스쳐지나는 7시 40분쯤에
하루도 빠짐없이 양봉통을 매만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카시아 꿀은 맑다. 밤꿀이나 잡꿀은 좀 색깔이 탁한데 아카시아 꿀이 그 중에서
맑기로는 으뜸이다.
그런데 이
아카시아 나무로 치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놈이라 해도 과언 아니다.
소나무나 전나무처럼 목재로 사용할 수도 없고 참나무처럼 껍질을 벗겨
콜크마개나
벽지를 만드는데 사용할 수도 없고 뿌리가 깊이 박히지 못해서 사방목적으로도
사용할 수가 없는
것이다.
밤나무처럼 꿀도 주고 밤이라는 열매도 주는 것과는 달리 일년에 거저 이맘때 쯤에
잠깐 맑은 꿀을 줄 뿐이다.
그러나 생장능력은 좋아서 빨리 자라고 아무데서나 잘 자란다.
이 아카시아 나무가 한그루 있으면 얼마지 않아서 주변이 모두
아카시아로 덮힌다.
채밀하는 사람들은 꽃을 따라 전국을 돈다.
한해 중에서 제일 먼저 유채꽃의 꿀을 따면서 그들의 北行은 시작이 되는데
노오란
유채밭의 채밀이 긑나면 그 다음이 아카시아다.
아카시아는 피고 지는 속도가 빨라서 겨우 며칠 길어도 일주일 머문다.
그러고는
다시 북으로 새로 피어나는 아카시아를 찾아서 떠나는 것이다.
다시 남녘으러 가서 밤꿀을 채밀하면서 다시 북상을 한다. 그
다음에 마지막으로
잡화꿀을 채밀하는 것이다.
그저께도 그랬다.
퇴근하면서 곁눈질을 하니 예의 그 하얀색 츄리닝을 입은 양봉업자는 부지런히
벌통을 메만지기에 여염이
없었다.
아침에 출근을 하가가 보면 아카시아숲 못미쳐서 장항선 외길 철도의 건널목을 만나
차가 잠시 덜컹이는데 때로는 빨간불이
켜지면서 땡땡땡~~ 요란한 종이 울리면서
야광색을 입힌 길다란 차단봉이 내려온다.
저쪽에서 부터 점점 다가와 다시 반대쪽으로 점점 사그라져 가는 기차를 보면서
잠깐씩 상념에 젖기도 하는 것인데 다시
차단봉이 오르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그날도 그렇게 기차가 지나가고 몇분의 기다림과 상념을 접고 잠깐의 덜컹거림을
지나쳐 늘
오던길을 짚고 있는데 곁눈질을 하는 풍경이 달라졌다.
양봉업자의 천막도 하얗게 칠이 되어 있던 양봉통도 모두 사라진 것이다.
아! 그렇구나...
도망가는 세월을 양봉업자는 그렇게 쫓아 간 것이 였어.
앉은 뱅이 용쓰듯 세월 간다고 끙끙대던
평범의 일상을 깨운 것이다.
늘 가는 세월이고 오는 세월이지만 그 느낌만은 하룻밤 새에 불현듯 온다.